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설로 철수한 북설악(151129)
심설로 패퇴한 북설악(151129)
산행한곳 : 북설악 상봉서능선과 마장터
산행일시 : 2015. 11. 29.(일) 09:30~17:30
산행날씨 : 약한 눈 날리는 약간 포근한 겨울 날
산행코스 : 박달나무쉼터 - 마장터 - 상봉서능선 - 약 1000고지 - 마장터 - 박달나무쉼터(약 13Km)
함께한이 : 홀로
한 달 전부터 0000 채취 산행을 하려다 주말마다 계속되는 비로 미뤄지던 중 며칠 동안 설악에 폭설이 왔다는 소식에
심설 산행을 겸한 목적산행에 나선다. 용대삼거리에 도착하니 매바위에서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쏟아 붓는 가운데 약한
눈발이 날리고 있어 더욱 흥분하며 복장을 갖추고 박달나무 쉼터에 도착하니 박꾼들의 차가 즐비하다.
제법 많은 눈이 쌓였을 마장터 가는 길은 역시나 많은 박꾼들의 발걸음 덕분에 잘 다져져 있어 일사천리로 걸어 오른다.
작은 새이령 아래 샘터에 도착하자 그동안 잦은 비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옆에는 전에 없던 나무 벤치가 만들어져 배낭을
놓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쉬어가기 좋게 해 놓았다.
작은 새이령 넘어 이깔나무 숲길은 언제나 처럼 편안하고 푸근한 마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으로 텐트 3동이 보이고 또 장시 후 여러동의 텐트와 쉘터가 등로 옆으로 쳐져 있는 것이 산행 보다는
야영을 하기 위한 텐트로 이제 마장터는 널리 알려져 더 이상 조용한 휴식처는 아닌 것 같다.
모처럼 정씨 아저씨가 계셔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스패츠를 착용하고 출발하려니 눈이 많아 힘들 것이라 우려를 하기에
가다 힘들면 되돌아오겠다 말씀 드리고 윗집 뒤로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면서도 느꼈지만 시작부터 무릎 가까이 빠지는 심설로 산행이 순조롭지 않음을 직감하며 가파른 경사를 치고 오른다.
당연히 러셀이 되지 않은 심설 속의 된비알을 오르려니 제법 땀이 흘러 자켓을 벗고 무릎이상 푹푹 빠져가며 심설 러셀을
계속해야 되는 산행이다. 능선만을 고집하면 되는 산길이기에 길 잃을 염려는 없으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상봉 넘어
화암사로 하산을 할 시간이 될지 걱정을 하며 오른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은 점점 깊어지는데 능선 상으로는 보다 더 깊어 약간 오른쪽 사면을 택하기도 하나 대신
경사가 있어 옆으로 미끄러져 내리기도 하니 다시 능선을 타고 걸으며 작년에 0000를 수확했던 지점에 도착한다.
두리번거리며 오를 수 있을 만한 나무를 찾아보나 참나무 특성 상 쭉쭉 뻗어 있어 만만한 나무가 없다.
다행히 옆의 소나무에 보조자일을 던져서 걸고 접근이 가능한 나무가 있어 제법 수확하고, 잠시 진행하자 이번에는
나무 두그루가 붙어있어 수월하게 오르기도 하는 등 제법 생각한 만큼의 양을 봉지에 담아 챙겨 넣고 상봉을 향한다.
지도를 보니 고도가 900을 넘어서고 눈은 보다 깊어지고, 날이 약간 포근해서인지 습설이라 제법 많은 체력을 요한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상봉을 바라보니 된비알도 두번은 더 쳐야하는 등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한참이다.
작년 눈이 없을 때 이 지점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걸려 정상에 오를 만한 거리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4시간 정도를
걸어도 정상에 도착 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상봉 정상에 5시는 다 되어야 도착할 것이고, 또 화암사 쪽으로의 하산길 상태도 모르겠기에 철수를 하기로
생각한다. 조금만 더 진행하면 작은새이령으로 하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적설에 한 번도 아니 가본 길이기에 무리
하지 않고 마장터에서 라면이나 끓여서 정씨 어르신과 소주나 한잔할까하는 생각으로 오른 길을 되돌아 하산한다.
하산 중 배가 고프고 땡기기 시작하여 생각해보니 아침으로 작은 햄버거를 하나 먹었을 뿐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빵 한 조각과 뜨거운 차 한 잔으로 요기를 하고 지나온 발자국을 다시 밟으며 마장터에 도착한다.
어르신과 군불을 피워 놓고 떡라면을 끓이고, 김밥을 안주로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삼겹살에 술이라도 넉넉히 있었으면 마냥 앉아 있었을 것을 술과 안주가 떨어지니 별로 할 일도 할 말도 없어지는 것
같아 일어선다. 용대삼거리에서 서울이나 속초를 가기 위해서는 2시간 꼴로 한 대씩 다니는 원통행 군내버스를 타야
하기에 버스 시간도 어찌될지 알 수가 없어 조금 일찍 일어서기로 한 것이다.
산행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날리던 눈발은 점점 함박눈으로 변해가고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날리고 있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숲을 연출해내고 있다. 동영상도 찍고, 셀카도 찍어가며 박달나무 쉼터로 도착하니 관광
버스가 한 대 정차해 있고 쉼터 안으로 들어가니 ‘산지기’팀의 버스란다.
쉼터에서 막걸리 한 병 마시며 올해 종양 수술을 했다는 쥔장(1살 어린 동생 ㅎ)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새벽에 화암사에서 출발하여 상봉 거쳐 신선봉 넘고 대간령에서(주능선 샘터에서 신선봉까지 러셀)
마장터를 거쳐 하산한다는 산지기 회원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다음 날 컴에서 확인하니 또 다른 한 팀도 같은 코스로 산행을 해서 화암재에서 하산을 했다하니, 3시간 정도만 일찍 산행을
시작했다면 화암사까지 무난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당초에 생각한 목적을 달성했으니 아쉬움은 없는 가운데 산지기 버스를
얻어 타고 인제에서 삼겹살에 한잔 한 후 서울로 귀경.
그럼 다음 주는 신선봉이나??? ㅎ
매바위...
박달나무 쉼터...
작은새이령 샘터...
작은 새이령 기도터...
이깔나무 숲길...
박꾼들...
상봉 서능선 오름길...
철수 한 곳...
마장터 정씨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