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雪嶽山 1,708m)
산행일시 : 2009. 10. 24.~ 25.(1박2일)
산행코스 : 백담사 - 봉정암 - 대청봉 - 봉정암 - 백담사
함께한이 :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함께
두 달 전부터 예약한 마눌과의 약속.
“봉정암 좀 데려 가 줘요”
매년 한번 씩은 설악산 봉정암에서 기도를 하는 마눌이 금년에는 작은 아들과 함께하고 싶단다.
3년 전 큰 아들과 함께 올라 기도를 했으니 작년엔 작은 아들과 함께하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함께하지 못하고
금년엔 꼭 같이 가서 기도를 하고 싶다기에 작은 아들 임진홍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시험 기간을 확인하고 잡은 일정이 10월 24, 25일로 결정되니 형도 다녀 왔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서는 형국이다.
친구 강석용의 어부인이 함께한다하여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용대리에 도착한다.
매년 단풍철만 되면 몸살을 앓고 있는 설악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백담사 진입하는 마을버스 타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전국 각지의 절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몰려 온 신도들과 단풍 구경 온 행락객들로 장사진을 이룬 줄, 맨 뒤에서 기다리니
무려 1시간 30분만에야 버스에 오른다.
백담계곡에는 계곡과 함께 어우러진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으니 걸어가며 감상을 했으면 더 없이 좋았을 텐데 가족과
함께 봉정암을 가야하는 목표가 있으니....
마을버스에서 내린 후 (구)백담산장 앞에서 복장을 정비하고 계곡을 따라 봉정암을 향한다.
큰 산(?)은 한번도 올라 본 적이 없는 작은 아들이 바로 뒤에 붙어서 전혀 쳐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따라온다.
산에 미친 내게 소박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두 아들을 포함한 가족이 어울려 설악을 오르고, 지리를 종주하고,
나아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멋모를 때는 컵라면 먹여 준다는 꼬임 등으로 겨울 계방산, 점봉산 등과 집 근처 불암산과 수락산을
함께 했었는데... 한참을 공부해야 될 시기에는 공부 핑계로, 이제 대학생이 되어서는 힘이 드는 행위는 하지 않으려
이런 저런 핑계로 따라 나서지를 않는다.
3년 전 큰아들을 데리고 봉정암을 갈 때...
마눌이 수능 100일 기도를 하던 중 2006. 10. 4. 내가 합바설산 정상에 오르던 날 “카000”에 수시합격을 하게 되어,
아들에게 엄마의 정성을 느껴보고 우리 가족의 추억을 만들어 보자고 설득하여 봉정암을 오른 바 있다.
이제 작은 아들도 “한0대학”에 진학하고 난 후, 역시 통과의례가 된 봉정암 오르기를 제안하니 선선히 OK는 하였으나,
이런저런 일정으로 1년이 미뤄지다 봉정암으로 수행 길을 떠난 것이다.
등산화조차 없어 운동화를 신고 따라 오는데 역시 젊음은 젊음인지 마눌과 친구 부인은 뒤에 쳐져서 따라오고, 나와 작은
아들이 앞서 걷다보니 영시암에 도착, 죽을 한 그릇 씩 공양하고 수렴동에 도착한다.
준비해온 밥에 쭈꾸미 볶음과 몇 가지 반찬을 곁들여 늦은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걸어 오르니 수렴동 이후의 단풍은
이미 낙엽이 되어 있다. 종아리 때문에 걱정은 했지만 빨리 걷지만 않으면 괜찮은 것 같다.
백운동을 지나 간간히 나타나는 경사 길을 쳐지지 않고 따라오는 작은 아들을 보니 안심이 된다.
그래도 젊음이 큰 힘인지 힘들다 소리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색한 듯 미소를 짓는 모습에 감사하며 쌍폭에 이른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구곡담을 보면서도 힘이 드는지 표현을 할 줄 몰라 좌측 머리 위의 바위벽을 가리키며 저것이 용아
장성이고, 왜 구곡담이라 하는지 등 설악과 관련된 설명 해 주며 걸으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야릇한 미소로 답한다.
계곡과 헤어지며 사자바위까지 연결되는 너덜로 이어진 깔딱 길로 접어드니 서서히 힘에 부치는지 뒤쳐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많은 구름에 조망이 터지질 않아 사자바위는 내일 올라 보기로 하고 봉정암으로 든다.
방 배정을 받아 놓고 마눌을 마중 나가니 바로 나타난다.
미역국에 말아주는 저녁을 먹고 난 후 마눌은 밤샘 기도에 들어가고 아들과 나는 약식으로 기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
보나 앉아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될 판이다. 봉정암 밖으로 슬며시 나가 준비한 양주를 한 모금 하고도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뒤척이다 막걸리 한 병을 또 비우고, 급기야 비상용 맥주까지 비우고서야 한 숨 눈을 붙일 수 있었다.
24일 새벽. 밤새 한숨도 못 잤다는 아들을 데리고 대청 일출 맞을 길을 떠난다.
소청에 오르니 그제야 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아오나 개스가 차기 시작하니 일출이 걱정된다.
대청에 올라 아들에게 설악의 많은 것을 보여주고 또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북적대는 중청대피소 내부를 보여주고 대청으로 오르는데 아들 운동화 바닥 창이 떨어져 덜렁거린다. (산에 데리고 다니
려면 등산화부터 사서 신겼어야 했는데...) 대청에 올라서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겨주고 싶었는데, 워낙 많은
인파로 독사진은 엄두도 못 내고 남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한 장 찍어주고 아주 오래전 현재의 대청봉 정상석 이전의 정상석
인 “樂山樂水” 가 새겨진 곳에서 父子가 함께 다정한 사진을 남기고 하산 길에 접어든다.
배고파하는 아들에게 소청 산장에서 컵라면에 찰밥을 말아서 먹고 봉정암에 도착 마눌과 합류하여 하산 길에 사자바위를
거쳐 영시암에서 죽 한 그릇 공양하고 백담사로 도착하니, 꼬박 두 시간 줄을 서 마을버스에 오르니 “형은 대청봉 안 갔었
다면서요?” 하는 아들의 푸념이 들려온다. ㅎ ㅎ
가 족
- 용혜원
하늘 아래
행복한 곳은
나의 사랑 나의 아이들이 있는 곳 입니다.
한 가슴에 안고
온 천지를 돌며 춤추어도 좋을
나의 아이들.
이토록 살아보아도
살기 어려운 세상을
평생을 이루어야 할 꿈이라도 깨어
사랑을 주겠습니다.
어설픈 애비의 모습이 싫어
커다란 목소리로 말하지만
애정의 목소리를 더 잘 듣는 것을
가족을 위하여
목숨을 뿌리더라도
고통을 웃음으로 답하며
꿋꿋이 서 있는 아버지의
건강한 모습을 보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