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크리스마스?(151226-27)
특별한 크리스마스(151226-27)
산행한곳 : 맛보기 북설악 - 강원도 인제군
산행일시 : 2015. 12. 26.~ 27.(1박 2일)
산행코스 : 박달나무쉼터 - 마장터 - 대간령 - 북설악 능선 - 헬기장 - 마장터(박) - 박달나무 쉼터(약 12Km)
산행날씨 : 제법 추운 겨울에 사람 날아가는 강풍이 부는 날
함께한이 : 나홀로...
오랜만에 설악에서 하룻밤 유하고 싶어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모처럼의 설악박을 축하함인지 용대리를 지나면서 눈발이 날리며 환영한다. 미시령 터널을 나서자 눈발이
거세지고 톨게이트부터는 빗방울인 것이 공룡에서의 하룻밤이 너무도 행복할 것 같은 예감이다.
한화콘도 사거리에서 내려 택시를 불러 설악동으로 진입하기 위해 목우재로 진입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승용차는
전부 속초로 온 것 같다는 택시 기사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차가 밀려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12시 안에 비선대 통제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벌써 11시가 넘어가고 있으니 조바심만 날뿐.
순간의 선택으로 방향을 바꿔 미시령 터널을 통과 박달나무 쉼터로 이동한다.
바닥을 살짝 덮고 있는 눈에 발자국을 남기며 작은 새이령을 넘어 마장터 윗집 정씨 어르신을 찾아뵌다.
소주 한잔 얻어 마시며 신선봉에서 자고 오겠다 하니 오늘은 가지마라고 말리신다.
바람이 너무 심해 어지간한 텐트는 날아갈 것이니 집에서 같이 머물다 가라신다.
3잔의 소주로 추위를 몰아내고 일단 올라가서 상황을 보고 여의치 않으면 내려 올테니 하룻밤 재워 달라고
부탁한 후 발걸음을 시작한다.
새이령 아래 마지막 물길에서 3리터의 물을 채우고 등짐을 메니 묵직한 것이 발걸음 떼기를 힘들게 한다.
마장터에서 야영을 한다는 5~6명의 산님들이 빈 몸으로 새이령까지만 다녀 온다며 함께 걷다 신선봉에서 잘
예정이라 하니 아니 갔으면 좋겠다고 말린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신선봉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능선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제트기가 이륙하는 소리
그대로다. 숲길에서도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모자를 눌러쓰며 바람을 막은 후
신선봉을 향한다. 벙커가 있는 개활지에 도착하니 몸을 가눌 수가 없을 정도의 강풍이 불어댄다.
새이령에서부터 벙커까지 오면서 맞이한 바람에 마음은 이미 정씨어르신 집으로 가 있었으니 강풍을 핑계로
돌아선다. 하산 길에 남은 가스가 있으면 팔라는 박팀이 있어 큰 것으로 하나 건네주며 소주로 물물교환을
하니 자기들과 함께 어울려 박을 하자지만 이미 정씨 어르신 댁에서 머물 것을 결정했었기에...
어르신 댁에 도착하니 마치 내가 되돌아 올 줄 알았다는 듯 나를 맞이할 준비(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움)를
하고 계신다. 둘이 자기 위해 장작을 조금 더 넣으셨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점심을 드셨다기에 딱라면을 끓여 어르신이 좋아하는 빨갱이를 권커니 자커니 마시다보니 취기가 올라온다.
눈을 조금 붙였다 어두워져 일어나 닭개장과 오뎅탕을 끓여 식사와 함께 준비한 주님을 모두 비우고 뜨끈한
온돌방에서 힐링의 밤을 보낸다. 늦잠을 자고나니 어르신께서는 장작을 패고 계시며 냄비밥을 해 놓으셨으나
떡국을 끓여 드리니 밥과 함께 말아 먹으며 아침 반주와 함께 한잔 또 한잔에 취기가 밀려온다.... ㅎ
전날과 달리 바람은 잦아들었으나 이미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으니 산행은 물 건너 간 것이다.
다음주 신정 연휴에 다시 박산행을 하자는 마음만을 다지고 박달나무 쉼터로 나와 속초를 경유하여 서울로
돌아오는 특이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낸다. (다음주에 다시 가야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