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

[스크랩] 3. 가미고지에서 가라사와 소옥으로

히말라야2 2006. 6. 1. 11:02
3. 가미고지에서 요꼬오 산장을 거쳐 가라사와 소옥으로

2003. 9. 20. 새벽 5시.
약 3시간을 터널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니 비몽사몽 하다 자동차 크락숀 소리에 눈을 뜨니 정확히 새벽 5시가 되자 차량을 통과시킨다.

05;30 내 인생의 46번째 생일날 아침을 맞는 가미고지(上高地)는 빗방울을 동반하며 동이 터 오고 있었다.
1994년 여름에도 신주쿠에서 야간 관광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하여 산행을 출발했었는데 오늘도 이곳 가미고지에는 많은 일본인 산악인들이 팀별로 무리를 지어 산행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였다
짐을 대충 정비한 후 아침식사가 예약되어 있는 고나시타이라 산장으로 이동하였다.

05:45에 불고기 덮밥과 된장국, 그리고 반찬이라곤 오로지 단무지 하나뿐인 아침정식을 대충 먹고 이곳 산장에 데포 시킬 짐과 산행에 가져갈 짐을 분리하여 정리(45리터 용량의 배낭에 옷가지와 간식 물, 술, 컵라면 등)한 후 07:30에 출발에 앞선 기념촬영을 하고 Start.

다행히 비는 멎어 있었고 앞장서서 걷는 나는 외인부대의 일원인 노철현 선배님과 동행을 하면서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좋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걷다보니 도쿠사와(덕택)산장을 거쳐 약 2시간만에 요꼬오(橫尾)산장에 도착을 하였다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조금은 여유를 부려보느라 캔맥주를 하나를 사서 마시고 있으니 LG산악회의 선발대가 도착을 하는데 역시 캔맥주에 팩소주가 나온다
얼떨결에 한잔씩 받아 마시고(나중에 오르막길을 오를 때 숨이 가빠 혼났음) 노철현 선배님과 LG팀과 상의를 하는데 오늘의 일정이 가라사와 소옥에서 끝난다면 오후 1시가 못되어 일정이 끝날 것이고,
또한 산행이 너무도 아쉬울 것 같아, 오늘 체력에 조금 여유가 있는 회원들은 먼저 출발하여 기타호다까다케(3,106m, 北 高岳)를 다녀오자고 제안하자, 노선배님과 이선배님 그리고 LG팀의 2명이 맞장구쳐,

5명으로 구성된 별동부대는 10:30경 전체 일행들과 떨어져 먼저 산행을 출발하니 아직은 길이 좋구나 싶었고, 약 45분의 산행 후에 전체 일행이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장소인 계곡에 도착하니 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하였으나 아직은 날도 덥고 하여 고아텍스 의류를 상의만 걸친 채 우산을 받쳐들고 산행을 재촉하니 13:00경에 우리의 1차 목적지이자 오늘의 숙소인 가레사와 소옥(小屋)에 도착하였다.

★산장(山莊) : 산에 사람이 쉬고 묵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시설로 규모가 가장 크고 시설이 잘된 곳
★소옥(小屋) : 작은 산장을 말함.
★롯지(Lodge) : 영어로 오두막 산막을 뜻함
★휴테(Hutte) : 독일어로 산막을 뜻하며 일본식 발음인 휘테로 칭함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자 아침에 고나시타이라 산장에서 중식용으로 받은 도시락을 풀어보니 삼각김밥 3개가 들어 있어 산장의 직원에게 요청하여 가져간 컵라면에 더운물을 부어 같이 먹으니 이런 꿀맛이 또 어디 있으리

중식 후 5명의 일행 중 국립공원 관리공단 계룡산 사무소 이해복 소장님은 사진촬영을 하시느라 뒤에 남으시고 기타호다까다케를 향하여 다시 일어선 시각은 오후 1시 30분.

지도상에 나와 있는 예상 소요시간은 등산에 3시간 하산에 2시간이 잡혀 있으니 그보다는 조금 덜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그러나 만약을 대비하여 랜턴과 간식 물을 챙기고 나머지 짐은 산장에 보관시킨 후 13:30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계속되는 비, 그리고 바람, 고아텍스 의류는 상의만을 입은 채 산행을 하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이 먹히고 산행도 계속되는 급경사 길인지라 무척이나 많은 체력을 요한다.

한참을 오르는데 LG 맨들은 잘도 걷고 있으며 저만치 앞서간다.
그러나 생각보다 노철현 선배님이 조금씩 뒤처지시는것 같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기타호다까다케의 오름 길은 한 고개 넘어서면 또 그 뒤에 또 한 정상에 올라서면 더 멀리 자리하고 있어 의외로 힘이 드는 산행이다.

능선 상에 갈림길에 접어들어 순간적인 판단은 랜턴도 없는 분이 있고 물도 떨어지고 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친 분도 있는 것 같아 이대로 강행한다면 많이 어두워 져서야 가라사와에 도착할 것 같았으며,
그럴 경우 다른 동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고 또한 만약의 사태라도 생긴다면 오늘의 산행을 제안한 나의 책임이 너무도 크기에 크게 용기를 내어 중도 하산을 결정했다.

계속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하산을 하여 16:40에 가라사와 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계획한 17:00 이내에 되돌아 왔으며, 현명하고 용감한 결단을 내린 일행들께 감사 드린다.

산장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반갑게 맞아주며 배정된 2개의 방(1실에 2층 침대로 위, 아래 각 8명씩 16명이 잘 수 있도록 꾸며져 있음)에서 저녁식사에 대기하고 있었으며 언제 준비했는지 LG 맨들이 통조림으로 안주도 준비하고 이소장님이 양주를 권하고 내 배낭에서는 맥주도 꺼내고 또다시 팩소주들이 나오니 오늘 내 생일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속으로 혼자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17:30에 식사준비가 되어 식당에 가보니 일본인 등산객 등과 혼합이 되어 식사가 차려져 있는데 밥은 양껏 먹으라고 양푼에 있었으며 국으로는 특유의 일본식 된장국이 그리고 각자에게 다꾸앙, 아주 작은 김, 생선 한조각(이름 기억 안남), 기타 또 한가지 반찬이 있었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 하였으나 우리 일행들이 김과 고추장 김치 등을 꺼내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식사 중 일본인이 김치를 먹고 싶어하니 LG 맨들이 김과 김치를 조금 나누어주는 것 같았는데 무척이나 맛있게 먹는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LG 맨들이 다시 또 술상을 준비한다
안주는 또다시 김치찌개인데 식당에서 나온 생선들을 넣고 끊이니 맛이 아주 그만 이어서 많이도 마신다.

어느새 또 산장에서 판매하는 생맥주를 잔뜩 사오니 술이 끝이 없어 내일의 산행이 걱정은 되지만 적당히 거절해 가면서도 제법 많이 마신 것 같다.
LG의 회장님께서 세상이치가 담긴 설법을 토로하시니 모두들 공감하는 눈치들이다.

이제 술들도 많이 된 것 같아 빨리 잠을 청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될 즈음 이미 몇몇은 코를 곤다.
하긴 LG 맨들은 출발하는 날도 여수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여 버스에서 지냈으며 또한 일본에 도착해서도 밤새 버스로 이동하였으니 얼마나 피곤했으랴

20:00에 술상을 치우고 잠을 청하며 나 역시도 어제 잠을 못 잤건만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는데 술기운인지 생일날 밤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출처 : 설벽산악회
글쓴이 : 히말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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