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벽산악회

[스크랩] 검단산 (장애아동들과)

히말라야2 2009. 2. 17. 18:00

산행일자:1993년 10월 17일

산 행 지:검단산

높 이:657M

소 재 지:경기도 하남시



이른 아침 한 줄기 소나기를 뿌리던 날씨는 걱정하는 마음들을 아는 듯

이내 그치고 파아란 하늘은 흩어지는 구름들 사이로 방긋이 얼굴을 내밀

곤 한다.

자폐아동들과의 만남. 그리고 검단산 산행.

별 생각 없이 높이가 낮은 산이기에 자폐아동들과의 산행일지라도 전혀

어려움이 없으리라던 생각은 산행 출발 지점인 하다리골에 도착하자마자

바뀌어 버렸다. 가정과 교육기관에서 배우고 익힌 보통의 어린이들 수준

행동이 아니라 언제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측하지 못하는 럭비공처럼 그

들의 다음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우리가 통제할 수있는 시야와 범

위에서 그들을 놓치면 언제 어떤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산행 시작부터 울고불며 올라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처음에는 씩씩하

게 앞장서서 가다 얼마 안가 축처져 버리며 그냥 내려가자는 아이. 그런

가 하면 계단 3개도 오르내리질 않는다던 아이는 군소리 없이 따라오고

7살 먹은 여자 아이도 생각보다는 아주 잘 걷는다. 우여곡절 끝에 정자휴

게소를 거쳐 정상에 오르니 아이들도 상당히 좋아하는 눈치다. 지금까지

산이라고는 처음 올라보는 아이들. 비록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곤란하다하나 그들 스스로는 무한의 세계를 표출

해내고 있음이리라.

한가지 아쉬움은 안개로 인해 주위의 경관을 그들에게 마음껏 보여주지

못함이다. 동쪽에 있을 팔당호와 한강의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주었으면

좋으련만....

미련의 꼬리를 뒤로한채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을 시작하는 지점은 급경사와 낙옆으로 인해 어린 아이들은 도저히

걸려서 내려 보낼 수 없었다. 업어서 내려가야 하는데 7살짜리 종은이

(좋은이?)는 업히는 것이 싫단다. 기어코 안기어서 내려 가겠단다. 한걸

음씩 내 딛는 발걸음은 아슬아슬 하기만 했다. 미끄러질뻔한 순간순간들

을 반복하며 어느정도 평지인 곳에 다다르자 얼굴에는 땀이 흘렀다. 조

금 걸어서 내려가던 아이는 안겨서 내려가는게 편했는지 자꾸만 안아달란

다. 안기어 내목을 꼭잡고 얼굴을 부비는 아이를 보며 딸아이 모습을 떠

올리곤 한다. 나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

고 이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나의 정신적 생활은 사치일 것이라

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런 행사를 치르면서 명심해야 될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결

코 그들과 그들 주위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거나 자랑할만한 일을 한 것

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의 남음과 모자

람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순리요 자연인 것이다 그런것을 알지

도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는 우리 대대수의 인간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부족함만 메우려 아둥바둥 살기에찬 삶을 살

고 있지만 어찌 그것이 올바른 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나만의 이익을 생각하기 보다 남의 어려움을 생각할 줄 아는 참 인간이

되자. 그것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남의 모자람을 채워주는 참된 인간의

모습을 간직한 분들께 찬사와 박수를 보내드리며 별 탈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출처 : 산을 사랑하며 삶을 사랑하며
글쓴이 : bluemount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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