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메라피크 등정하다.
2000. 4. 23.
카레 - Mera La - 카레 (고소적응 훈련)
06:20 기상, 날씨 흐림
Tent에서 눈을 뜨니 쳉아가 Tea를 한잔 갖다 준다.
이어 날씨가 안 좋으니 계획을 변경하여 오늘 하루를 더 머물고
내일 등반을 시도하잔다.
태윤의 상태가 확실하지 않아, 동의하고 아침 식사 후
Mera La(5,200m)를 다녀 오기로 했다.
걱정했던 태윤의 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머리가 약간 띵한 정도야 나도 마찬가지.
그러나 내일은 또 다른 컨디션이 되면 어떻게 하지?
오늘 올라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더구나 메라 라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H.C.인데...
여기까지 와서 다시 내려가려니 정말 짜증난다.
약 3시간 30분 걸려 돌아와서 점심준비를 하는데 또 진눈개비가 내린다.
(점심은 감자와 계란을 삶아 먹음)
카레로 돌아와 무료한 시간을 할 일 없이 보낸다.
짓눈개비가 내리니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텐트에서 낮잠을 조금 잤다.
임은고 선배가 고소 때문에 고통을 호소한다.
약을 먹도록 하고 저녁식사로 우거지국, 고추참치, 깻잎 등을 먹었다.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누우니 낮잠 잔 것과 고소 때문인지 잠이 안 온다.
밤새 뒤척이는데 하늘과 가까워서인지 천둥소리가 무지하게 요란하다.
2000. 4. 24.
06:00 기상, 눈, H.C. 구축하는 날(계획만), 하루종일 카레 머무름
밤새 천둥과 함께 눈이 내렸다.
새벽녘에 누군가 텐트의 눈을 치우고 있다.
기상하여 밖을 보니 10 Cm 이상 되는 눈이 쌓여있고 또 계속하여 내리고 있다.
누릉지로 아침을 먹고 쳉아 셀파와 상의 해보니 지금 상태로는
등반이 힘들겠다고 한다.
한 10시쯤 기상상태를 보고 결정하자고 한다.
기다려 봐야겠다.
결국 기상 때문에 등반을 하지 못하고 오늘밤에 임은고 선배와 이창식
선배와 팀을 분리하여 정상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내일 기상을 한번
더 보고 그때 결정할 것인지를 결론짓지 못하고 토론을 거듭했다.
나는 철수를 할지언정 어떻게든 정상을 한번이라도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혼자 속으로 두 선배들과 팀을 분리하는 것까지 계산에 넣고,
너무도 한스러워 맥주를 한 병 마셨다.
굉장히 취기가 돈다.
끊임없이 눈은 내리고 이러다 철수도 못할 정도로 눈이 와서 고립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B.C에 고립되어 있다.
바로 이것이구나, 아무리 체력적으로 가능해도 히말라야를 오른다는 것은
날씨가 좌우한다고...
어제도 하루종일, 오늘도 하루종일 Tent안에서 뭐하나...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안 오고 걱정이다.
이곳 Base Camp에는 한국, 일본, 미국, 영국, 싱가폴 등 5개국 팀이 모여있다.
우리 이전에는 2팀이 있었는데 그중 1개 팀(미국)은 23일 정상 공격에
성공하고 오늘 B.C로 오더니 탕낙으로 철수를 한단다.
정말 부럽다.
영국대는 끝까지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려 Mera Peak을 끝내고 아마랍쟈로 해서
임자체(아일랜드 픽)를 하나 더 등반하고 남체로 하산 할 예정이란다.
약 17일∼20일 일정인데 싱가폴에서 혼자 온 여성도 같은 일정이란다.
그들의 여유로움이 너무도 부러웠다.
일본대는 나이 드신 분들 4명으로서 탕낙에서 2일, B.C에서 2일, H.C.
등 여유 있는 일정이다.
우리는 전체 일정을 18일로 잡았는데 일본대는 30일 일정이란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아주 좋은 일정인 것 같다.
아∼∼∼ 심심해 미치겠다.
모처럼(?) 양치질이나 해야겠다.
2000. 4. 25.
High Camp 구축
조금 일찍 서둘러서 H.C. 구축에 나섰다.
우리가 B.C로 사용한 카레에서 730m 표고차가 있는 곳이다.
지도 상 카레라는 곳에서부터 눈이 많은 설사면을 계속 오른다.
몇 개팀이 H.C. 구축(자리다툼)에 나섰다.
마침 우리의 포터들이 열심히 운행 해 주어 메라 라를 거쳐 H.C.에 일찍 도착했다.
바위 밑 아늑한 곳에 텐트를 설치하고 옆 팀의 쿡 텐트를 같이 사용했다.
본격적으로 고도가 높아져서 인지 잘 먹히지도 않고, 또 나는 설사 증세가
있어 정로환을 복용하고 인삼, 버섯, 야채죽을 섞어 끓여서 먹었으나
한 컵도 먹지 못했다.
이제 오늘밤만 잘 버티고 새벽에 기상하여 컨디션이 좋아 정상을
무사히 밟아야 할텐데....
태윤과 함께 정상 공격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르는 길에 약 4∼5개의 작은 크레바스가 나타났다.
폭이 좁아서 그냥 뛰어서 건넌다.
메라라를 향하여 오르막길도 무척이나 지루하다.
계속되는 설사면을 건너 오르고 또한 메라라에 올라서니 계속되는
눈발과 가스가 차 오르자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든다.
Mera La에서 아마랍쟈를 거쳐 마칼루 방향으로 가면 추쿵을 거쳐 임자체란다.
약 12일간의 일정이 추가로 필요한 Treking 코스란다.
2000. 4. 26.
High camp - Mera peak(summit) - H.C. - base camp
02:00 시 기상, 최종 공격일
어제밤에 쳉아가 고소 때문에 일찍 텐트에 들어가 누웠는데 괜찮을까??
추운 날씨(영하 8도)에 장비 착용 등 모든 것이 귀찮다.
이창석 선배는 도저히 못 가겠다며 포기한단다.
최대한 짐을 줄이기 위해 물을 좀 적게 준비했다.
그리고 오늘 공격의 가장 큰 실수로 간식거리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탈진 증세까지 오고야 말았다.
새벽 3시경 숭늉과 누릉지 약간을 먹고 드디어 정상을 향하여 출발.
임은고 선배와 태윤을 1팀으로 쳉아와 함께 먼저 출발시키고, 강가에게
약을 먹인 후 나와함께 2팀으로 출발하는데 불빛 하나가 돌아오고 있다.
제발 태윤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다행히(?) 임은고 선배가 신발을 갈아 신으려고 오는 중이란다.
이제 셀파 2명과 우리 일행 3명이 꾸준히 걷고 또 걷는 정상 공격 길이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Mera Peak은 저 앞에 보이는데 조금 걸어서 다가가면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 같다.
2일 전에 내린 신설 등이 한번 밟으면 푹푹 빠지고 미끄러진다.
오늘 공격 시 탈진까지 오게 한 원인이 바로 이 신설 때문이리라.
군데군데 히든 크레바스가 나타난다.
오늘 정상을 공격하는 팀은 4개 팀인 것 같다.
B.C에서는 보지 못한 것 같은 프랑스대로 보이는 4인조가 선두 그룹이며,
우리 한국대가 두번째, 미국대 세번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싱가폴 여성팀이다.
우리 앞의 프랑스대가 칼날 능선에서 먼저 확보를 보아가며 오르고 있다.
원래 주된 루트가 있었는데 이번에 신설 등으로 많은 눈이 쌓여 모든
크레바스가 숨어버려 그 히든 크레바스를 피해 주변의 능선으로 루트를
변경하여 조심스레 오르고 또 오른다.
칼날 릿지 2개를 통과하는데 정말 무시무시하다.
쳉아와 임선배, 강가와 나 그리고 태윤이 각 2개조로 나뉘어 각 안자일렌을
하고 커니스 및 칼날능선을 통과한다.
누구 한사람이라도 미끄러져 떨어지면 어떻게 확보를 봐야할까?
앞에 조(쳉아와 임선배)도 문제가 있을 시 임선배가 제대로 확보를 볼 수 있을까?
강열한 태양빛과 복사열에 얼굴이 화끈화끈 타오른다.
아무래도 화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
새벽 출발 시에는 이중화의 이너부츠가 덜 마른 상태에서 신어서 인지
발가락 끝이 무척이나 시렵다.
꼭 동상에 걸릴 것만 같다.
신을 벗고 마른 양말로 갈아 신고도 싶었으나 귀찮아서 그냥 버텨보기로 한다.
태윤에게도 자꾸 발가락을 움직여서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준다.
이제 Mera Peak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너무도 힘이 들어 이제 더 이상 못 가겠다.
다른 팀들에게도 추월 당해 우리 앞으로 3팀이다.
앞의 상황을 살펴보니 정상 봉우리가 관건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정상까지 올라가 보자며 쳉아가 힘을 내란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정상으로 향하면서 바라보니 정상 바로 밑 부분까지는
가겠는데 급경사의 중앙봉이 도저히 가능할지 궁금하다.
다른 팀들도 모두 정상 봉우리 밑에서 사진을 찍고 끝내려는 분위기다.
나 역시 바로 밑에서 올라가며 저기까지만 가서 증명사진이나 찍고 와야겠다고
현 위치에 배낭을 벗어놓고 산악회 깃발만을 휴대한 채 올라갔다.
그러나 갑자기 앞에 있는 용감한 미국 팀이 그 정상 봉우리 급경사면을
확보를 보아가며 오르기 시작했다.
미약했던 나는 미국 팀의 도전에 다행히도 용기를 얻었다.
봉우리의 끝을 오르지 못한 채 돌아가는 것도 영 찜찜했을 법했는데....
내가 배낭을 벗어 둔 곳에서 태윤이 더 이상 못 가겠단다.
결국 싱가폴 여성의 가이드(앙까뮈도 이지점에서 포기)에게 태윤과
내 배낭을 맏기고 올랐다.
임선배, 나, 쳉아 3명이 안자일렌으로 확보를 보며 미국 팀이 올라간
길을 따라 약 20분을 고전한 끝에, 오후 1시경 H.C.를 출발한지
9시간 30여분만에 드디어 Mera의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험난했고 겁도 났다.
강열한 태양빛, 작지만 깊은 많은 크레바스.
앞서 오르던 임은고 선배가 크레바스에 빠지는 것을 쳉아가 구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없이 올랐기에 쳉아와 임선배의 카메라로 증명사진을 찍었다.
태윤이와 함께 이 정상에 올랐더라면 좋았을 봉우리, 정말로 아쉽다.
임선배님이 물과 미숫가루 등을 주어서 그것으로 탈진을 막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그 정상에는 같이 등반을 시도한 4개국 팀(일부 대원들이 빠졌지만)이
모두 올랐다.
정말로 모두에게 축하해주고, 또 축하 받고 싶은 순간이었다.
정상에서 약 30여분간을 환호해가며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도했다.
내려오는 길에 태윤과 합류하여 크레바스를 조심하고, 칼날능선을 주의 깊게
통과하며 H.C.를 향하는데 이 컴백길이 왜 이리도 길고 멀었는지 정말로
이 길을 올랐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는다.
H.C에 내려오니 많은 다른 팀들이 올라와서 서로 좋은 곳을 차지하려고
경쟁들이 대단하다.
아마도 모처럼 날씨가 좋아지니 한꺼번에 많은 팀들이 올라오게 되는 것 같다.
우리도 철수한다고 하니 자기들이 자리를 잡기 위하여 우리 텐트를
걷어주고 짐도 꾸려준단다.
아마도 4∼5개 팀이 정상 등정을 위해 들어온 것 같았다.
배낭을 메고 H.C.를 떠나며 다른 팀들에게 좋은 날씨와 행운을 빌어주고
카레(B.C.)로 향하는데 역시 오후가 되자 가스가 끼기 시작하는데
이 지점에서 환상방황에 걸리기 아주 십상이다.
등반을 하지 않은 이선배 먼저 그 다음 임선배, 그리고 나와 태윤이
순으로 하산하는데 태윤이 걱정이다.
제대로 고소가 온 것 같다.
태윤과 같이 내려오는데 태윤이 자꾸 처지면서 먼저 가란다.
나 역시도 너무 힘이 들고, 춥고 정신이 없으며, 셀파도 있으니 나는
내 페이스대로 나 먼저 하산을 재촉했다.
먼저 B.C에 도착하여 포터 1명에게 야채스프와 콜라 1캔을 들려서
태윤을 마중 보냈다.
어두워 지고 있어 걱정을 많이 하였으나 다행히도 어두워지기 전에
태윤을 만나서 같이 내려왔다.
춥고 누추하지만 이제는 행복하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Mera에게 안녕을 고해야할 것 같다.
Good bye MERA......
메라피크 등정하다.
2000. 4. 23.
카레 - Mera La - 카레 (고소적응 훈련)
06:20 기상, 날씨 흐림
Tent에서 눈을 뜨니 쳉아가 Tea를 한잔 갖다 준다.
이어 날씨가 안 좋으니 계획을 변경하여 오늘 하루를 더 머물고
내일 등반을 시도하잔다.
태윤의 상태가 확실하지 않아, 동의하고 아침 식사 후
Mera La(5,200m)를 다녀 오기로 했다.
걱정했던 태윤의 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머리가 약간 띵한 정도야 나도 마찬가지.
그러나 내일은 또 다른 컨디션이 되면 어떻게 하지?
오늘 올라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더구나 메라 라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H.C.인데...
여기까지 와서 다시 내려가려니 정말 짜증난다.
약 3시간 30분 걸려 돌아와서 점심준비를 하는데 또 진눈개비가 내린다.
(점심은 감자와 계란을 삶아 먹음)
카레로 돌아와 무료한 시간을 할 일 없이 보낸다.
짓눈개비가 내리니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텐트에서 낮잠을 조금 잤다.
임은고 선배가 고소 때문에 고통을 호소한다.
약을 먹도록 하고 저녁식사로 우거지국, 고추참치, 깻잎 등을 먹었다.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누우니 낮잠 잔 것과 고소 때문인지 잠이 안 온다.
밤새 뒤척이는데 하늘과 가까워서인지 천둥소리가 무지하게 요란하다.
2000. 4. 24.
06:00 기상, 눈, H.C. 구축하는 날(계획만), 하루종일 카레 머무름
밤새 천둥과 함께 눈이 내렸다.
새벽녘에 누군가 텐트의 눈을 치우고 있다.
기상하여 밖을 보니 10 Cm 이상 되는 눈이 쌓여있고 또 계속하여 내리고 있다.
누릉지로 아침을 먹고 쳉아 셀파와 상의 해보니 지금 상태로는
등반이 힘들겠다고 한다.
한 10시쯤 기상상태를 보고 결정하자고 한다.
기다려 봐야겠다.
결국 기상 때문에 등반을 하지 못하고 오늘밤에 임은고 선배와 이창식
선배와 팀을 분리하여 정상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내일 기상을 한번
더 보고 그때 결정할 것인지를 결론짓지 못하고 토론을 거듭했다.
나는 철수를 할지언정 어떻게든 정상을 한번이라도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혼자 속으로 두 선배들과 팀을 분리하는 것까지 계산에 넣고,
너무도 한스러워 맥주를 한 병 마셨다.
굉장히 취기가 돈다.
끊임없이 눈은 내리고 이러다 철수도 못할 정도로 눈이 와서 고립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B.C에 고립되어 있다.
바로 이것이구나, 아무리 체력적으로 가능해도 히말라야를 오른다는 것은
날씨가 좌우한다고...
어제도 하루종일, 오늘도 하루종일 Tent안에서 뭐하나...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안 오고 걱정이다.
이곳 Base Camp에는 한국, 일본, 미국, 영국, 싱가폴 등 5개국 팀이 모여있다.
우리 이전에는 2팀이 있었는데 그중 1개 팀(미국)은 23일 정상 공격에
성공하고 오늘 B.C로 오더니 탕낙으로 철수를 한단다.
정말 부럽다.
영국대는 끝까지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려 Mera Peak을 끝내고 아마랍쟈로 해서
임자체(아일랜드 픽)를 하나 더 등반하고 남체로 하산 할 예정이란다.
약 17일∼20일 일정인데 싱가폴에서 혼자 온 여성도 같은 일정이란다.
그들의 여유로움이 너무도 부러웠다.
일본대는 나이 드신 분들 4명으로서 탕낙에서 2일, B.C에서 2일, H.C.
등 여유 있는 일정이다.
우리는 전체 일정을 18일로 잡았는데 일본대는 30일 일정이란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아주 좋은 일정인 것 같다.
아∼∼∼ 심심해 미치겠다.
모처럼(?) 양치질이나 해야겠다.
2000. 4. 25.
High Camp 구축
조금 일찍 서둘러서 H.C. 구축에 나섰다.
우리가 B.C로 사용한 카레에서 730m 표고차가 있는 곳이다.
지도 상 카레라는 곳에서부터 눈이 많은 설사면을 계속 오른다.
몇 개팀이 H.C. 구축(자리다툼)에 나섰다.
마침 우리의 포터들이 열심히 운행 해 주어 메라 라를 거쳐 H.C.에 일찍 도착했다.
바위 밑 아늑한 곳에 텐트를 설치하고 옆 팀의 쿡 텐트를 같이 사용했다.
본격적으로 고도가 높아져서 인지 잘 먹히지도 않고, 또 나는 설사 증세가
있어 정로환을 복용하고 인삼, 버섯, 야채죽을 섞어 끓여서 먹었으나
한 컵도 먹지 못했다.
이제 오늘밤만 잘 버티고 새벽에 기상하여 컨디션이 좋아 정상을
무사히 밟아야 할텐데....
태윤과 함께 정상 공격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르는 길에 약 4∼5개의 작은 크레바스가 나타났다.
폭이 좁아서 그냥 뛰어서 건넌다.
메라라를 향하여 오르막길도 무척이나 지루하다.
계속되는 설사면을 건너 오르고 또한 메라라에 올라서니 계속되는
눈발과 가스가 차 오르자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든다.
Mera La에서 아마랍쟈를 거쳐 마칼루 방향으로 가면 추쿵을 거쳐 임자체란다.
약 12일간의 일정이 추가로 필요한 Treking 코스란다.
2000. 4. 26.
High camp - Mera peak(summit) - H.C. - base camp
02:00 시 기상, 최종 공격일
어제밤에 쳉아가 고소 때문에 일찍 텐트에 들어가 누웠는데 괜찮을까??
추운 날씨(영하 8도)에 장비 착용 등 모든 것이 귀찮다.
이창석 선배는 도저히 못 가겠다며 포기한단다.
최대한 짐을 줄이기 위해 물을 좀 적게 준비했다.
그리고 오늘 공격의 가장 큰 실수로 간식거리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탈진 증세까지 오고야 말았다.
새벽 3시경 숭늉과 누릉지 약간을 먹고 드디어 정상을 향하여 출발.
임은고 선배와 태윤을 1팀으로 쳉아와 함께 먼저 출발시키고, 강가에게
약을 먹인 후 나와함께 2팀으로 출발하는데 불빛 하나가 돌아오고 있다.
제발 태윤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다행히(?) 임은고 선배가 신발을 갈아 신으려고 오는 중이란다.
이제 셀파 2명과 우리 일행 3명이 꾸준히 걷고 또 걷는 정상 공격 길이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Mera Peak은 저 앞에 보이는데 조금 걸어서 다가가면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 같다.
2일 전에 내린 신설 등이 한번 밟으면 푹푹 빠지고 미끄러진다.
오늘 공격 시 탈진까지 오게 한 원인이 바로 이 신설 때문이리라.
군데군데 히든 크레바스가 나타난다.
오늘 정상을 공격하는 팀은 4개 팀인 것 같다.
B.C에서는 보지 못한 것 같은 프랑스대로 보이는 4인조가 선두 그룹이며,
우리 한국대가 두번째, 미국대 세번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싱가폴 여성팀이다.
우리 앞의 프랑스대가 칼날 능선에서 먼저 확보를 보아가며 오르고 있다.
원래 주된 루트가 있었는데 이번에 신설 등으로 많은 눈이 쌓여 모든
크레바스가 숨어버려 그 히든 크레바스를 피해 주변의 능선으로 루트를
변경하여 조심스레 오르고 또 오른다.
칼날 릿지 2개를 통과하는데 정말 무시무시하다.
쳉아와 임선배, 강가와 나 그리고 태윤이 각 2개조로 나뉘어 각 안자일렌을
하고 커니스 및 칼날능선을 통과한다.
누구 한사람이라도 미끄러져 떨어지면 어떻게 확보를 봐야할까?
앞에 조(쳉아와 임선배)도 문제가 있을 시 임선배가 제대로 확보를 볼 수 있을까?
강열한 태양빛과 복사열에 얼굴이 화끈화끈 타오른다.
아무래도 화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
새벽 출발 시에는 이중화의 이너부츠가 덜 마른 상태에서 신어서 인지
발가락 끝이 무척이나 시렵다.
꼭 동상에 걸릴 것만 같다.
신을 벗고 마른 양말로 갈아 신고도 싶었으나 귀찮아서 그냥 버텨보기로 한다.
태윤에게도 자꾸 발가락을 움직여서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준다.
이제 Mera Peak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너무도 힘이 들어 이제 더 이상 못 가겠다.
다른 팀들에게도 추월 당해 우리 앞으로 3팀이다.
앞의 상황을 살펴보니 정상 봉우리가 관건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정상까지 올라가 보자며 쳉아가 힘을 내란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정상으로 향하면서 바라보니 정상 바로 밑 부분까지는
가겠는데 급경사의 중앙봉이 도저히 가능할지 궁금하다.
다른 팀들도 모두 정상 봉우리 밑에서 사진을 찍고 끝내려는 분위기다.
나 역시 바로 밑에서 올라가며 저기까지만 가서 증명사진이나 찍고 와야겠다고
현 위치에 배낭을 벗어놓고 산악회 깃발만을 휴대한 채 올라갔다.
그러나 갑자기 앞에 있는 용감한 미국 팀이 그 정상 봉우리 급경사면을
확보를 보아가며 오르기 시작했다.
미약했던 나는 미국 팀의 도전에 다행히도 용기를 얻었다.
봉우리의 끝을 오르지 못한 채 돌아가는 것도 영 찜찜했을 법했는데....
내가 배낭을 벗어 둔 곳에서 태윤이 더 이상 못 가겠단다.
결국 싱가폴 여성의 가이드(앙까뮈도 이지점에서 포기)에게 태윤과
내 배낭을 맏기고 올랐다.
임선배, 나, 쳉아 3명이 안자일렌으로 확보를 보며 미국 팀이 올라간
길을 따라 약 20분을 고전한 끝에, 오후 1시경 H.C.를 출발한지
9시간 30여분만에 드디어 Mera의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험난했고 겁도 났다.
강열한 태양빛, 작지만 깊은 많은 크레바스.
앞서 오르던 임은고 선배가 크레바스에 빠지는 것을 쳉아가 구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없이 올랐기에 쳉아와 임선배의 카메라로 증명사진을 찍었다.
태윤이와 함께 이 정상에 올랐더라면 좋았을 봉우리, 정말로 아쉽다.
임선배님이 물과 미숫가루 등을 주어서 그것으로 탈진을 막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그 정상에는 같이 등반을 시도한 4개국 팀(일부 대원들이 빠졌지만)이
모두 올랐다.
정말로 모두에게 축하해주고, 또 축하 받고 싶은 순간이었다.
정상에서 약 30여분간을 환호해가며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도했다.
내려오는 길에 태윤과 합류하여 크레바스를 조심하고, 칼날능선을 주의 깊게
통과하며 H.C.를 향하는데 이 컴백길이 왜 이리도 길고 멀었는지 정말로
이 길을 올랐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는다.
H.C에 내려오니 많은 다른 팀들이 올라와서 서로 좋은 곳을 차지하려고
경쟁들이 대단하다.
아마도 모처럼 날씨가 좋아지니 한꺼번에 많은 팀들이 올라오게 되는 것 같다.
우리도 철수한다고 하니 자기들이 자리를 잡기 위하여 우리 텐트를
걷어주고 짐도 꾸려준단다.
아마도 4∼5개 팀이 정상 등정을 위해 들어온 것 같았다.
배낭을 메고 H.C.를 떠나며 다른 팀들에게 좋은 날씨와 행운을 빌어주고
카레(B.C.)로 향하는데 역시 오후가 되자 가스가 끼기 시작하는데
이 지점에서 환상방황에 걸리기 아주 십상이다.
등반을 하지 않은 이선배 먼저 그 다음 임선배, 그리고 나와 태윤이
순으로 하산하는데 태윤이 걱정이다.
제대로 고소가 온 것 같다.
태윤과 같이 내려오는데 태윤이 자꾸 처지면서 먼저 가란다.
나 역시도 너무 힘이 들고, 춥고 정신이 없으며, 셀파도 있으니 나는
내 페이스대로 나 먼저 하산을 재촉했다.
먼저 B.C에 도착하여 포터 1명에게 야채스프와 콜라 1캔을 들려서
태윤을 마중 보냈다.
어두워 지고 있어 걱정을 많이 하였으나 다행히도 어두워지기 전에
태윤을 만나서 같이 내려왔다.
춥고 누추하지만 이제는 행복하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Mera에게 안녕을 고해야할 것 같다.
Good bye MERA......
출처 : 설벽산악회
글쓴이 : 히말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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