아일랜드 피크 등반기
여행일정 : 2016. 2. 5. ~ 2. 23.(18박 19일)
산행일정 : 2015. 2. 6. ~ 2. 21.(15박 16일)
여행한곳 : 네팔 카트만두, 루크라 및 쿰부 히말 지역
트레킹코스 : 루크라 - 팍딩 – 디보체 - 남체 - 딩보체 - 추쿵 - 아일랜드 베이스캠프 - 아일랜드 피크 - 추쿵
- 텡보체 - 몬쥬 - 루크라 - 카트만두
함께한분 : 푸른여행사(히말라야 포함 9명)
2월 15일(월) : 추쿵 - 아일랜드 픽(임자체) 베이스캠프
아침에 일어나니 리라 셀파가 전한대로 바람이 자고 있다. 북어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3일전과 같이 베이스캠프로 입성하여
오늘 밤 정상을 향하기로 마음을 다지며 임자 콜라(강)를 따라 오른다.
4시간여 만에 Base Camp에 도착하니 내가 쓰던 텐트가 바람에 날려 한참을 올라가서 찾아와 다시 설치했단다.
점심 식사 후 장비를 점검하고 하네스를 착용하고 베이스캠프 옆 임자호수를 둘러 싼 경사 급한 언덕에 로프를 깔아 놓고
쥬마링을 이용해 오르고, 하강기를 사용해 하강하는 훈련을 하고 있으니 약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마음속으로 오늘밤과
내일까지만 바람이 멈춰줄 것을 간절히 기도하며 훈련을 마치니 셀파들이 라마제를 올릴 준비를 해 놓고 기도를 하잔다.
전방에 보이는 하얀 산을 바라보며 산신령님께 절을 올린 후 큰 소리로 ‘우리 대원 모두가 함께 정상에 오를 것을 허락해 주시고,
무탈하게 하산하여 집으로 돌아 갈 수 있게 해 달라’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를 올린다. 이른 저녁 후 23시 기상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정상을 향한다는 설레임에 잠도 오지 않아 시체놀이로 시간을 보내다 등반 준비에 들어간다.
고어팬츠를 입고 하네스를 착용하고 신발까지 신고 난 후 다이닝 텐트로 가서 누릉지, 스프, 마죽 등으로 요기를 하고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 해 화장실도 다녀 온 후 대원들이 장비 착용 등 출발 준비 완료하기를 기다린다.
2월 16일(화) : 아쉬운 철수... 베이스캠프 - 아일랜드 피크 - 베이스캠프 - 추쿵
00:40 대원들이 출발 준비 완료되어 파이팅을 외치고, 랜턴으로 불을 밝힌 후 임자콜라(강)의 상류를 따라 완만하게 걷는 것을
시작으로 임자체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 딛는다. 잠시 후 왼쪽으로 아일랜드 픽을 향하는 급경사 오름이 시작되자 대원들의
발걸음이 현저하게 느려지나 앞에서 곰부 셀파가 아주 느린 걸음으로 대원들을 인도하며 진행을 잘 해주고 있다.
보행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대원에게는 천천히, 꾸준한 속도로 따르는 것이 힘이 덜 든다며 격려를 하는 등 맨 뒤에서 대원들의
상태를 눈여겨 살피며 어둠속을 따라 오른다. High Camp를 설치하지 않고 곧바로 정상을 향하려면 그만큼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 포터 2명에게 크램폰 포인트(만년설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대원들의 신발과 크램폰, 하네스, 피켈 등을 운반 해 주도록
했더니 그들도 우리 일행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잘 따라오고 있다.
그러나 전날 오후부터 계속되던 잔바람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 걱정을 하며 설선에 도착할 때까지는 바람이 멈춰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옴 마니 받메흠! 옴 마니 받메흠!’, ‘바람아 자라, 바람아 자라’, ‘Wind Sleeping, Wind Slleeping'
(ㅎㅎ 말도 안 되는 기도....)을 소리 내어 주문하면서 끝없는 기도를 올린다.
칠흑 같은 어둠으로 주위가 보이지 않으니 그저 묵묵히 앞 사람 뒷꿈치만을 바라보며 잡석지대를 통과하기도 하고, 경사 급한
암반지대, 바위 사이의 크랙 등을 오르고, 간간히 낭떠러지 옆을 지나는 등 차라리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무서움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제법 힘들어 할 때 쯤 경사가 누그러진 곳을 지나기에 물어보니 High Camp 설치 지역이란다.
일부러 확인은 하지 않았으나 아마도 4시간 가까이 소요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로도 급경사의 암반과 너덜지대가 계속되어 어서 빨리 밝아지기를 기대하며 걷고 있으니 포터의 랜턴이 배터리가 다 된 것
같아 예비용 건전지로 갈아 끼워주니 밝아서 너무 좋단다.
잠깐씩 자주 쉬고 간식도 먹으며 앞 사람을 따라 꾸준히 고도를 높이고 있으니 여명이 밝아오고, 선두에서 걷던 곰부 셀파가
멈춰서며 크램폰 포인트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포터들이 메고 온 장비를 풀어 안전벨트 등 장비를 착용시키고, 클라이밍 가이드
1명과 대원 3명이 한조가 되어 안자일렌을 하고 나는 3조의 맨 뒤에서 대원들의 상태를 체크하며 오르기로 한다.
곰부 셀파가 크레바스에 설치 할 사다리를 어깨에 멘 후 선두 조로 출발을 한다.
설사면 일 것으로 생각했던 만년설 지대는 그동안 신설이 내리지 않고, 내리쬐는 햇볕에 표면의 눈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청빙이 되어 있어 약간의 걱정이 앞선다.
뒤에서 기다리며 크램폰을 찍어보니 잘 박히지 않고, 워킹용 피켈 역시 튕겨져 나올 정도로 강하게 얼어있고 바람 또한 잦아들지
않아, 걱정을 하며 앞서 가는 대원들을 주시한다. 고도를 5,700 ~ 5,800m 대로 높이고 나니 호흡곤란 등으로 힘들어 하는
대원도 있고, 바람은 점점 강해져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대원이 눈에 띈다.
자세를 낮추고 피켈의 피크를 바닥에 찍어가며 중심을 잘 잡으라 소리를 지르며 지켜보고 있으니 불안감이 몰려온다.
2조도 출발하여 앞에 있는 언덕을 넘어서고, 내가 속한 3조도 청빙을 찍어가며 오르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걸어 오르니 청빙의
경사 급한 언덕이 나타난다.
강풍은 계속 불고 속도가 나지 않으니 추위는 몰려오는데 고도를 높일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어져만 가니 걱정이 태산이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나는 이미 마음 속으로 정상 등정 실패를 예견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는 대원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었으리라...
거대한 눈 언덕, 아니 얼음 언덕 아래 도착하니 언덕 위까지 오른 선두 조에서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선두조의 일부 대원들이 걱정을 하면서 ‘못간다’는 소리와 앞에 있는 대원에게 ‘돌아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망설이던 선두 조에서 셀파들 끼리 모이더니 다른 루트를 찾아보자는 등 크레바스 통과가 도저히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작년 11월에 마지막으로 올랐었다는 곰부 셀파에 의하면 지난번보다 크레바스가 더 넓어지고, 더 깊어졌는데 사다리를 걸치면
양쪽 끝으로 조금씩만 걸쳐지고, 또한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넓어지는 수평의 깔때기형 크레바스라 이렇게 바람이 강한 상태
에서는 건너기가 힘들 것 같단다.(수평 크레바스는 추락하면 구조하기에 너무 힘이든다.)
물론 자신은 건널 수도 있겠지만 우리 대원들 전체가 건너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 된단다.
언덕에서 내려와 우리 대원들은 안전한 곳에 대기하면서 셀파들끼리 흩어져 다른 루트를 찾아보나 언덕을 넘어선 후의 루트가
확인되지 않으니 이리저리 왔다갔다만 할 뿐 확실한 다른 루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순간,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휘젓고 있다.
지금까지 정상을 찍지 못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철수를 결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 철수를 한다면
대원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야할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던 와중, 일부 대원들이 철수를 하자고 얘기하여 잠시 기다리다 일단 철수하기로 결정하며
셀파들에게 다음날 다시 공격하자고하니, 그러면 오늘 팀을 나눠서 일부는 정상을 시도하고 일부는 철수를 했으면 좋겠단다.
그러던 중 한 대원이 그 말을 알아듣고 그냥 다 같이 철수를 하자고 미리 얘기를 꺼낸다.
그랬다.
이미 지금 같이 계속되는 강풍이라면 크레바스를 건너는 것도 문제요, 나이프 릿지를 통과하는 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이기에
이미 내 마음속에는 철수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한편 오늘 이렇게 철수할 경우 내일 다시 시도한다면 오를 수 있을까? 다시 시도할 대원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또 다시 복잡하다. 그러나 일단 오늘은 철수하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을 했기에 대원들과 함께 하산을 결정한 것이다.
(아마도 아일랜드 피크를 한번 더 찾아 달라는 임자체 여신의 뜻이리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자연의 엄중함에 고개를 숙인다.)
잠시 쉬면서 이곳까지 온 것만이라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 개인별로 그리고 단체로 사진 몇 장 찍고 하산을 시작한다.
셀파들이 ‘스노우바’를 박고 한 사람 한사람씩 자신들이 확보를 보며 하강을 시켜준다. 확보를 이용해 첫번째 언덕을 하강하고,
안자일렌을 한 후 완만한 경사지만 청빙이라 슬립을 걱정하면서 크램폰 포인트까지 조심하며 내려선다.
아쉬움 속에 장비를 풀고 하산을 하는 도중 점점 강해진 바람에 몇 번을 주저앉으며 하산하고 있으니 쿡들이 차와 간식을 들고
올라온다. (거대한 산들 속의 골바람이라 바람의 방향이 시시각각 바뀌어 앞쪽으로 힘을 주고 있으면 갑자기 뒤에서 또는 옆에서
불어오는 등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해야할 길이 정상을 오르지 못한 실망으로 힘들고 괴로운 발걸음이다.
캠프에 도착하고 앞으로의 일기도 좋지 않겠다는 생각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추쿵까지 철수한다.
딩보체에서 곧바로 남체를 거쳐 철수를 할 경우 아직 이틀의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아무도 다시 시도해 볼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 지점 : 5,900m 쯤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휴식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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