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설을 뚫고 묘향암을 가다(130106)
산 행 지 : 지리산 묘향암(묘향대)
산행코스 : 반선 - 뱀사골 - 유유교 - 폭포수골 - 박영발 비트 - 묘향암 - 함박골 능선 - 함박골 - 실비단 폭포
- 제승대 - 반선
산행일시 : 2013. 1. 6(일, 당일산행)
날 씨 : 맑으며 최근의 강추위 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날
함께한이 : <하늘바위>님, <하얀능선>님, 거창 산님(공비) 그리고 히말라야
2013 계사년 첫 산행. 일찌감치 지리로 마음이 향한다.
지난해를 돌아보니 지리산 14회, 설악산 18회, 기타 산행 20회, 그리고 해외산행 5회를 했으니 총 57회의 크고 작은
산행을 했었다.
2011년 가을 지리 동부에서 잠시 마주친 것이 계기가 되어 거창의 <하늘바위>님을 만난 것이 보다 자주 지리에 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에 그동안 한해에 지리산을 찾은 횟수 중 가장 많은 해가 되었다.
올해는 신년 첫 산행지로 내심 설악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결국 마음은 지리로 바뀐 것이다.
특히 이번 산행은 반야봉 아래 위치한 묘향암 방문이 목적이라기에 새해 소망을 기원할 겸 지리를 향한 것이다.
묘 향 암 (妙 香 庵)
휴전선 이남에 있는 사찰 중 제일 높은 해발 1500m, 지리산 반야봉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화엄사 산내암자인 묘향암은 지리산의 모든 사찰 중 유일하게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고 있고,
좌우 벽에 탱화로 칠성님과 신중님을 모시고 있으며, 함석을 이었지만 법당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좌우에 하나씩 달린 초가삼간을 연상케 하는 구조이다.
그동안 '하늘아래 첫 산사'로 소개를 했던 지리산 천왕봉 아래에 있는 법계사보다
무려 50m나 더 높은 곳에 있는 산중 암자 중의 암자이다.
심야버스를 이용 함양 찜방에서 잠시 쉬다 <하늘바위>, <하얀능선>과 거창의 또 다른 산님 한분을 만나 인월로 이동
하여 3주 연속 식사를 한 인월기사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반선으로 향한다. 와운마을 입구 삼거리까지 차량
으로 이동하려 하였으나 언덕을 치지 못해 후진으로 뱀사골 통제소 앞에 주차를 하고 왕복 4Km를 더 걷기로 한다.
추위로 얼어 있는 뱀사골 계곡에 눈이 덮여 탁용소, 뱀소, 병소, 병풍소, 제승대 간장소 등 이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지 못하고, 아니 관심 밖에 두고 달리듯이 주등로를 따른다. 유유교를 지나 100여미터 후 오른쪽으로 리본이
몇 개 달려 있는 폭포수골 초입에 도착하나 아무도 지난 흔적이 없어 러셀을 해야 하는 고행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눈이 온 후 누군가 지나가고 그 위로 또 신설이 내려 쌓이더라도 흔적을 찾아 갈 수 있으련만 오늘 묘향암
가는 길은 눈이 내린 후 전혀 지나간 흔적이 없다. 당연히 등로는 찾을 수가 없으니 묘향암에서 흘러 내려오는 폭포가
많아 폭포수골이라는 계곡을 따라 숫눈길을 헤치며 진행하나 바위 위에 수북이 쌓인 눈과 아래로 얼음 때문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바위가 가로막으면 좌 또는 우로 우회하고 다시 계곡을 치고 오르는데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이름대로 폭포가 많다
보니 상당한 난코스가 수시로 나타나던 중 우회하기도 애매한 폭포가 나타나 오를 곳을 찾고 있는데 거창의 새로운
산님이 공비 수준의 실력으로 길을 내며 올라선다. “박영발 비트”를 거쳐서 오르기로 하고 찾아 오르나 온통 눈으로
덮여 긴가민가하며 초입을 찾아 도착한다.
박영발 비트
조선노동당 전남도당 위원장 박영발의 은신처로
1953년 10월말부터 이듬해 2월 군경에 의해 사살되기까지
은신하며 지휘본부로 사용한 곳으로,
박영발 전남도당 위원장과 무전사 1명, 의사 1명, 여비서 등이 생활했고
이들은 “조국 출판사”를 운영하며 유인물 등을 제작했다.
비트 앞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둘러 앉아 삽겹을 안주로 엉겅퀴주를 한잔하고 칼국수로 점심을 먹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이정도 시간이라면 묘향암 들러 하산 길에 어두워 질 것임에도 아무도 걱정하는 이는 없으니 나만
막차를 놓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심 심야버스로 귀경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편안해지며 여유가 생긴다.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 삼거리로 이어지는 능선에 도착하나 오히려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조금 올려치다 묘향암이
내려다보일 즈음에 누군가 지난 한사람 정도의 발자국이 보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짧은 거리지만 정확히
묘향암으로 이어져 조금은 편하게 묘향암에 당도하여 반가운 마음에 호림스님을 불러보나 다짜고짜 역정부터 내신다.
이유인 즉 이렇게 눈길을 뚫고 올라오면 또 다른 많은 산님들이 발자국을 따라 올 것이라는 것이다. 잠시 대화하며
역정을 풀어 드리고 법당으로 들어가 삼배의 예를 올린 후 준비해간 쌀 등 몇 가지 시주를 하고, 해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내려서기로 하고 묘향암을 나선다.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걷지 않은 숫눈길이라 방향만을 잡고 하산을 시작한다.
빨간 노끈 리본이 매달린 함박골 능선을 따르니 무척이나 험하나 누구 한 사람 쳐지지 않고 뒤를 따른다.
어느 정도 진행하자 안부가 나타나 왼쪽 함박골 방향으로 눈을 뚫어가며 계곡으로 내려서다보니 어둠이 밀려온다.
랜턴을 밝히고 계곡보다는 사면을 따르다 절벽이 나타나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앞서 길을 낸다고 진행하다 얼음이
깨지며 물에 빠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길 잘 아는 <하늘바위>님 말 듣고 건너편 사면을 따라 갔으면 메기를 잡는 일은 없었을텐데...
그렇게 내려서는데 이끼폭포(실비단 폭포)가 나타나나 당연히 이끼는 온데간데없고 고드름만 주렁주렁이다.
이제 약 40여분만 움직이면 주등로에 도착할 것이라는 말에 힘을 내어 사면을 따라 걸음을 옮기니 적설량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2년 쯤 전 가을에 올랐던 길인데 온 천지가 눈으로 덮여 있으니 전혀 기억이 없다.
제승대 위 뱀사골 주등로로 나서면서 잊고 있었던 초밥에 막걸리, 맥주와 과일로 허기를 메우고 뛰듯이 걸어 내려
오니 와운마을 갈림 삼거리다. 조난신고 할 것을 우려하여(?) 각자의 집으로 전화를 하고나니 그제서야 여유로운
밤길이다. 하늘에는 왕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으니 모처럼 제대로 된 별하늘을 바라본다.
도로를 따라 2Km의 거리를 여유 있게 걸어 나와 거창으로 이동한다.
닭도리탕으로 하산주를 마시고,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콩나물 해장국으로 식사를 한 후 11시 출발하는 심야버스로
귀경하며 신년 첫 산행을 무사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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