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입니다.
2000년 봄 박태윤과 함께 어떤 노인(?) 두분 모시고 원정길에 나섰던
메라피크(유럽에선 가장 유명한 트레킹 픽 대상임)라는 산을 등반하고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메모수첩 뒤적거려 등반기를 써 봅니다.
(제1부)
메라피크(Mera peak)를 향하여....
2000. 4. 15.(토)
07:00 김포공항 제2청사 집결
08:50 出發 SEL - HGK (4시간 소요) - KTM (4시간 30분 소요)
김포를 출발 약 4시간이 소요되니 홍콩의 빅토리아 국제공항에 착륙한다.
이전에는 카이탁(啓德) 국제공항을 사용했었는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직후
이 빅토리아 공항을 이용하는데 카이탁 공항보다 훨씬 깨끗하고
굉장히 시설이 잘 되어있다.
또한 이제는 경찰이 아닌 군인들이 요소 요소를 지키고 있어 경비가
아주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비싼 우동을 한 그릇씩 먹으며 약 3시간 30분 정도 기다려 RA410(로얄 네팔항공)
으로 갈아탔는데 비행기 안에는 세계 각 국의 트레커들로 가득 차있다.
이륙한지 약 5시간이 채 못 걸려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입국장 앞에 줄을 서서 비자 발급을 신청하니(비자피, 1인 30$) Tip을 요구한다.
전에도 경험 했었던 터라 미리 준비한 5$을 주니 4명 모두 무난히 통과 통과... (아임쏘리)
화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쳉아가 마중 나와 있다.
역시 매케한 매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곡예운전을 하는 봉고차에 짐을 싣고 라이라이 호텔에 여장을 풀고
샤워 후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2000. 4. 16.
카트만두, 등반 허가 등 수속, 장비, 식량 구입, 쳉아 집
한국과 3시간 15분의 시차 때문에 일찍 잠이 깼다.
오늘은 부족한 장비와 식량을 구입하고 입산과 등반 허가를 받기
위한 수속을 하는 날
쳉아의 멀티어드벤쳐 사무실로 가서 일정 의논 및 1인당 비용을
계산해서 3,752$를 건네줬다. (1$ = 69.80Rs)
타멜에 있는 장비점들을 뒤져서 워킹용 피켈, 스틱, GAS 등 장비와
태윤이 선그라스와 햄, 통조림, 빵 등 부족한 식량을 구입했다.
태윤이를 관광 시켜주기 위해 거리제로 요금을 계산하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힌두 사원인 파슈파티나트로 갔다.
작년에 들렀을 때는 1명의 시신을 화장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5명이나 화장 중이거나 또는 화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감이 교차함을 느끼면서 보다나트로 갔다.
전엔 입장료가 없었는데 지금은 50루피를 내란다.
100루피에 3명이 들어가서 촬영 등을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왔다.
쳉아의 초대로 집에 가니 똥바, 창, 럭시 등 네팔의 토속 술과
후라이드치킨, 달밭 등으로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약간의 취기를 느낄 때쯤 호텔로 돌아와 태윤과 얘기를 나누다 z z z.
2000. 4. 17.
06:00 기상 후 조식
07:00 호텔 출발
09:00 To Lukla : 55Kg, 3,100Rs
KTM - LUKLA 왕복 182$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에서 20인승 경비행기에 올랐다.
오늘은 일기가 안정되어있는 관계로 정시에 이륙을 하였다.
예전에 본 것과 같이 역시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산들이 눈에 들어오자 또다시 마음이 설레인다.
자갈밭 활주로의 루크라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다.
같이 탄 승객 모두가 박수로서 기장을 격려한다.
이제 이 비행장도 내년이면 아스팔트로 포장이 된다고 한다.
오늘은 더 이상의 운항은 없다.
루크라 공항 옆에 있는 SHERPA LODGE에 여장을 풀고 나니 10:00시.
쳉아, 강가와 의논을 마치고 오늘은 여기서 푹 쉬기로 한다.
이제 서서히 고소에 대한 걱정을 할 때가 다가온다.
2000. 4. 18.
루크라(11:20) - 추탕가(13:50, 3,400m)
포터 1인 350Rs로 고용
포터 수배가 늦어져 루크라에서 늦게야 출발했다.
어차피 오늘은 고소 적응을 위해 추탕가 까지만 올라가면 된다.
3시간이 조금 못 걸려 추탕가에 도착하고, 아주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 가에 텐트를 설치하고 점심식사 후 휴식(고소적응)을 취했다.
하루종일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후 시간 내내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하니 등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알프스의 휴양지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일찍 먹고 Tea house에서 소주1팩과 럼 2병을 마시며
얘기꽃을 피우다 20:0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2000. 4. 19.
추탕가 - 키르키뎅 - 차타르바고개 - 차타르바
05:30 기상하여 라면과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한 후 07:30 출발
계속되는 오르막의 깔딱고개라 지그재그로 오르는데 무척이나 힘이 든다.
쉬엄쉬엄 올라 09:45에 약 4,000m 지점에 도착하니 Tea house 1채가 있고
이곳이 키르키뎅(약 4,000m) 이란다.
뒤로는 누부루 산이 아름답다(순다리).
죽과 짜파티로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데 이후로는 설사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중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
차타르바 라(4,500m)를 넘어 차타르바(4,200m)로 가야 하는데 이 구간은
만년설 구간이다.
차타르바 라까지 오르는 길은 역시 상당한 급경사의 설사면 인데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보니 차타르바 Pass(4,500m)다.
이곳에서 차타르바 까지는 다시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철수하는 길에 다시 오를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산행 중에 비스켓과 건과일을 먹고 물을 계속 마셔대는데 너무도 힘이든다.
뒷골이 약간 띵하고 4,400m 대에서는 명치 있는 곳이 답답하다.
고소일까? 체한걸까? 아님 위염???
점심 식사 후 불안하여 타이레놀과 소화제(아진탈)를 미리 먹었었는데.....
선두에 서서 15:05에 차타르바에 도착하여 미니롯지(도미토리)를 예약했다.
블랙티를 주문하고 일행을 기다린다.
눈은 내리는데 포터들이 카바를 씌우지 않고 짐을 그대로 지고 와
꽤 많은 짐들이 젖어있다.
또한 한명의 포터가 고소를 느꼈는지 힘들어하며 짐을 떨어뜨려
다시 내려가서 주워오느라 상당히 늦게야 도착했다.
럭시 한 병으로 태윤과 둘이서 나눠 마셨는데 머리가 띵하다.
밥은 도저히 먹히지 않을 것 같아 인삼죽을 끊여 먹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뒷골은 땡기고, 큰일이다.
오늘 너무 무리한 것인지?
전과 달리 높은 고도를 한꺼번에 올렸기 때문일까?
괜찮아야 할텐데...
2000. 4. 20.
차타르바 - 홍쿠콜라(강) - 코오테
06:00 기상
간밤에 너무도 골이 아파 잠을 못잤다.
앞골, 뒷골이 다 땡긴다.
태윤이도 어지러워 죽겠단다.
당연히 고소가 온 것일텐데 혹시라도 감기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태윤에게는 종합감기약을 먹이고 오늘은 4,200m에서 3,550m로
고도를 낮추는 날이니 나와 태윤이 역시 괜찮아 질 것을 기대한다.
롯지를 나와 내려가는 길이 사태지역으로 상당한 거리를 계속 내려가야만 한다.
돌아가는 길에 이곳을 다시 오를 것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너무도 끔찍하고
내려가기 싫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러면서 고소에 적응이 되어 가는 것 같다.
2시간 30분 정도 계속되는 내리막길에 지루하다 싶을 때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가 나타나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의 목표는 코오테(3,550m)다.
원래는 꼴라(작은 강)를 따라 있던 좋은 길이 있었는데 위에서
댐이 무너지면서 쓸려 내려가 새로운 길을 냈단다.
전망도 없는 길이 꽤나 지루하게 이어진다.
다시 3시간 후에야 코요테 도착했다.
이곳에선 롯지가 없어 Tent에서 잠을 자기로 한다.
오늘도 역시 오후만 되면 비가 온다.
아침이면 그렇게도 맑았던 날씨가 11시∼12시쯤이면 아래서
구름이 몰려 올라오고 이후 천둥을 동반하며 2∼4시면 반드시 비가 온다.
이제 조금 더 고도를 높이면 이게 비가 아니고 눈이겠지???
코요테에 도착할 무렵 태윤이는 골 아픈 것이 괜찮아졌단다.
나도 역시 골 아픈 것이 조금은 덜한 것 같다.
역시 다름 아닌 고소증세였던 것 같다.
이제 술도 그만 마셔야겠다.
담배만 피워봐도 가슴이 답답하다.
잘 빨리지도 않고 맛도 없다.
그러나 할 일은 없고 심심하니 또 피우게된다.
2000. 4. 21.
코오테 - 카르카 - 탕낙
06:00시에 기상하여 미역국으로 아침을 했다.
확실히 어제의 골이 아픈 증세는 고소의 영향이 맞는 것 같다.
4,500m 대까지 고도를 급격히 높였더니 고소증이 생겼다가 다시
고도를 3,500m 대로 낮추니 고소증이 해소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차 고소에는 적응이 되는 것이다.
이제 해발 5,000m 대에서 한번 더 고소를 격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는 그동안 훈련이 안된 것이 느껴진다.
종아리에 약간의 알이 박인 것 같다.
앞으로도 8∼9일은 더 걸어야 할텐데 벌써 종아리에 힘이 드니
급경사 오르막길이 걱정된다.
어쨌든 오늘은 좋은 컨디션에서 트레킹 출발이다.
07:30에 출발하여 오늘 중식 예정지인 카르카에 10:00에 도착했다.
오르던 중에 강가로 2팀이 나눠져 왔기에 점심 예정지를 지나서야 합류하게되어
그냥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오늘의 종착지인 탕낙으로 향하기로 했다.
코오테(3,550m)를 출발하여 다시 표고 4,260m의 탕낙으로 고도를 높이면서
이제는 고소에 잘 적응이 되어 있기를 바라면서 트레킹을 계속한다.
역시나 오후가 되자 또 날씨는 흐려지고 아래서부터 바람이 불어 올라오면서
내 뒤통수를 때린다.
고아 자켓만을 입고 모자를 쓰고 바람을 막아본다.
트레킹 중 구름이 잠깐 비껴 갔을 때 왼쪽으로부터 탐세르쿠, 쿠숨캉구르,
챠르파티 등 아름다운 산들이 보인다.
태윤이가 앵글을 갖다대어 몇 장 찍었다.
탕낙에 거의 다 도착하는데 왼쪽으로 탐세르쿠 B.C 가는 길이란다.
언제 나도 7,000m대를 올라볼 수 있을까?
오늘 종일토록 걷는 길은 홍구 콜라(작은강)로서 예전에 작은 강이었던 것이 1998년 9월에 마을 위에 있는 큰 호수가 무너지면서 지금은 코시(큰강)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강폭은 상당히 크지만 흐르는 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태의 여파인지 지금도 강 양쪽으로는 돌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오늘도 트레킹 중에 건너편에서 천둥소리가 들리기에 쳐다보니 강가의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목격되었다.
오후 1시경 탕낙에 도착하여 한 롯지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점심으로는 삶은 감자와 계란으로 하고, 저녁은 우거지국과 생선 통조림으로 준비하도록 쳉아에게 지시했다.
오늘 남은 시간은 푹 쉬면서 고소에나 잘 적응해야겠다.
저녁이 되어 약간의 체기가 있는 것 같아 소화제를 복용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4,000m대의 높이만 올라오면 꼭 한번씩은
체기가 있다.
주변을 조금 산책하는데 금방 숨이 가쁘다.
빨리 고소에 잘 적응되기만을 바라본다.
휴식을 취하며 일정을 확인해본다.
4. 21. 탕낙
4. 22. 카레(B.C)
4. 23. Set up High Camp
4. 24.∼25. Summit and 카레
4. 26. 코오테
4. 27. 차타르바
4. 28. 루크라
4. 29. 카트만두
위와 같이만 실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레에서 고소적응만 잘 된다면 다음날 바로 캠프 구축하고
정상 공격을 시도할텐데.....
태윤이가 머리에 열이 좀 있기에 따뜻이 잘 보온을 시키고 약을
먹도록 한다.(태윤아 절대 지금 감기에 걸리면 안돼!!!)
쳉아가 오늘 저녁은 네팔식으로 하잔다.
2000. 4. 22.
탕낙 - 카레(Base camp)
06:00에 기상하여 라면을 먹는데 면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국물만 조금 마시고 짐을 꾸린 후 카레(4,860m)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우리가 오를 Mera가 보이고 뒤로는 짜르파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배경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가며 오르는데 뒷골이 약간 띵하다.
한 고개를 올라서면 될 것 같았는데 또 한 고개가 나타나고 더 멀고
지루한 오름길이다.
숨은 차고, 뒷골은 땡기고, 발은 아프고, 햇볕은 내리쬐고,
악조건 속에 셀파의 지시대로 미스터리(천천히), 미스터리 걷는다.
쳉아가 한국말로 "빨리 안돼, 천천히 천천히"를 외친다
빨리 걷고 싶어도 못 걷겠다.
사진 찍으며 조금 쉬고, 물 마시며 조금 쉬고 또 숨이 가빠 조금 쉬며
꾸준히 시나브로 오르니 Base Camp로 사용되는 카레다(3시간 소요)
Tent 칠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포터들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무척이나 쌀쌀하다.
건포도 등 간식을 먹으며 오늘 오후부터는 일기가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데
또 아래로부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오후만 되면 여전히 흐려지면서 한바탕 쏟아 부으니
정말이지 춥고 구질구질해서 못 견디겠다.
미니 롯지(Tea house)에서 따또바니(뜨거운 물)를 주문해 우리가
준비해간 커피믹서를 타서 마시니 꽤 마실만 하다.
롯지의 여주인(사우니)에게 손톱깍기 하나를 선물로 주고 롯지
안에서 우리들의 포터가 오기를 기다린다.
약간 숨이 차고 춥기는 하나 고소는 조금 적응이 된 것 같다.
약간 띵하긴 하지만 이젠 견딜만하다.
내일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면 고소가 완전히 적응이 될까?
당장 식사가 걱정이 된다.
소화가 안되고 체하면 어떻하지???
탕낙(4,260m), 카레(4,870m), High camp(5,600m), Summit(6,421m)
이곳 Base camp에서 정상까지는 1,550m의 표고차다
내일(22일)부터 4일간의 계획에 대하여 열띤 토론 끝에 내일 H. C.,
모레 정상 공격으로 결론을 냈다.
그래야 실패할 시 한번이라도 더 정상을 노려볼 만한 기회가 주어지니까...
Good Luck, Good Wether를 기대하며 오후 8:45 잠자리에 들었다.
PS : 넘 긴 장편이라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겠지만 나쁜 머리로
옛날을 기억하며 조심스레 작성한 등반기니 심심할때 읽어보세요
잠시후 제2부가 출발합니다.
2000년 봄 박태윤과 함께 어떤 노인(?) 두분 모시고 원정길에 나섰던
메라피크(유럽에선 가장 유명한 트레킹 픽 대상임)라는 산을 등반하고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메모수첩 뒤적거려 등반기를 써 봅니다.
(제1부)
메라피크(Mera peak)를 향하여....
2000. 4. 15.(토)
07:00 김포공항 제2청사 집결
08:50 出發 SEL - HGK (4시간 소요) - KTM (4시간 30분 소요)
김포를 출발 약 4시간이 소요되니 홍콩의 빅토리아 국제공항에 착륙한다.
이전에는 카이탁(啓德) 국제공항을 사용했었는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직후
이 빅토리아 공항을 이용하는데 카이탁 공항보다 훨씬 깨끗하고
굉장히 시설이 잘 되어있다.
또한 이제는 경찰이 아닌 군인들이 요소 요소를 지키고 있어 경비가
아주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비싼 우동을 한 그릇씩 먹으며 약 3시간 30분 정도 기다려 RA410(로얄 네팔항공)
으로 갈아탔는데 비행기 안에는 세계 각 국의 트레커들로 가득 차있다.
이륙한지 약 5시간이 채 못 걸려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입국장 앞에 줄을 서서 비자 발급을 신청하니(비자피, 1인 30$) Tip을 요구한다.
전에도 경험 했었던 터라 미리 준비한 5$을 주니 4명 모두 무난히 통과 통과... (아임쏘리)
화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쳉아가 마중 나와 있다.
역시 매케한 매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곡예운전을 하는 봉고차에 짐을 싣고 라이라이 호텔에 여장을 풀고
샤워 후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2000. 4. 16.
카트만두, 등반 허가 등 수속, 장비, 식량 구입, 쳉아 집
한국과 3시간 15분의 시차 때문에 일찍 잠이 깼다.
오늘은 부족한 장비와 식량을 구입하고 입산과 등반 허가를 받기
위한 수속을 하는 날
쳉아의 멀티어드벤쳐 사무실로 가서 일정 의논 및 1인당 비용을
계산해서 3,752$를 건네줬다. (1$ = 69.80Rs)
타멜에 있는 장비점들을 뒤져서 워킹용 피켈, 스틱, GAS 등 장비와
태윤이 선그라스와 햄, 통조림, 빵 등 부족한 식량을 구입했다.
태윤이를 관광 시켜주기 위해 거리제로 요금을 계산하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힌두 사원인 파슈파티나트로 갔다.
작년에 들렀을 때는 1명의 시신을 화장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5명이나 화장 중이거나 또는 화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감이 교차함을 느끼면서 보다나트로 갔다.
전엔 입장료가 없었는데 지금은 50루피를 내란다.
100루피에 3명이 들어가서 촬영 등을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왔다.
쳉아의 초대로 집에 가니 똥바, 창, 럭시 등 네팔의 토속 술과
후라이드치킨, 달밭 등으로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약간의 취기를 느낄 때쯤 호텔로 돌아와 태윤과 얘기를 나누다 z z z.
2000. 4. 17.
06:00 기상 후 조식
07:00 호텔 출발
09:00 To Lukla : 55Kg, 3,100Rs
KTM - LUKLA 왕복 182$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에서 20인승 경비행기에 올랐다.
오늘은 일기가 안정되어있는 관계로 정시에 이륙을 하였다.
예전에 본 것과 같이 역시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산들이 눈에 들어오자 또다시 마음이 설레인다.
자갈밭 활주로의 루크라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다.
같이 탄 승객 모두가 박수로서 기장을 격려한다.
이제 이 비행장도 내년이면 아스팔트로 포장이 된다고 한다.
오늘은 더 이상의 운항은 없다.
루크라 공항 옆에 있는 SHERPA LODGE에 여장을 풀고 나니 10:00시.
쳉아, 강가와 의논을 마치고 오늘은 여기서 푹 쉬기로 한다.
이제 서서히 고소에 대한 걱정을 할 때가 다가온다.
2000. 4. 18.
루크라(11:20) - 추탕가(13:50, 3,400m)
포터 1인 350Rs로 고용
포터 수배가 늦어져 루크라에서 늦게야 출발했다.
어차피 오늘은 고소 적응을 위해 추탕가 까지만 올라가면 된다.
3시간이 조금 못 걸려 추탕가에 도착하고, 아주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 가에 텐트를 설치하고 점심식사 후 휴식(고소적응)을 취했다.
하루종일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후 시간 내내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하니 등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알프스의 휴양지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일찍 먹고 Tea house에서 소주1팩과 럼 2병을 마시며
얘기꽃을 피우다 20:0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2000. 4. 19.
추탕가 - 키르키뎅 - 차타르바고개 - 차타르바
05:30 기상하여 라면과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한 후 07:30 출발
계속되는 오르막의 깔딱고개라 지그재그로 오르는데 무척이나 힘이 든다.
쉬엄쉬엄 올라 09:45에 약 4,000m 지점에 도착하니 Tea house 1채가 있고
이곳이 키르키뎅(약 4,000m) 이란다.
뒤로는 누부루 산이 아름답다(순다리).
죽과 짜파티로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데 이후로는 설사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중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
차타르바 라(4,500m)를 넘어 차타르바(4,200m)로 가야 하는데 이 구간은
만년설 구간이다.
차타르바 라까지 오르는 길은 역시 상당한 급경사의 설사면 인데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보니 차타르바 Pass(4,500m)다.
이곳에서 차타르바 까지는 다시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철수하는 길에 다시 오를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산행 중에 비스켓과 건과일을 먹고 물을 계속 마셔대는데 너무도 힘이든다.
뒷골이 약간 띵하고 4,400m 대에서는 명치 있는 곳이 답답하다.
고소일까? 체한걸까? 아님 위염???
점심 식사 후 불안하여 타이레놀과 소화제(아진탈)를 미리 먹었었는데.....
선두에 서서 15:05에 차타르바에 도착하여 미니롯지(도미토리)를 예약했다.
블랙티를 주문하고 일행을 기다린다.
눈은 내리는데 포터들이 카바를 씌우지 않고 짐을 그대로 지고 와
꽤 많은 짐들이 젖어있다.
또한 한명의 포터가 고소를 느꼈는지 힘들어하며 짐을 떨어뜨려
다시 내려가서 주워오느라 상당히 늦게야 도착했다.
럭시 한 병으로 태윤과 둘이서 나눠 마셨는데 머리가 띵하다.
밥은 도저히 먹히지 않을 것 같아 인삼죽을 끊여 먹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뒷골은 땡기고, 큰일이다.
오늘 너무 무리한 것인지?
전과 달리 높은 고도를 한꺼번에 올렸기 때문일까?
괜찮아야 할텐데...
2000. 4. 20.
차타르바 - 홍쿠콜라(강) - 코오테
06:00 기상
간밤에 너무도 골이 아파 잠을 못잤다.
앞골, 뒷골이 다 땡긴다.
태윤이도 어지러워 죽겠단다.
당연히 고소가 온 것일텐데 혹시라도 감기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태윤에게는 종합감기약을 먹이고 오늘은 4,200m에서 3,550m로
고도를 낮추는 날이니 나와 태윤이 역시 괜찮아 질 것을 기대한다.
롯지를 나와 내려가는 길이 사태지역으로 상당한 거리를 계속 내려가야만 한다.
돌아가는 길에 이곳을 다시 오를 것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너무도 끔찍하고
내려가기 싫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러면서 고소에 적응이 되어 가는 것 같다.
2시간 30분 정도 계속되는 내리막길에 지루하다 싶을 때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가 나타나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의 목표는 코오테(3,550m)다.
원래는 꼴라(작은 강)를 따라 있던 좋은 길이 있었는데 위에서
댐이 무너지면서 쓸려 내려가 새로운 길을 냈단다.
전망도 없는 길이 꽤나 지루하게 이어진다.
다시 3시간 후에야 코요테 도착했다.
이곳에선 롯지가 없어 Tent에서 잠을 자기로 한다.
오늘도 역시 오후만 되면 비가 온다.
아침이면 그렇게도 맑았던 날씨가 11시∼12시쯤이면 아래서
구름이 몰려 올라오고 이후 천둥을 동반하며 2∼4시면 반드시 비가 온다.
이제 조금 더 고도를 높이면 이게 비가 아니고 눈이겠지???
코요테에 도착할 무렵 태윤이는 골 아픈 것이 괜찮아졌단다.
나도 역시 골 아픈 것이 조금은 덜한 것 같다.
역시 다름 아닌 고소증세였던 것 같다.
이제 술도 그만 마셔야겠다.
담배만 피워봐도 가슴이 답답하다.
잘 빨리지도 않고 맛도 없다.
그러나 할 일은 없고 심심하니 또 피우게된다.
2000. 4. 21.
코오테 - 카르카 - 탕낙
06:00시에 기상하여 미역국으로 아침을 했다.
확실히 어제의 골이 아픈 증세는 고소의 영향이 맞는 것 같다.
4,500m 대까지 고도를 급격히 높였더니 고소증이 생겼다가 다시
고도를 3,500m 대로 낮추니 고소증이 해소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차 고소에는 적응이 되는 것이다.
이제 해발 5,000m 대에서 한번 더 고소를 격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는 그동안 훈련이 안된 것이 느껴진다.
종아리에 약간의 알이 박인 것 같다.
앞으로도 8∼9일은 더 걸어야 할텐데 벌써 종아리에 힘이 드니
급경사 오르막길이 걱정된다.
어쨌든 오늘은 좋은 컨디션에서 트레킹 출발이다.
07:30에 출발하여 오늘 중식 예정지인 카르카에 10:00에 도착했다.
오르던 중에 강가로 2팀이 나눠져 왔기에 점심 예정지를 지나서야 합류하게되어
그냥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오늘의 종착지인 탕낙으로 향하기로 했다.
코오테(3,550m)를 출발하여 다시 표고 4,260m의 탕낙으로 고도를 높이면서
이제는 고소에 잘 적응이 되어 있기를 바라면서 트레킹을 계속한다.
역시나 오후가 되자 또 날씨는 흐려지고 아래서부터 바람이 불어 올라오면서
내 뒤통수를 때린다.
고아 자켓만을 입고 모자를 쓰고 바람을 막아본다.
트레킹 중 구름이 잠깐 비껴 갔을 때 왼쪽으로부터 탐세르쿠, 쿠숨캉구르,
챠르파티 등 아름다운 산들이 보인다.
태윤이가 앵글을 갖다대어 몇 장 찍었다.
탕낙에 거의 다 도착하는데 왼쪽으로 탐세르쿠 B.C 가는 길이란다.
언제 나도 7,000m대를 올라볼 수 있을까?
오늘 종일토록 걷는 길은 홍구 콜라(작은강)로서 예전에 작은 강이었던 것이 1998년 9월에 마을 위에 있는 큰 호수가 무너지면서 지금은 코시(큰강)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강폭은 상당히 크지만 흐르는 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태의 여파인지 지금도 강 양쪽으로는 돌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오늘도 트레킹 중에 건너편에서 천둥소리가 들리기에 쳐다보니 강가의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목격되었다.
오후 1시경 탕낙에 도착하여 한 롯지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점심으로는 삶은 감자와 계란으로 하고, 저녁은 우거지국과 생선 통조림으로 준비하도록 쳉아에게 지시했다.
오늘 남은 시간은 푹 쉬면서 고소에나 잘 적응해야겠다.
저녁이 되어 약간의 체기가 있는 것 같아 소화제를 복용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4,000m대의 높이만 올라오면 꼭 한번씩은
체기가 있다.
주변을 조금 산책하는데 금방 숨이 가쁘다.
빨리 고소에 잘 적응되기만을 바라본다.
휴식을 취하며 일정을 확인해본다.
4. 21. 탕낙
4. 22. 카레(B.C)
4. 23. Set up High Camp
4. 24.∼25. Summit and 카레
4. 26. 코오테
4. 27. 차타르바
4. 28. 루크라
4. 29. 카트만두
위와 같이만 실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레에서 고소적응만 잘 된다면 다음날 바로 캠프 구축하고
정상 공격을 시도할텐데.....
태윤이가 머리에 열이 좀 있기에 따뜻이 잘 보온을 시키고 약을
먹도록 한다.(태윤아 절대 지금 감기에 걸리면 안돼!!!)
쳉아가 오늘 저녁은 네팔식으로 하잔다.
2000. 4. 22.
탕낙 - 카레(Base camp)
06:00에 기상하여 라면을 먹는데 면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국물만 조금 마시고 짐을 꾸린 후 카레(4,860m)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우리가 오를 Mera가 보이고 뒤로는 짜르파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배경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가며 오르는데 뒷골이 약간 띵하다.
한 고개를 올라서면 될 것 같았는데 또 한 고개가 나타나고 더 멀고
지루한 오름길이다.
숨은 차고, 뒷골은 땡기고, 발은 아프고, 햇볕은 내리쬐고,
악조건 속에 셀파의 지시대로 미스터리(천천히), 미스터리 걷는다.
쳉아가 한국말로 "빨리 안돼, 천천히 천천히"를 외친다
빨리 걷고 싶어도 못 걷겠다.
사진 찍으며 조금 쉬고, 물 마시며 조금 쉬고 또 숨이 가빠 조금 쉬며
꾸준히 시나브로 오르니 Base Camp로 사용되는 카레다(3시간 소요)
Tent 칠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포터들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무척이나 쌀쌀하다.
건포도 등 간식을 먹으며 오늘 오후부터는 일기가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데
또 아래로부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오후만 되면 여전히 흐려지면서 한바탕 쏟아 부으니
정말이지 춥고 구질구질해서 못 견디겠다.
미니 롯지(Tea house)에서 따또바니(뜨거운 물)를 주문해 우리가
준비해간 커피믹서를 타서 마시니 꽤 마실만 하다.
롯지의 여주인(사우니)에게 손톱깍기 하나를 선물로 주고 롯지
안에서 우리들의 포터가 오기를 기다린다.
약간 숨이 차고 춥기는 하나 고소는 조금 적응이 된 것 같다.
약간 띵하긴 하지만 이젠 견딜만하다.
내일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면 고소가 완전히 적응이 될까?
당장 식사가 걱정이 된다.
소화가 안되고 체하면 어떻하지???
탕낙(4,260m), 카레(4,870m), High camp(5,600m), Summit(6,421m)
이곳 Base camp에서 정상까지는 1,550m의 표고차다
내일(22일)부터 4일간의 계획에 대하여 열띤 토론 끝에 내일 H. C.,
모레 정상 공격으로 결론을 냈다.
그래야 실패할 시 한번이라도 더 정상을 노려볼 만한 기회가 주어지니까...
Good Luck, Good Wether를 기대하며 오후 8:45 잠자리에 들었다.
PS : 넘 긴 장편이라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겠지만 나쁜 머리로
옛날을 기억하며 조심스레 작성한 등반기니 심심할때 읽어보세요
잠시후 제2부가 출발합니다.
출처 : 설벽산악회
글쓴이 : 히말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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