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토) 힐레 - 울레리 - 고레파니
역시 시차 때문인지 새벽 4시에 눈이 떠진다.
그동안 선물을 받았음에도 여러 가지 핑계로 읽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여행 중 틈나는 대로 보기위해
오진탁 교수로부터 선물 받은 “마지막 선물”을 가져 왔기에 읽어보려 했으나 눈도 안 좋고 불빛이
흐려 읽을 수가 없다.
침대에서 시체놀이만 조금 더 하다 일어나 산책을 하고 있으니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텐디 셀파에게 얘기하여 햇반과 미역국을 주문하고 롯지에서 나온 식사는 텐디가 먹도록 했다.
오전 7시 20분 힐레를 출발하니 울레리까지 급경사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다른 일행들과는 거리를 많이 두고 울레리를 올라 완만한 경사의 길을 따르니 10시경 반탄티에 도착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레파니까지 이기에 너무도 시간이 많이 남는 여유로운 여행길이다.
1시간 이상을 휴식을 취하며 점심 식사를 할 생각으로 볶음밥을 주문시키고 등산화와 양말까지 벗어
햇볕에 널어 놓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마지막 선물”을 읽어본다.
<오진탁 교수가 선물한 “마지막 선물”을 읽어보다>
그동안 네팔을 찾을 때는 등반만을 했었기에 시간적 여유는 있었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여행은
시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까지도 듬뿍 주어진다.
11시 40분경 반탄티를 출발하니 여태껏 나타나던 돌계단 길은 사라지고 또한 말똥, 소똥이 줄어드니 걷기에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돌계단이 사라지고 걷기 편안한 흙길이 나타남>
이곳 울레리에서는 몇 년 전 비가 많이 온 후 산사태가 일어나 계곡 쪽에 있는 마을을 완전히 집어삼켜
백여명의 주민이 몰살했다고 한다.
그래서 길가에는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비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위령비에는 트레커나
포터들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의자 또한 같이 놓여 있다.
<산사태로 숨진 마을 사람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위령비>
중간의 한 마을에서 긴 휴식을 취하고 조금 더 올라보니 시간은 고작 오후 2시 35분인데 고레파니에
도착하게 된다.
<고레파니의 GREEN VIEW LODGE에 도착하다>
어제 조금 일찍 출발했다면 나야풀에서 고레파니까지 하루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거리였다.
가장 한적한 것 같아 보이는 방으로 요청하여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가며 MP3를 틀어 놓으니
호텔캘리포니아가 잔잔하게 흐른다.
밑줄까지 쳐가며 “마지막 선물”을 읽다보니 졸음이 몰려온다.
잠시 후 조태영씨가 닭을 잡았다며 식사를 하러 오란다.
<닭백숙에 참이슬을...>
식당으로 내려가서 5명이 닭 세 마리에 폭탄주와 소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조태영씨가
고소가 왔는지 어지럽고 메스껍다며 방으로 들어간다.
낮잠을 조금 자서인지 잠도 오지 않아 다른 일행들과 텐디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옆에 있던
겁 없는 자매(?)가 합류하고 내게서는 어느새 오늘 읽은 책(마지막 선물)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 푼힐까지 올라가서 일출을 봐야하니 그만 잠을 청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