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심설 러셀 산행
산 행 지 : 설악산(한계령에서 오색으로) - 강원도 인제군, 양양군
산행일시 : 2012. 01. 22.(당일 산행)
날 씨 : 맑고 바람 잔잔하며 대체로 포근한 날
산행코스 : 한계령 - 서북능 - 대청봉 - 오색
함께한이 : 히말라야 나홀로... (한계령에서 합류한 산님들과...)
구정연휴 중 하루 정도를 당일로 설악을 다녀오기로 하고 날씨를 체크 해 본다. 19~20일 양일간 대설 경보로 입산이
통제되어 있다 21일 해제는 되었으나 한계령에서 오르는 서북능선 구간은 적설량이 많아 계속 통제라는 소식에 오색
에서 올라 적설상태를 봐서 관터골로 하산하는 산행을 머릿속에 그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보조자일까지 챙겨 22일 아침 6시30분 버스에 오른다. 원통을 통과하면서도 엊그제까지
눈이 내렸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라 관터골의 적설상태가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한계령 오르는 길에 앞쪽에 앉아
있는 산님들이 통화를 하더니 국공에서 30명이상이면 한계령 문을 열어준다고 했다한다.
순간 차창으로 하얗게 상고대와 설화로 덮여 있는 가리봉 능선이 눈에 들어오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버스가 한계령
에 정차하며 휴게소 쪽으로 몇 사람 있다는 등 술렁이자 나도 모르게 앞쪽으로 가서 “30명이면 출입을 시켜준다는데
다 같이 내려서 치고 가 볼까요?” 하며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산님들과 하차를 한다.
미리 대기 중이던 산님들을 포함하여 20명 정도 모여서 입산을 시도하나 국공 직원 2명으로부터 “전혀 러셀이 안 돼
있어 입산 할 수 없다”며 빨리 오색으로 내려가서 산행하는 것이 좋겠다며 사라진다. 소공원에 있는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실로 전화하여 사정을 설명하고 겨우 입산 허가를 받으니, 내가 인솔자가 되어 러셀을 해 나가고,
능선에서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다시 한계령으로 돌아와 줄 것을 당부하는 조건부(?) 허가였다. 통제소에서 인적사항과
전화번호를 남긴 후 입산하여 진행하다 인원을 파악해보니 개인 차량으로 온 몇 사람이 오색으로 내려갔는지 15명이
입산을 했으며 그중 교대로 러셀을 해 줄만한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국공 직원들이 전날 한계삼거리까지 다녀왔다고 하니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앞서 걸으며 맑은 날씨 속에 며칠 전 내린
눈이 만들어 낸 설화를 황홀하게 감상하며 카메라를 들이댄다. 능선에 올라서 하얀 눈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귀봉의
모습을 바라볼 때에는 마치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한계 삼거리로 올라서니 세 사람이 따라 붙고 곧이어 다시 서너명이 올라온 후 뒤쪽의 다른 일행들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발길 없는 눈길에 새로이 길을 내며 본격적인 러셀을 시작한다. 다행히 날씨가 쾌청
하여 뒤쪽의 산님들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길이 좁은 주능선 상에는 지난주까지 다닌 산님들이 다져놓은 눈을 밟으면 되니 무릎 정도 빠지는 눈이지만 러셀을 해
나가기에는 별 무리는 없으나 제법 체력을 요한다. 넓은 길에서는 갑자기 허벅지까지 푹 빠지며 기존의 길을 놓친 후
스틱으로 짚어가며 주위를 더듬어 길을 찾아 나아가며 또 한편으로는 상고대와 설화에 흥분하며 앞서 나아간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한계령 분소에서 수시로 전화가 와서 적설상태를 물으며 나의 진행 상태를 체크한다. 많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휘어져 내려앉아 길을 가로 막고 있으면 스틱으로 눈을 털어가며 조금은 긴 오름길을
오르니 끝청에 다다른다.
설경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아름답고 상고대 또한 점점 굵어져 오색코스 보다는 능선으로 붙기를 잘 했다는 생각으로
탁월한 선택을 했음에 미소를 보인다. 그렇게 끝청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있으니 중청대피소라며 전화가 온다.
적설상태와 진행정도를 묻기에 대답 해 주니 능선 상에 상당히 많은 적설이 있을 것이니 조심해서 오란다.
한계령으로도 전화를 해서 안심을 시켜주고 중청 대피소를 향한다. 이후로 나타나는 설경은 그동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감동적인 모습으로 황홀하게 다가온다. 설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몬스타(樹氷현상)까지 나타나 러셀도
러셀이지만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더구나 끝청부터 중청까지는 오픈된 능선이어서 적설량이 상상이상으로 많이 쌓여 있어 러셀을 하기가 힘들고 더욱이
다져진 길 찾기도 쉽지 않아 간간히 허리까지 빠지며 겨우 진행을 한다. 오랜만에 심설을 헤쳐 나가는 재미를 남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아 뒤에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할 만하다.” 대답하며 결국 16:24에 중청 대피소에 도착한다.
한계령에서 09:42에 출발하였으니 무려 6시간 42분이나 걸려 도착한 것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한계령에서
입산을 기다리다 오색으로 발길을 돌렸던 산님이 도착하기에 오색으로의 등로 상태를 물으니 오색코스를 모르냐는 듯
마치 63빌딩 올라온 기분이라며 아이젠만 착용하면 내려가기 좋을 것이라 한다.
다른 산님들은 모두 중청 대피소에서 머물 것이지만 나는 서울로 가야하기에 식사도 하지 못하고 후미 산님들이 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잠시 숨을 돌린 후 곧바로 대청으로 향한다. 대청답지 않게 바람이 잔잔한 가운데 내대신 배낭과
스틱을 세워놓고 인증샷 한 장 날린 후 오색으로 내치기 시작한다.(16:46)
설악폭포 위 계곡에서 한번 쉬며 시큰거리는 무릎을 생각하니 어차피 서울로 바로 가는 차편은 힘들 것 같은데 너무
무릎을 혹사시킬 이유가 없다 생각하며 남은 간식과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여유를 갖는다. 18:35 오색 통제소로 하산
완료하며 버스 정류장으로가니 18:55 춘천가는 버스 한 대만 남았단다.
19:30경 원통에 도착하여 서울행 차편을 확인하니 19:25 막차가 떠났다하여 김밥 한 줄과 소폭 제조하여 마시며 춘천
으로 이동. 택시를 타고 춘천역에서 전철에 오르니 나 홀로 앉아 있다.
(에피소드)
1. 김치를 빼 놓고 나와 수퍼에서 김치 한 봉을 사는데 앞사람이 계산하면서 2분 정도 지연되어 상왕십리역 06:07분
전철을 눈 앞에서 놓침.(게이트에서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계단 뛰어 내려가니 "스크린도어가 닫힙니다.") ㅠ
2. 06:14에 출발하는 다음 전철을 타고 강변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06:28으로 06:30 오색행 버스를 놓칠 것 같아
달리는 차 사이로 무단 횡단하여 인터넷 예매 티켓 발권기에서 카드를 긁으니 표가 안 나온다.
확인하니 예매 때 사용한 카드가 아니라 얼른 카드를 바꾸나 시간이 초과 됐다고 안내되어 무조건 버스로 달려가니
06:32인데 다행히 한 좌석이 남았다며 현금을 내고 타라한다.
3. 맨 뒷좌석(5개 좌석) 가운데부터 창가까지 3좌석 중 가운데 자리에 엄청 몸집이 큰 아주머니가 앉아서 내가 가운데
앉으려니 나보고 창가쪽으로 들어가 앉으란다. 사람 있다고 하더니 빈채로 출발하는데 그 뚱 아주머니 때문에 숨이
막혀오나 무서워서(?) 꼼짝 못하고 가는데 너무 불편해서 일어나 가운데 좌석으로 옮겨 앉으니 조금 살 것 같다.
4. 시간에 쫒겨 식사는 한 끼도 못하고 18:35경 오색으로 하산 완료하니 18:20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를 놓치고....
18:55발 춘천행 버스로 19:33분경 원통에 도착하니 약 5분쯤 전에 서울행 막차가 출발 했단다.
이제 방법은 춘천으로 가서 전철을 이용하여 서울로...
5. 시외버스로 춘천에 도착하며 춘천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춘천역에 도착하는데....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전철이 막 출발하고 있다.
6. 그 큰 전철에 나홀로 탑승(?)하여 상봉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왕십리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려고 달려가니
전철이 막 출발하면서 다음 전철까지 12분을 기다리고... ㅠ ㅠ
신당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데 막 출발하고 있어 쫒아갔으나 놓치고, 한참을 찬바람 맞아가며 기다림.
7. 결국 오색에서 18:20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면 3시간에서 3시간 20분 정도면 집에 도착 할 텐데...
5시간 6분이나 걸려 다음날 00:01분에 집에 도착 함.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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