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최고봉 매킨리 등반기
이 산행기는 제가 2006년도에 매킨리 등반을 다녀 온 기록 입니다.
귀국 직후 산행기를 쓰려고 하였으나 유명을 달리한 故 신경섭 선배님의 사고가 머리를 맴돌아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기록은 남겨야 하겠기에 2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야 일기장을 떠들어 본다.
이번 등반을 다녀와서 나는 누구보다도 등반기가 아닌 등정기를 쓰고 싶었다.
여러 여건 상 또 다시 매킨리를 찾아 간다는 것은 내게 있어 어쩌면 불가능이 아닐까 생각되었기 때문에.....
매킨리가 나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출발부터 시작되었다.
함께 등반하기로 한 故신경섭선배, 이용주선배, 박병철씨, 김인백씨, 김태삼씨, 그리고 나는 당초 출발일을
2006. 5. 18. 계획하고 수원에 있는 고소센타에서 3회의 고소적응훈련과 설악산을 포함한 이산 저산을 떠돌면서
하중훈련을 실시한 후 짐을 꾸리고 있던 하루 전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상업등반대라 입산허가를 취소한다는 데날리국립공원의 연락으로 즉시 회의를 했고, 그 결과 미국인 가이드를
고용한 데날리국립공원에서 인정하는 6개의 가이드회사를 통해서만이 입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매킨리를 향하여....
2006. 6. 11.(일)
결국 출발일은 2006. 6. 11.로 변경되었고 이제만, 권승칠, 김종권, 전시호 친구들의 전송을 받으며 16:55 에
출발하는 AC064편에 몸을 싣고 두려움이 섞인 부푼 꿈을 안고 매킨리를 향한다.
약 10시간의 지루한 비행 끝에 밴쿠버에 도착하고 곧바로 연결되는 비행편이 없어 공항 근처의 Comfort Inn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장비점을 시찰하니 국내에 들어와 있는 대부분 장비들의 가격이 국내보다는 훨씬 싸다.
(피켈 78$, 아이젠 148$, 슈퍼게이트 118$ 구입)
2006. 6. 12.(월)
11:10 AC538편을 이용한 캐나다 출국수속은 곧바로 미국으로의 입국 신고와 연결된다.
어제의 숙취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우동으로 아침하고 비행기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니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로키산맥이 맑은 날씨와 태양에 비쳐 반짝이며 빛을 발한다.
체력과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산. 그러나 무엇보다 등반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날씨이기에 마음속으로
“매킨리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기도하며 간절한 소망을 빌어본다.
약 3시간의 비행으로 알래스카에 도착하고 REI, AMH 등 장비점을 돌아보고 동양식품에서 식량을 구입한 후,
와실라를 경유하여 탈키트나에 도착했다. 상업등반대인 AMS 사무실에서 텐트를 배정 받은 후 곱창구이와 함께
한잔하고 취침하며 다시 한 번 기도. “Good Luck, Good Weather."
2006. 6. 13.(화)
<고인이 되신 故 신경섭 선배님(사진 가운데)과 렌딩포인트에서>
05:30 기상하여 조식 후 우리 일행과 같이 등반을 도와줄 팀(Tim)과 그레그(Greg) 2명의 가이드들과
인사를 하고 장비를 체크한다.
자신들이 판단하는 장비에 따라 강제로 Rent(149$)를 하게 되고, 내가 가져간 많은 옷가지 등은 무게를 이유로
사무실에 데포를 시킨다.
나는 배낭, 오버부츠, 설피, 카라비너 등 몇 가지를 Rent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크레바스에 빠졌을 경우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크레바스 탈출법과 데날리에서 미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매듭법과 자일 활용하는 법에 대하여 교육을 받았다.
15:30 출발 복장을 갖추고 레인저 사무실을 찾아가서 입산신고를 하고, 한국어 자막이 나오는 슬라이드 교육을
받은 후 변기와 쓰레기 봉지를 수령하고 나니 이제 모든 출발 준비는 완료가 되었다.
16:30 탈키트나 Air Taxi 회사에 가서 4인승 경비행기 2대로 분승하고 20여분의 비행 끝에 Landing Point에
내리니 곧바로 만년설 지대이다. Air Taxi는 탈키트나에서 이륙 할 때에는 바퀴로 굴러가서 날고 착륙하지만,
랜딩포인트에서는 바퀴위에 스키를 꺼내어 스키로 이. 착륙을 한다.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미국인 가이드 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Tent(마운틴 하드웨어 제품으로 아주 유용하였다)를
설치하는 법과 식당텐트를 설치하는 요령과 식당예절(쓰레기 못 버리고 남은 잔반 처리, 식수로 사용할 눈을
관리하는 법 등)을 전달하고 저녁과 함께 한잔 하고 일기를 쓰고 나니 밤 11시에야 취침에 든다.
깜박 잠에서 깨어보니 겨우 50분을 잤을 뿐이다.
이후로는 걱정과 긴장으로 시체놀이만 계속 할 뿐이다.
2006. 6. 14(수)
새벽 1시 30인데도 어스름하기만 할 뿐 어두워지지 않는다.
밖에서는 계속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분주하다.
물티슈 한 장으로 세면을 하고 다시 두 장으로 발을 닦는다.
머리를 감지 않아서 서서히 가려워 진다.
2~3일 지나면 괜찮겠지? 하며 준비물들을 되새기다 보니 용두팔 산악회 깃발을 아래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난다.
“아~~~ 용두팔 산악회!!!!”
06:00 결국 밤을 새우다 시피하고 시체놀이를 조금 더 하다 7시가 되서야 침낭에서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와 온도계를 보니 기온은 영상 5도를 가리킨다.
08:00부터 팀으로부터 동료가 크레바스에 빠지게 될 때 자기 제동을 거는 방법과 협력하여 구조하는 방법,
눈에서의 자기확보 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등반 방식은 본받아야할 것 같다.)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고 오후 취침을 하고 16:00에 다시 저녁을 먹고 또 취침을 한 후 24:00 기상하여
새벽 3시에 출발하기로 한다.
해가 있는 낮에는 포근하여 크레바스가 발달해서 위험하고, 해가지면 기온이 내려가서 눈이 크러스트 되기에
걷기가 좋기 때문이다.
낮에는 날씨가 포근하니 주위에서 계속 눈사태가 일어난다.
2006. 6. 15.(목)
00:00 기상하여 누릉지를 끊여 식사를 하고 새벽 3시에 출발한다.
가이드를 포함한 4인 1조가 되어 안자일렌을 한 후 공동으로 짐을 배분하고 배낭을 메고, 눈썰매에는 카고백과
배분 받은 공동장비를 싣고 약 15미터 간격으로 등반에 나선다.
출발지점에서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내리막 이어서 앞사람의 썰매를 확보해주며 등반을 한 후 이후 완경사의
오르막부터는 자신의 썰매를 끌고 등반을 해야 한다.
크고 작은 크레바스가 수시로 나타나는데 가이드가 앞장서서 지그재그로 피해간다.
혼자서 등반을 한다면 상당한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팀이 “길이 아니면 가지도 말고 절대로
혼자서는 움직이지 말며 안자일렌을 풀어서도 안된다”며 다시 한 번 주의를 준다.
08:00 Camp 1 지점(2,445m)에 도착했다.
Tent를 설치하고 식당을 구축한 후 점심을 먹고 휴식시간이다.
오늘도 역시 24:00에 기상하여 식사 후 출발하기로 계획 한다.
주위 조망을 둘러보니 날씨가 너무도 맑고 바람 한 점이 없는 것 같다. 오늘 같은 날 정상에 도전하는 산악인은
너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레와 시금치국으로 저녁을 먹고 또 일잔 하고 18:30에 잠을 청한다.
2006. 6. 16.(금)
00:00 기상하여 온도계를 보니 영상 2도를 나타낸다.
간밤에 침낭 속은 땀으로 범벅이지만 밖은 바람이 조금 불고 있으며 제법 추위를 느끼게 한다.
오늘은 Camp 1에서 계속 머물며, 단지 고소적응을 겸해서 Camp 2 예정 지점으로 짐을 데포 시키기로 한 날이다.
02:30 출발하여 오르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얇은 윈드자켓을 입고 등반을 하다 고어텍스 자켓으로 갈아입었다.
08:00가 다 되어 데포지점에 도착하여 눈을 깊게 파고 연료 등 가져온 짐을 눈 속에 묻고 논스톱으로 하산을
하는데 많은 등반대들이 정상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을 하고 있다.
너무도 부러워하며 용주형의 휴가 일정이 걱정되어 그레그에게 물어보니 날씨만 좋으면 15일 만에도 등반이
끝날 수 있다고 한다.
당초 우리의 계획은 서울에서 고소적응을 하고 하루에 Camp 하나씩을 올리기로 하였으며, 중간에 예비일을 갖는
전체 19일 정도의 일정이었는데, 결국은 날씨가 좌우하는 것이지만 19일의 일정으로는 무리라고 판단이 된다.
이곳 미국의 상업등반대 계획은 등반하는 기간만 21일을 계획한다.
등반의 성․패와 관계없이 21일의 일정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어쨌든 날씨가 도와준다면 예비일을 사용하지 않고 정상에 등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철수하여
귀국하자고 안도를 시켰다.
10:00 Camp 1으로 돌아와 간식과 한잔 술로 잠을 청하나 바뀐 시차에 신경섭 선배님의 우렁찬 소리(?)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업치락 뒤치락 시체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진눈개비가 내렸다.
Camp 4인 매킨리씨티 까지는 낮에 쉬고 밤에 운행하기로 했는데 올바른 선택인 것 같다.
낮엔 덥고 눈이 녹아 걷기도 힘들며 크레바스가 무너질 위험도 훨씬 높다.
내리는 진눈개비가 저녁엔 그쳐야 운행 할텐데.. 걱정을 하며 Tent 밖으로 나와 보니 White Out 현상이 나타났다.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얀데다 구름 속에 갇히니 한치 앞이 보이지 않고 방향감각 거리감각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하는 현상이다.
이 상태에서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주위로 조망되는 헌터봉과 포레이커봉 그리고 주변의 산들에서는 쉬지 않고 굉음을 내며 눈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날은 가족들에게 편지라도 써야 할 텐데 잠을 자지 못해서 머리가 맑지 못하다.
2006. 6. 17.(토)
00:45 기상하여 짐을 정리한 후 쓰레기를 눈 속에 묻고 표식기를 세워 놓고(하산할 때 가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
그동안의 용변을 표시된 크레바스에 버리고 04:35 Camp 1을 출발했다.
08:55에 데포지점(Camp2 예정지)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 후 09:05 출발 13:15에 Camp 3 예정지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하루 전날 Camp 2로 올라오고 오늘 Camp 3으로 올라 올 계획 이었던 것을 미국팀들은 Camp 2를 생략하고
곧바로 Camp 3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고 장거리 운행을 한 탓인지 모두들 힘들어 한다.
데포지에서는 짐을 찾아서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한다.
Tent를 설치하는데도 서로가 눈치를 보며 꾀를 부리기 시작한다.
텐트 자리를 고르느라 삽질 몇 번 하고나니 숨이 턱까지 차올라 지속할 수가 없을 정도로 힘이 든다.
모두가 돌아가면서 해 보자지만 몇 번 하지도 않고 삽을 놓기 일쑤다.
신경섭 선배로부터 나오는 불만들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
우선은 함께 잠자리를 해야 할 텐트 배정부터 신경전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김태삼씨가 “매킨리 등반은 같은 팀이 와서도 선후배간에 트러블이 생겨 등정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다며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여 이겨나가자”고 설득을 한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팀은 각기 다른 멤버들이 모여서 왔으니 다 같이 힘든 고소 속에서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2시간 정도 걸려 Camp를 구축하고 서로가 이해하는 사이가 될 것을 다짐해 보며 잠을 청해본다.
박병철씨가 숨겨(?) 놓았다가 전해주는 양주를 조금 마셔서 였는지 대체로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2006. 6. 18.(일)
06:00 기상하여 밖으로 나와 보니 밤새 눈이 와서 수북이 쌓여 있고 또 계속 내리고 있다.
조식 후 화장실을 가야 하건만 걱정이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바람은 심하게 불고, 옆 텐트에서는 바라보이고, 오픈된 상태에서의 볼일(?)은 아마도
등반기간 중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루에 한번 이상씩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텐데..
김재하 선배님으로부터 처방을 받아 약은 가져왔지만 운행 중에 소식(?)이 올까봐 걱정이다.
가야산 해인사 위에서 도예방을 운영하는 무의선생이 보내 준 녹차를 타서 날진통에 담고 데포한 짐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눈보라가 점점 심해진다.
9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계속되는 눈보라로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출발했다.
해가 있으면 무척 덥고 해가 가려지면 제법 추운데 눈보라가 몰아치니 너무도 춥다.
이것이 매킨리의 날씨임을 실감한다.
데포지점까지는 30분 만에 도착해서 눈을 퍼내고 짐을 꺼내다 허리를 삐끗했다.
등반 기간 동안 몸 어디 한구석이라도 이상이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19:50에 Camp 3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 후 회의를 하는데 미국인 가이드들이 겁(?)을 한번 준다.
안전과 시간에 대하여 얘기를 하며 절대 자신들의 계획에 따르란다.
당연한 애기지만 듣는 순간에는 정말로 욕 나오게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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