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산

Mt. 카즈벡(Mt. Kazbek) - 정상을 등정하다

히말라야2 2015. 8. 19. 17:01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산 카즈벡(Mt. Kazbek)

 

산행한곳 : 카즈벡 (Mt. Kazbek, 5,047m)

여행일정 : 2015. 7. 24. ~ 8. 3(9박 11일)

산의위치 : 조지아(Georgia)와 러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센츄럴 코카서스 지역

동행한분 : 푸른여행사 그린산악회 카즈베기 원정대원들과...

             장용구님(한국인 최고령 등정자), 이종완님(한국인 최초 엘브러즈, 카즈벡 동시 등정자),

             이호섭님(한국인 최초 엘브러즈, 카즈벡 동시 등정자), 이명섭님, 박월임님(한국인 여성 동시 초등),

             임찬호님 & 김효송님 부부(한국인 부부 초등 및 여성 동시 초등), 안병창님(엘브러즈, 카즈벡 동시등정)

             빅샘 김태삼, 그리고 히말라야 임순만(이상 10명)

등반코스 : 카즈벡 노멀 루트(사메바 성당 - 게르게티 빙하 - 메테오산장(B.C) - 세락지대 - 플라토 -

             남서면 노멀루트 - 카즈벡 Summit - 메테오산장 - 사메바 성당

이동경로 : 인천 - 카타르 도하 - 조지아 트빌리시 - 쥬타 - 카즈베기 스탭언츠민다 - 사메바성당

 

일정별 운행경로

7월 24일(금) : 인천 - 도하(환승) - 조지아 트빌리시 (관광 후 숙박)

7월 25일(토) : 트빌리시 관광 후 - 쥬타 (관광, 까르프 방문 이동 후 숙박)

7월 26일(일) : 고소적응 훈련<차우케비 산군의 테투피크(3,250m) 등반>

7월 27일(월) : 쥬타(Juta) - 카즈베기(Kazbegi) - 츠민다 사메바 성당 방문, 폭포관광 등 휴식

7월 28일(화) : 등반<츠민다 사메바성당 - 아리샤 패스 - 게르게티 빙하 - 기상대산장(Meteo Station, 3,680, B.C)>

7월 29일(수) : 고소적응훈련(기상대 산장 - 베틀레미(White Church, 3,940m) 왕복 후 휴식

7월 30일(목) : 카즈벡(Mt. Kazbek) 등정 후 기상대 산장

7월 31일(금) : 기상대산장 - 카즈베기 마을 하산 후 휴식

8월 1일(토) : 카즈베기 - 트빌리시

8월 2일(일) : 트빌리시 관광 후 - 도하(환승)

8월 3일(월) : 인천공항 도착 후 해산

 

2015. 7.30.(목)

조지아의 아름다운 설산 고봉 정상에 오르다.

 

드디어 카즈벡 정상을 오르는 날.

 

당초 2시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위험구간을 어두울 때 통과하는 것보다 조금 밝을 때 통과하는 것이 좋겠다며 3시로 변경을

한다. 2시에 기상하니 하늘이 맑기는 하나 바람이 조금 불고 있어 오버팬츠를 착용하고 스패츠와 안전벨트를 착용토록한 후

누릉지와 스프로 요기를 하고 산장을 나선다.

 

3시가 조금 넘어 출발.

랜턴으로 머리에 불 밝히고 스틱을 사용하며 아주 천천히 등반을 시작한다.   잡석지대로 보이는 구간을 통과하며 작은

언덕을 오르니 청소년국제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 대학생들이 자고 있는 텐트가 나타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바람이 심하여 체온을 떨어뜨리고 있어 오래 쉴 수가 없다.

텐트에서 자고 있는 젊은 친구들 깰까봐 곧바로 다시 운행하고 완만한 잡석지대를 길게 지나자 어둠속에 모레인 지대가

나타난다.  조금씩 날이 밝아오는 가운데 지금부터 위험 구간이라며 3개조로 편성하여 안자일렌을 하고 진행한다.

 

빅샘과 임대표님 부부(가이드 오토), 광주 산님 3분 사장님들과 나(가이드 게지), 창원 이명섭씨와 박월임씨 두분과 안병창씨

(가이드 다토) 등 3개조로 편성, 안자일렌을 하고 모레인 지대를 통과하며 보니 오른쪽 산에서 발생하는 산사태로 흘러내린

바윗덩어리들이 불안정하게 많이 쌓여 있고 간간히 흙 아래로 얼음이 얼어있어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잠시 후 설사면으로 진입하며 전방 플라토를 보니 2시쯤 출발한 다른 팀들이 앞서서 설원을 걷고 있다.

1개조가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여 전체적인 속도를 조금 늦추는 등 가운데에서 속도를 조절하나 이곳 산악 가이드들도

유럽 사람들이라 자기들 스타일대로 느리지만 제법 긴 시간을 걷고 휴식을 취한다.

 

우리 스타일은 시간에 관계없이 힘들면 조금씩 쉬어가는 것이 좋은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카즈벡을 오르는 등반 코스가 6~7개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중 난이도가 가장 낮아 대부분의 산악인

들이 이용하는 서면 루트를 따라 오르고 있는 것이다.

 

설사면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면서 발걸음은 느려지고 지그재그 오르는데 앞 조에서 정면 쪽으로 자꾸 나아가기에

총괄 가이드인 ‘데지’에게 약간 왼쪽 다른 사람들이 오르고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자고 얘기한다.

만년 설사면을 오르는 곳에서 특별하게 길이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니니 어디로 올라도 상관은 없지만, 오늘뿐 아니라

 

전날이라도 먼저 오른 사람들이 러셀을 해 놓았다면 그곳에 발자국이 있을 것이니 걷기에 보다 편할텐데, 1조의 ‘오토’가

고집을 부리며 새로운 길을 뚫어가며 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조부터 방향을 틀어 다른 사람들이 다닌 길로 합류하고

사면을 따라 길게 오르다 3조가 따라오지 않아 잠시 쉬면서 후미를 기다린다.

 

가야할 전방을 바라보니 제법 까마득하다.

앞선 산님들의 흔적을 보면 사면을 따라 완만하게 직진한 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약간 경사가 있는 곳으로 올라서고

두 번 정도 직벽에 가까운 설벽을 올라야 정상일 것으로 보인다.

 

후미가 따라 붙은 후 첫 번째 경사면을 올라서서 조별로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이△△ 대원이 자신은

그만 올라가고 포기를 하겠단다.(표고 약 4,700m)   아마도 두 번째 거의 수직으로 보이는 설벽을 보고 약간의 공포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2년전 몽블랑을 함께 했을 때를 생각해보니 그때도 높은 고도에 서면 약간의 고소공포증 증세가 있는 것도 같았었는데,

어쨌든 일행 중 가장 잘 먹고, 잘 자고 하던 대원이었는데.... 결국 잠깐 휴식을 한 후 이△△ 대원은 가이드 다토와 함께

하산을 하고 빅샘이 한 팀을 데리고 등반을 하려하자 그동안 힘들어 하던 장△△ 대원이 배낭을 놓고 갔으면 좋겠단다.

 

아마도 다른 팀에서 놓고 간 배낭이 하나 있는 것을 보더니 마음이 약해진 것 같다.

설사면을 약간 깎아내고 배낭을 놓고 스틱으로 고정시킨 후 급설사면을 오르기 시작한다.    3개조로 자일을 묶고 조별로

아주 조심하고 천천히 약간 길게 Z자로 오르니 약 10분여 만에 마지막 턱을 넘어서자 넓은 테라스가 나타난다.

 

조금 긴 휴식을 취하며 전면에 있는 정상을 향하는 설벽을 보니 마지막 30여분 정도만 더 치고 오르면 카즈벡 정상으로

생각된다.    하늘의 도움인지, 함께하는 대원들이 덕을 많이 쌓았음인지 하늘은 맑고 푸르며, 더욱이 바람 한 점 없으니

고산 등정에는 최고, 최적의 조건이다.

 

일부 대원은 배낭을, 또 다른 대원은 피켈을 들고 스틱을 보관하고 등반을 준비하며 긴 휴식을 취한 후 정상을 향한다.

정상으로 가는길은 처음에는 완경사로 출발하다 점점 가팔라지며 전날 설상 훈련에서 조지아의 가이드들이 프론트포인트를

이용한 보행법을 강조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앞선 산님들의 발자국이 있고 또한 급경사의 등로지만 Z자로 등반을 하니 고도감만 극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오를만한 길이다. 다른 나라 젊은 산악 단체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왼쪽에 있는 바위지대에 픽스로프를 깔아 놓고

쥬마링으로 오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를수록 경사는 급해지지만 안전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천천히 한 스텝씩 오르다보니 다시 경사가 누그러지며 드디어

카즈벡 정상에 도착한다.(12:07) 베이스캠프에서 03:07에 출발하였으니 정상까지 오는데 꼬박 9시간이 걸려 도착한 것이다.

고봉 설산 등정이 처음인 한 여성 대원은 정상에 도착함과 동시에 주저앉아 눈물 콧물을 섞어 쏟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마도 고소 증세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못자는 등 어무나 힘들었는데 그 힘든 고생 끝에 정상에 도착한 것이

믿기지도 않고, 너무도 감격했기에 터져 나온 울음이리라 생각된다.      정상에는 일부 등반대들은 우리보다 앞서 등정 후

하산했고, 바로 앞에서 픽스로프를 이용해 올라온 친구들이 사진들을 찍어가며 등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현재와 앞으로의 날씨를 감안하여 긴 시간 휴식과 함께 정상 등정의 기쁨을 누리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반대이지만 우리가 오른 방향 등 뒤편으로 봉긋하게 솟아 있는 직선거리 200km 떨어져있다는

엘브러즈도 눈에 들어온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 모든 것이 우리의 발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트랭글로 살펴보니 고도 5,054m, 산행거리 7.2km,(안병창씨 GPS는 5,043m, 11.21km) 소요시간 9시간으로 기록된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자신들도 높이를 두 개로 얘기하는데 먼저 지도대로는 5,033m라 말하고, 또 다른 높이는 5,047m로

자신들도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단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GPS나 고도계로 측정을 하는데 가장 많은 기록이 5,042m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한다.

내 '트랭글'이나 안병창씨의 '가민'이나 오차는 있지만 5,047m에 근접하였으니 나는 5,047m로 표기를 하기로한다.  

조지아 코카서스 산맥의 아름다운 고봉 설산 카즈벡! 우리는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한국인 최고령 등정자 장용구님,

광주,전남지역 산악인 초등이며 코카서스 산맥의 엘브러즈와 카즈벡 2개산을 등정한 최초의 한국인 이종완님, 이호섭님,

한국인 부부 초등과 여성 동시 초등 임찬호 대표님 & 김효송 부부

한국인 여성 동시 초등과 창원, 경상지역 산악인 초등정 박월임님

한전 KDN & 나주 산악인 초등이며 코카서스산맥의 엘브러즈와 카즈벡 2개산을 등정한 안병창님

한국 트레킹 여행사 최초 등반 성공 김태삼 대표님,

한국인 등반 가이드 최초 등정 히말라야 임순만  ㅎ ㅎ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먼저 올라온 다른팀은 하산을 하고, 잠시 후 젊은 여성 산악인 1명이 혼자 올라오기에

등정을 축하 해 주고 하이파이브를 하니 체코에서 왔으며 뒤에 곧 친구 1명이 더 올라올 것이란다. 잠시 후 올라온 친구와

두 사람의 단체사진(?)을 찍어주고, 약 40여분 머무른 정상에서 2개의 자일파티로 팀을 나눠 하산을 시작한다.

 

산행은 등산보다 하산이 훨씬 어렵고 위험하기에 조지안 가이드가 뒤에서고, 내가 선두에 서서 길을 잡아 내려가며,

혹시 모를 대원의 추락을 염려하여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 할지라도 피켈을 깊이 꽂고, 발에 힘을 주어 아이젠 발톱을 깊이

박으며 만일을 대비하며 걸으려니 땀좀 흘린다.

 

오른쪽으로 픽스로프를 깔고 하산하는 친구들을 보고 줄을 잡고 내려가고 싶어 하는 대원이 있으나 하강기나 쥬마가 없이

맨손으로 잡고 내려가기에는 경사가 많이 급하여 손이 미끄러진다면 큰 위험이 따르겠기에 그냥 자일파티로 하산을 한다.

가장 난코스인 첫 번째 구간을 통과, 데포 시킨 짐을 회수한 후 두 번째 난코스 구간을 통과해서야 일말의 걱정을 덜어낸다.

 

세 번째 남은 구간은 경사도 많이 누그러지기에 조금만 주의하면 될 것이다.

플라토 구간까지 내려 선 후 아이젠을 풀고 피켈도 집어넣고 나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도록하나 물들이 떨어져서

아무것도 먹히지를 않는 것 같다.  이제 최대한 빨리 하산하는 것만이 살길이리라 .

 

이제부터는 완만하지만 크레바스가 나타나는 구간이라 조지아 가이드를 앞세우고 뒤에서 살피며 안자일렌 상태로 하산을

거듭하고 있으니 왼쪽 설원위에 청소년국제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의 캠프가 보인다.

잠깐 들렀다 가려니 조지아 가이드가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서둘러 하산해야 된다며 안된단다.

 

얼마 남지 않은 설원을 지나는데 오른쪽 아래 다른 산악인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니 가이드 ‘데지’가

“아까 정상에서 만났던 체코 아가씨가 크레바스에 빠졌고 구조를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전한다.

우리도 조금 더 진행하자 무릎에서 가슴까지 빠지는 구간이 수시로 나타나 긴장하며 크레바스 위험 구간을 통과한다.

 

새벽에 이 구간을 통과할 때는 눈이 얼어 빠지지 않았으나 하루 종일 땡볕을 받은 눈이 녹아 히든크레바스가 많이 발달한

것이다. 또한 하산 길 왼쪽으로는 오르는 동안에는 보지 못했던 거대한 절벽이 있는데 위쪽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물줄기를

만들고 물이 흐르면서 여기저기 많은 산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좌측을 주시하고 귀를 귀울이다 산사태 소리가 들리면 떨어지는 바위를 주시하다 피해야만 하는 위험구간이 이어진다.

완만하지만 눈이 녹고, 물이 흐르고, 낙석이 쌓인 구간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길게 하산을 이어가다 안전지대에 접어들면서

로프를 풀고 안전벨트를 벗은 후 개인별 산행을 하게 된다.

 

서서히 지쳐가는 대원들과 잦은 휴식을 취하며 베이스캠프인 메테오스테이션에 도착한다.(18:13)

전체 이동거리 왕복 14.4km를 등반에 9시간, 휴식 및 하산에 6시간이나 걸렸으니 총 15시간의 소요된 힘든 하루이다.

모두들 많이 피곤하니 침상에서 누워 쉬고 있는 가운데 장용구 사장님이 패트병 맥주(20라리)를 5병이나 쏘신다.

 

한잔 마시고 잠시 쉬고 있으니 크레바스에 빠진 산악인을 구조하러 헬기가 왔다가는 모습이 보인다.

산장에도 크레바스에 빠져 팔이 부러진 산악인 1명이 피켈로 기브스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산악인은 다음날 구조대와 함께

걸어 내려가야 한단다. 저녁식사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깨어 주방에서 한잔하고 있으니 조지로부터 슬픈 소식을 듣는다.

 

“She died.”

정상에서 잠깐 스쳐간 인연이지만 같은 산에서 등반을 한 사람이 직전까지도 쾌활한 모습을 보인 여자가 죽었다니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 잠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