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산

[스크랩] 대만설산 원정보고

히말라야2 2011. 4. 4. 08:13

 

 

 

 

대만 설산 원정산행 보고

-졸업 40주년(22) 30주년(32) 기념 합동원정산행-

 

총동창회와 동기회의 지원 및 격려 속에 34일 일정의 대만 설산(雪山) 원정이 실시되었다. 이는 올해로 졸업 40주년을 맞는 22회와 졸업 30주년을 맞는 32회가 연합하여 실시하는 해외원정 산행으로 22 7(뫼두리 산악회), 32 7(용삼이 산악회) 그리고 가이드를 맡은 28(용두팔 산악회) 1명으로 모두 15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KBS2 영상앨범 프로의 제작팀장 및 카메라 감독이 공항에서 합류 하였으며 대만에서는 타이완 등산협회 비서장 (사무국장)과 동 협회 국제팀장이 현지 가이드 자격으로 원정대에 합류했다.

 

대만의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 보다 조금 크다. 국토는 우리나라와 같이 산지가 국토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섬 동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만산맥엔 해발 3,000m 이상의 고봉이 100개나 있다. 이중 설산(3,886m)은 대만 제2의 고봉이다. 1봉은 옥산으로 높이가 3,952m에 이른다. 설산이 높이로는 조금 낮으나 아름다운 풍광으로 따지자면 설산을 으뜸으로 친다.

 

설산은 대만 동북부의 태중현에 위치한 설패국가공원에 속하며 타이페이에서 자동차로 4-5시간 거리에 있다. 거리로는 멀지 않으나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국도로 다녀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설산 등반은 설산등산구(2,140m)를 들머리로하여 설산 정상(3,886m)에서 등산구로 회귀하는 왕복 21.8km의 산행이 되며 산중 일박을 하게 될 369산장을 오르며 고산증이 시작되는 해발 3,000m를 지난다.

 

구간별 거리는 등산구(2,140m)-2km-칠잡산장(2,463m)-3km-설산동봉(2,301m)-2km-369산장(3,100m)-3.9km-설산정상(3,886m): 합계 10.9km를 왕복하며 등반계획은 첫날 369산장까지 오르고 369산장에서 일박한 후 둘째날에 정상에 오른 후 다시 등산구까지 철수를 하는데 거리로는 첫날 7km, 두쨋날엔 14.8km가 된다.

 

비행기 정비 문제로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게 10시가 다 되어 출발했지만 대만까지는 비행시간이 2시간 10분 정도로 현지 시각 11시 반 경에 대만 도원공항에 도착하여 현지안내를 맡은 왕덕찬 사장과 합류하였다. 공항에서 가까운 원샹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마치고 곧바로 첫날 숙소인 영사산장으로 이동하는데 날씨를 보니 구름이 두껍고 바람이 쎄다. 첫날 숙소는 원래 등산구에서 가까운 산장으로 예정 했으나 시설이 열악하여 왕사장이 호텔급(?)인 영사산장으로 변경하였다는데 한 시간 반 정도 버스로 이동을 해야한다. 영사산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저녁을 먹을 때는 우산을 쓰고 식당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둘째날, 아침 식사 후 대만 등산협회의 빈센트 린(Vincent ) 비서장(사무국장)과 팅웅지(丁雲芝) 국제팀장이 합류했다. 팅 팀장은 한국말이 유창한 사십 대 중반의 아름다운 여성(미혼)으로 버스내의 홍일점이 되었다. 그녀는 산행 가이드 겸 통역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원정대에는 중국사람 보다 더 발음이 좋은 서동욱 대원(22/중국은행 한국부대표)이 있어 팅 팀장의 역할이 아주 작아졌다.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에도 계속 오락가락 한다. 등산구로 이동하는 중에 왕사장에게 날씨에 대한 자문(?)을 구했으나 왕사장 (그는 을지로3가에서 태어난 화교임)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이러다 오후는 날씨가 좋아 질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산행을 시작할 때 오락 가락 하던 비는 끝내 멈추지 않았다. 설산동봉을 지나 369산장에 이를 때는 고도가 이미 3200m를 넘어서인가 비는 눈으로 바뀌고 있었다.

 

등산구에서 칠잡산장을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한다. 오르는 길에 만나는 눈물고개 Crying Slope에는 전망대와 함께 Dont cry for the Crying Slope라고 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크라잉슬로프를 지나며 대원들의 진행이 조금 둔해 진 듯 하지만 별 문제는 없다. 헌데 뒤에 쳐저 있는 미쓰 팅이 심상치 않다. 산을 오르는 모습이 가이드라 하기엔 너무 애처롭다. 급기야 고정진 대원(32)이 팅의 배낭을 받았다 그 후 유영욱(32), 동용철(32) 대원이 번갈아 가며 팅의 배낭을 메고 설산동봉을 올랐다. 팅이 걱정이 되어 가까이 가서 물었다. 많이 힘드나요? 전엔 언제 여기에 왔었나요? 15년 됬어요 그 때는 힘 안들었어요? 그때도 크라잉 했어요.. 암만봐도 산을 탈 사람 같지 않은데 현지 가이드를 챙기며 산행을 하는 용산의 건아들, 후배들이지만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칠잡산장에서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하고 설산동봉을 오르는 3km의 구간, 거리는 짧으나 해발고도 2400m대에서 3200m까지 올리는 과정에 고소증이 시작되는 대원이 나오기 시작한다. 머리가 띵하기도 하고 몸의 발란스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특히 박남필(32) 대원의 경우 소화급체 현상과 무기력증이 나타나며 산행이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점심 먹은 걸 다 토해 내고 갑자기 환자가 되어 버린 박대원, 결국 다음날의 설산 정상 등반은 포기하고 썰렁한 산장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32회 등반대장을 맡고 있는 박대원은 누구보다 강한 체력을 갖고 있으나 고소증이 남보다 심하게 온 탓에 마지막 정상 등반을 포기해야 했다. 마지막 순간에서도 포기할 줄 아는 산악인 그가 진정 용기 있는 산악인이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대원은 용기 있는 산악인이라 할 수 있다. 그때 만약 죽어도 올라가겠다고 했으면단장으로써 용기있는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전기불이 없는 369산장의 밤은 어두웠다. 몸을 씻을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빨리 저녁이나 먹고 일찍 쉬어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허나 그 와중에 혼자 밥하고 찌개 끓이고 고기 굽고 하며 저녁 준비를 하는 임순만 대장 (28/용두팔등반대장)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산행의 실질적인 안내자이자 리더인 임대장은 경험자로써 전문 가이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원정에서 22회와 32회 사이 28회로써 허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그는 이미 히말라야라는 닉네임으로 미국 유럽 티벳 네팔 등 세계 고봉을 누비는 매니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전문 산악인이다. 선배 후배의 일이라고 발벗고 나서서 원정산행을 이끌고 있는 그를 옆에서 보니 선배로써 그렇게 든든하고 믿음직 할 수가 없다.

 

너무 고산 지대라 그런가 밥은 좀 설었지만 임대장이 끓인 돼지고기가 들어간 묵은지 김치찌개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오리고기와 삼겹살이 구워지자 어디다 넣고 왔는지 소주 고량주가 계속 나온다. 나중에는 동용철 대원의 배낭에서 죠니워커 블루도 한 병 나왔다. 돌아가며 한잔씩 받다 보니 곧 바닥이 나긴 했지만 그 때 이미 19(PD, Guide 포함)의 용산고 원정대는 하나의 가족이 되어 있었다. 친구와 형과 아우가 한데 어울려 청춘을 이야기 하고 인생을 이야기 하고 우정을 이야기 하며 서로가 소중한 형제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급기야 10년 후에 졸업 50주년 40주년 때 이곳에 다시 오자는 결의를 하며 형제애를 다지기도 했다.

 

취흥이 무르익은 시각, 용철 대원이 단소를 꺼냈다. 음대에서 피리를 전공한 동대원은 단소 하나 들고 세계공연을 다녔던 국내 최고의 단소 연주자이다. 아리랑부터 일반 대중가요까지 대만설산 산중에서 듣는 동대원의 단소소리는 이미 속세의 음률이 아니다. 나중에 청성곡(이곡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전설의 고향을 생각한다)이 흐느끼듯 끊어질듯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연주가 될 때는 외국인인 가이드 린국장이나 미쓰 팅은 물론 구석에서 따로 식사를 하던 현지인들까지도 감동에 빠진 표정이다. 최근에는 단소제작의 특허까지 받아 단소제작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동대원은 믿음직스러운 동문이자 후배 중 하나이다. 설산에서의 하룻밤이 동대원의 단소소리에 깊어간다.

 

삼일째, 새벽 4에 기상하여 날씨를 살피니 진눈깨비 같은 젖은 눈이 아직 내리고 있다. 임대장이 준비한 미역국과 청국장으로 아침을 든든히 하고 5 다 된 시간에 369산장을 출발한다. 다들 머리엔 헤드렌턴을, 발에는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다. 오늘은 3.9km의 설산 정상에 오른 후 다시 369산장으로 내려와 점심을 하고 출발점인 등산구까지 회귀하는 총거리 14.8km를 소화해야 한다. 설산에 와 눈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듯 하지만 사실 3월 하순에 눈이 오는 것은 드문 일이란다. 가이드에 따르면 41년 만의 한파(?)란다.

 

박남필 대원과 가이드 미쓰 팅을 산장에 남겨 두고 17명의 원정대는 눈 내리는 설산의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369산장 뒷면을 지그재그로 가파르게 30분을 오르자 흑삼림이 나온다. 수 천 년의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삼림지대로 나무 숲이 너무 울창해 낮에도 어두워서 흑삼림이라 불린다는게 가이드 린국장의 설명이다. 우람한 향나무 삼나무 군락지를 지나며 이덕근 대원(22)은 최소 천년 이상의 수령으로 진단한다. 흑삼림을 지나며 국내 최고의 숲 해설가이자 야생화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나무와 풀 꽃 등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이대원이 자뭇 흥분된 감정이다. 카메라 감독이 이 대원의 숲 해설 내용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대원 22회의 자랑이다.

 

369산장에서 설산 정상까지는 3.9km, 표고차이 약 800m. 2시간 정도 흑삼림을 통과하자 넓은 계곡으로 이루어진 빙두유적이 나온다. 빙두유적을 지나 고도 3500m 정도에서 급하게 300m 이상을 치고 올라야 하는 마지막 구간엔 눈이 쌓이고 눈 밑으로는 얼음이 얼었다. 급경사 사면을 따라 이어진 등반로는 한 사람이 움직이기에도 좁다. 만약 오른쪽으로 미끄러질 경우 수십에서 백 미터 이상 산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는 제자리에서 비껴서기가 위험할 정도이다. 앞뒤로 움직이며 촬영을 하고 있는 박감독과 최감독도 힘들어 한다. 고산증으로 힘들어 하는 정영길대원(32)조영호대원(32)이 그런대로 잘 버텨주고 있다. 지금 올라 갈 때뿐 아니라 이따가 이 길로 다시 내려 올 때도 아마 가장 위험한 구간이 될 것이다. 오를 때고 내려 올 때고 별 사고 없이 무사히 통과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정상을 향한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눈발이 매섭고 바람이 강해진다.

 

오전10가 조금 넘은 시각, 369 산장을 출발한지 5시간 만에 설산 정상에 올랐다. 가운데 자그마한 정상석엔 칼바람에 날린 눈이 조금 남았고 작은 고산나무 위로는 두꺼운 얼음꽃, 빙화가 만발한 채 황량한 모습으로 정상이 우리를 맞았다. 대원들은 서로 끌어 안고 기뻐했다. 대화는 모두가 똑 같다. 수고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선후배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 함께 극한의 고통을 극복했기에 더욱 가슴의 뜨거움이 크다.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 펼치고 사진을 찍는 대원들의 표정에 남산의 씩씩한 기상이 넘친다.

 

추위와 바람으로 오래 머무를 수도 없는 정상에 용고의 기상을 한껏 심어 놓고 서둘러 369 산장으로 철수를 한다. 369산장에서 라면과 칼국수로 간단히 점심을 하고 서둘러 등산구까지 10.9km를 되돌아 가야 하는 산행길. 하산길에는 오를 때와 달리 더 힘든 산행길이 될 수 있다. 정상을 밟았다는 안도감, 어제부터 산행을 하며 누적된 피로감,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날씨까지 모든 것이 합쳐져 예상치 못하게 체력이 바닥날 수가 있다. 칠잡산장에 도칙하니 선두 본대는 이미 내려갔다. 가이드 린국장과 후미조를 기다리는데 동용철대원이 정대원의 배낭까지 매고 혼자 산장에 도착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4명의 후미조가 천천히 내려 오고 있다고 한다. 30분 정도 지나자 지친 표정으로 도착한 대원들 그래도 모두 무사하다. 산장 관리인한테 얻은 뜨거운 커피와 코코아로 원기를 회복한 후 마지막 구간 2km를 서둘러 내려가니 이미 도착하여 1시간 정도 기다린 본대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로써 오늘 하루 본대 12시간 후미 13시간 정도 걸린 설산 등반이 완료되었다.

 

등반완료 후 바로 5시간 넘게 버스를 달려 타이페이까지 나와 하룻밤 묶었다. 다들 피곤하지만 끝냈다는 개운함에 피곤한 줄도 몰랐다. 이튿날 오전에 타이페이 부근 야류해상공원과 양명산 노천유황 지대를 잠깐 들러보고 귀국길에 오르며 34일의 여정을 마쳤다.

 

이번 대만 설산등반을 통해 이순의 나이가 다 된 22회는 3,800m가 넘는 고봉을 올랐다는 성취감이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즐거움과 행복감을 줄 것이다. 한편 지천명에 들어서는 32회는 사회적으로 불안해지고 위축될 수 있는 나이에 이번 등반을 통해 아직 무엇이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남겨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번 원정산행을 통해 10년 차이의 선후배가 함께 동거동락하며, 함께 극한의 난관을 극복하며 키운 형제애가 또 다른 용산고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함께 참여한 모든 대원의 협조에 감사하며 아울러 늘 전 대원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한다. -

 

유 대준/22/2011대만설산원정단장

<원본: 22회 동기사이트>

출처 : 산따라 흐르고..
글쓴이 : 산마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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