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등반기는
1996년도에 설벽 산악회에서 로부제 동봉을 등반하고 돌아 온 후 작성했던 보고서에 있는 글로서,
잊어버리고 있던 중, 얼마 전 짐을 정리하다 발견되어 다시 워드로 작업하여 올리는 것이며, 1991년 코타
키나발루, 1994년 북알프스 종주 등반 후 네팔 히말라야에서 픽 등반을 최초로 시도하는 당시의 감정을
살리기 위하여 현재의 느낌을 가감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서 작성 하였습니다.
(제1부) 하얀 산 히말라야를 향하여...
4월11일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장덕영 선배님의 차를 이용하여 06:45에 김포공항에 도착한다.
김채현과 유재명 두 후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병무신고를 시킨 후 약간의 도움을 받아 좌석도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하
고 수하물 초과운임을 20kg에 대하여만 261,300원을 지불하고(초과중량 145kg) 전송 나온 일행들에게 반드시 정상을 등정
하고 돌아올 것을 약속 한 후, 출국수속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홍콩의 啓德 국제공항 면세점에서 국수로 점심을 먹고, 약 5시간을 대기하며 네팔항공(RA410)이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네팔의 수도 KATHMANDU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20:20(이하 현지시각)에 도착하니, 통역가이드로 고용한 람 챤드라와
한국인 2명(조영래, 홍범)이 마중 나와 있어, 가우리샹카 호텔의 차로 포탈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서 소주 팩 2개로 잠을 청한다.
4월12일
06:00에 기상하여 조식을 마친 후 람과 함께 암달러상에 가서 400$를 22,840 Rs에 환전 하니(1$=57.1Rs) 은행에서의
정상적인 환전보다 약 9 Rs가 유리하다. Asian Trekking사에 들러 사장인 촉틴 셀파를 만나 Trekking Peak에 따른 허가
신청과 헬기 예약 확인 등 행정수속에 대하여 대행시키고, Lowe Mark가 찍힌 제품들이 즐비한 장비점들이 많은 타멜
거리를 구경하며, 어택색, 스틱, 가스 등 부족한 장비를 구입하며 하루를 보낸다.
4월13일
카트만두 - 루크라(상행, 83$), 샹보체 - 카트만두(하행, 127$)간 예약되어있는 Asian Airline 헬리콥터를 타기위해
트리부반 공항 국내선 타는 곳에서 09:10에 탑승한다. 내부를 보니 도저히 믿을 수 없이 낡은 비행기에 수하물
(218Kg, 1kg=25Rs)을 싣고 불안속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시에 출발이 되었다는 것을 위안삼아 이륙을 기다린다.
약 3,000 ~ 4,000 m의 고도로 계속 비행을 하던 중 차창 밖으로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산군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 흥분과 설레임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비록 트레킹 피크로 오른다지만, 접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또 다시 올 수 있
을까 하는 의구심 속에도 한없는 흥분을 주체 할 수가 없다.
창밖만을 자꾸 기웃거리게 되는 순간 약 40분간의 비행 끝에 불안감을 보이던 헬리콥터가 Lukla공항에 도착한다.
한순간 2,827m의 고도에 도착하니 우리 팀의 등반가이드인 Lakpa Nuru Sherpa가 마중 나와 있다. 공항 옆 파라다이스
롯지에서 유럽식 식사(감자튀김, 야크치즈, 야크햄, 토스트)와 밀크티로 점심을 먹는데 향신료가 역겨운지 재명이 걱정된다.
네팔에서는 네팔인이 되자고 당부하며 먹도록 하니 별 탈이 없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12:20에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루크라를 출발하여 약 1시간 만에 Saino Lodge에 도착하여 휴식 후 트레킹을 계속
하니 왼편으로 빙하가 흐르는 Thado Koshi Village의 룻지에 도착한다. TV나 사진으로만 보던 낡고 출렁거리는 긴 다리를
처음 건너려니 또 불안한 마음이 인다. 팍딩의 한 룻지에 14:30 도착하니 한기를 느낄 정도로 쌀쌀해 지기 시작한다.
해발표고가 높아지니 완전히 가을날씨다. 햇볕을 받고 있을 때는 더웠으나, 구름이 끼는 등 햇볕이 없으면 꽤 쌀쌀함을
느끼게 만든다. 저녁식사는 네팔에 입성 한 후 처음으로 우리식(김치국, 찹쌀을 혼합 한 밥, 볶음고추장, 김 등)으로 팩
소주를 반주하며 맛있게 마친다. 너무 이른 밤이라 채현, 재명과 함께 텐트 안에서 민속놀이를 하다 22:00에 잠자리에
들어보나, 아직은 시차에 적응이 되지 않았음인지 약 1시간여를 뒤척이다 잠이 든다.
4월 14일 맑음 - 10도,
05:10에 눈을 뜨니 일어나는 것이 귀찮아 침낭 속에 누워있으니 05:50에 쿡이 밀크티를 한 잔 가져와 슬며시 텐트 안으로
밀어 넣어 준다. 차를 마시며 정신을 차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으니 세면을 위한 따또바니(더운물)를 가져온다.
베이스캠프까지만 합류하기로 한 조영래 선배와 함께 라면 4개로 아침을 한 후 07:30에 출발한다.
오늘은 남체에 도착하는 날이고, 셀파, 쿡, 포터와 함께 닭백숙으로 영양을 보충하기로 계획한 날이라 트레킹 중 들른 한
룻지에서 4마리의 닭을 산다. 09:20에 트레킹 등 허가유무를 확인하는 Shargarmatha National Park Check Point
(1인650Rs)를 통과하고 09:50에 점심식사를 위한 롯지에 도착, 휴식을 취한다.
나중에야 이해가 가는 부분은, 원정대들의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처음 들어오면 대부분 고소적응을 위해 오전에 약 2~
2시간30분, 오후에 또 2~3시간 정도로 하루 약 5~6시간 이내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식사 후 11:30경 출발하여 카라반 중 처음 가까이 마주하는 2개의 봉우리가 눈에 띤다.
그 중 하나는 5,761m의 신으로 모시는 산 Kumbuila로서 벽 등반코스로 보이는데 안나푸르나 지역의 마차푸차레와 같이
등반허가가 나지 않는 산이고, 또 하나의 6,608m 봉은 Tramserku 로서 경사도 60도 이상의 고난도 루트 2개가 있는 원정
등반 대상지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봉우리란다.
카라반 중에는 계속 빙하의 주변으로 길이 이어져 있으며 간간히 실폭과 곧 끊어질 것 같은 다리들이 많이 나타난다.
깎아지른 계곡을 흔들다리로 건너니 이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해발3,000M고지에서 급경사 길을 오르려니 숨이
턱에 와 닿는다. 가쁜 숨을 쉬며 트레킹 하는 중 왼편으로 거대한 봉우리 kwangde Ri(6,187m)가 위압감을 주며 나타난다.
잠시 후 남체에 도착하여 Check Ploice에서 트레킹 Permit 을 보이며 신고 후 서명하고, 숙소인 Danfe Lodge에서 추위에
오그라들며 우리들의 짐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계속되는 가파른 길이라 포터들의 속도가 많이 느리다.
밍마, 소남, 노르부, 등 포터와 반갑게 해후 한 후, 준비된 우리식의 저녁식사를 맛있게 마치고 반주로 우리 소주와 네팔의
창으로 흥을 돋운다. 22:00에 내일의 달콤한 휴식을 꿈꾸며 취침.
4월 15일 맑음, -4도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한 휴식일. 아주 작은 박물관(에베레스트와 쵸오유, 그리고 로체에 얽힌 장비 및 포터들의 생활상이
전시되어있는 곳)을 구경하고, 에베레스트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사원을 방문 하는 등 마을구경에 나섰다.
몇 가지 물건을 보고 살까 망설이는데 부르는 게 값에다 1/10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가격을 보니 정말 엿장수 맘대로다.
모든 물건에는 기준이 없다. 마을구경을 마치고 룻지로 돌아와 1000Rs를 주고 닭을 3마리 더 산다.
휴식을 취하며 고민해본다. 과연 담배를 계속 피울 것인가? 그러나 생각을 할수록 더욱 담배가 생각난다. 또 피워본다.
오르막뿐 아니라 약간의 행동에도 숨이 가쁘다. 빨리 고소에 완벽하게 적응이 되었으면..... 닭백숙으로 저녁을 먹고 있
으니 포터들이 바라보고 있어, 조금 나눠 주려하니 락파누루 셀파가 극구 반대를 한다. 나중에 닭 뼈를 버리려하니 가져
가서 쪽쪽 빨아 먹고 있다. 21:00에 취침을 한다.
4월 16일 흐린 후 갬, 오후에 눈 -2도
05:30기상. 어제의 닭죽과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한 후 07:30에 베이스캠프를 향한 트레킹을 시작한다.
우측으로 탐세르크, 정면 멀리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좌측으로 다보체, 그리고 정면 약간 우측으로는 미봉인 아마다블람이
조망된다. 오늘부터는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올라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거의 평지로 이어진 길(산허리를 굽이굽이 돌며 길을 냄)을 계속 걸으니, 09:50에 한 룻지에 도착하여 또 점심식사....
이제부터는 고소에 좋다는 타이레놀을 먹기 시작하지만 오르막길이 나오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별일이 없어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다보면 또 두려워진다. 식사 후 탕보체를 오르는데 또 가팔라진다.
라마사원을 구경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겉만 돌아보고 오늘의 막영지인 Deboche로 향한다.
Everest Rhododendron Lodge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 중 체기가 있어, 조영래 선배가 준비한 수지침으로 양손을 따고
아진탈을 복용한다. 미치겠다. 걱정하던 고소는 아직 괜찮으나 엉뚱한 체기로 고생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체기가 가셔야
할텐데.... 포터 3명이 한쪽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어 같이 불을 쬐며 럭시를 2병을 사주고 얘기를 나눈다.
1인 하루 일당이 140Rs에 약 30여 kg의 짐을 지고 고생을 한다 생각하니 너무도 불쌍하다. 아무리 물가의 수준을 감안
해도 먹고 자는 것은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며 우리 돈 약 2,300원 정도를 받고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안쓰럽다.
20:45 텐트로 들어가 예상되는 복통에 걱정을 하며 잠을 청했는데 다행히도 이번 트레킹 중 가장 편안한 잠을 잔 것 같다.
4월 17일 구름조금, 오후에 눈 -8도
05:30 기상, 차를 마시고 세면 후 라면을 먹으니 역시 우리 라면의 국물 맛이 세계 최고다. 화장실에서 변을 보니 어제와
같이 새까맣다. 어제도 까맣더니 배가 쌀쌀 아팠던 것도 체기로 그랬던 것 같다. 아진탈을 2정 복용 후 07:30에 출발한다.
카라반 도중 보이는 아마다블람이 너무도 아름다워 환상적이다. 사진을 찍으며 조금 걸으니 08:40 Pangboche (3,901m)에
도착하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09:10경 출발하여 딩보체를 향하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영하 4도에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걷다보니 Dingboche의 Tashi Lodge에 도착한다. 람의 얘기를 들으니 우리 팀의
운행 속도가 너무 빠르단다. 아무튼 우리 팀 3명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과 좋은 날씨 속에 모두 정상에 올랐다가 무사히
돌아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채현이 걱정이다. 약간의 고소를 느끼는 듯 하면서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항상
덤벙대는 태도 등이 은근한 걱정을 갖게 한다.
틈만 나면 졸고, 자고 하는데 좋은 증상인지 나쁜 증상인지, 아무튼 아무 문제없이 정상에 같이 설 수 있기만을 바란다.
또한 나는 체한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잘 돼야 될텐데.... 순간적으로 쌓인 눈이 12~3cm는 족히 될 것 같다.
오늘 저녁도 우리식으로 맛있게 먹는데 또 체할까 걱정되어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본다. 식전에 아진탈을 미리 복용하고
식후에 또 2정을 복용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저녁 7시에 포터와 쿡 등 모든 스탶을 불러 창 파티를 해 준다..
햄과 마른안주 등을 준비하여 창파티를 베푸니 셀파 댄싱과 노래로 흥을 더한다. 준비해간 선물을 하나씩 나눠주고, 내가
발동이 걸려 일편단심민들레, 아파트 등을 부르며 같이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포터들이 술을 먹는 것을 보니 한꺼번에 한
잔을 다 마시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인 후 원 샷을 유도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네팔에서는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면 외국인 관광객들 보호를 위하여 곧바로 유치장행 이란다.
그렇다보니 평소에 술을 즐기더라도 양껏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한참을 재미있게 놀고 난 후
계산을 하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마신 금액이 490Rs (약7,500원)에 불과하다. 21:15경 잠자리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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