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로 멱감은 운길산(160730)
육수로 멱 감은 운길산(160730)
산행한곳 : 운길산(雲吉山, 610m,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산행일시 : 2016. 7. 30.(토) 13:50 ~ 17:35
산행코스 : 운길산역 - 운길산 – 수종사 – 운길산역(약 6.8Km)
산행날씨 : 바람 한 점 없으며 습하고 무더운 날
함께한이 : 나 홀로
펄펄 끓는 가마솥과 같은 날씨다.
툭하면 쏟아진다는 비님은 다 어디로 가셨는지...
일이 있어 12시에 집에 들어가며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망설이기를 수십번.
집에서 에어컨이나 틀고 있어야할지, 가까운 불암산이라도 다녀올지, 베란다에서 작은 배낭을 꺼내면서도 갈등을 계속한다.
갈아입을 옷을 챙기면서, 반바지 반팔을 입으면서도, 등산화를 신으면서 까지도 나설까 말까하는데 이미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뿐인데 이미 반팔 남방은 땀에 흠뻑 젖어든다.
연신 부채질을 해대며 전철역에 도착해서도 내선을 탈지, 외선을 탈지 갈등하다보니 이미 몸은 왕십리 방향으로 들어서있다.
마음으로는 갈등을 계속하면서도 몸은 이미 운길산을 향하는 것 같다.
13:50 그나마 있던 구름도 사라지고 땡볕이 내리쬐는 운길산역에 도착하니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 산행을 출발한다.
얼마나 더운지 주말이면 그 많던 산님들이 모두 피서를 갔는지 산길이 한가하다.
어쩌다 마주 오는 어르신들께(?) 인사하며 잠시 오르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쏟아지는 육수 때문인지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기대하며 정상 못미처 헬기장에 도착하는데 이게 웬일?
막걸리, 컵라면을 기대하고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빈 의자만 휑하니 나뒹굴고 있다.
사지에 힘이 쫙 빠지는 가운데 정상만큼은? 기대하며 오르나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바뀐다.
정상 데크에 75세 어르신이 쉬고 계서 옆에 앉아 맹물만을 마시며 두런두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인생 공부를 하게 된다.
중앙선 전철에 오를 때부터 예봉산까지 갈까 말까의 갈등은 눈앞을 아른거리는 막걸리와 수종사 일주문 앞에 국수와 막걸리를
파는 곳이 있다며 종주 길을 잡는 어른신의 만류(?)로 급포기(?)를 하고 발길을 돌린다.
거기에 4주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온 큰아들과 함께 저녁도 먹어야하고...
오늘 발걸음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수종사를 돌아보고 일주문 앞 매점에서 잔치국수와 막걸리를 시키니,
장수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지나 있고, 잔치국수라는 것이 그냥 삶아서 뜨거운 물에 신김치 잘게 썰어 넣은 것이 전부이니
맛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요, 막걸리야 마시고 탈 안 나면 그만이고, 무엇보다 거금 8,000냥이 아까워 꾸역꾸역 쑤셔 넣으며
선풍기 바람으로 땀을 말린 후 능선을 타고 하산한다.
역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맥주 1캔하고 왕십리역까지 입석으로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