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설악 서북능선(110101-02) - 1부

히말라야2 2011. 1. 3. 20:13

                       용두팔과 설벽의 만남(110101∼02)

 

산 행  지 : 설악산 서북능선(강원도 인제군)

산행일시 : 2011. 1. 1. ∼ 2(1박2일)

날      씨 : 춥고 눈(1.1), 맑고 바람 없어 산행하기 좋은 추운 겨울(1.2.)

산행코스 : 한계령 - 서북능선 - 귀떼기청봉(박) - 대승령 - 장수대

함께한이 : 용두팔(그레고리백 백종대, 학산 이명철, 엘리야 이성규 그리고 히말라야 임순만)과

              설벽(Bluemount 김기덕, 로부제 유재명, 최창현 안정숙 부부) 식구들...

 

12월 31일 밤, 설벽과 용두팔이 만나 신년 초 박산행으로 설악을 향한다. 1차 계획은 미시령을 출발하여 설악의 북릉

으로 잡았으나, 구제역으로 인하여 미시령 옛길을 통제하고 있다.  차를 돌리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여 신묘년 첫날

일출은 힘들다 판단되어 용대리에 있는 펜션에서 쉬고 서북능선을 걷는 걸로 계획을 수정한다.

 

오징어를 데쳐서 안주하여 한 잔하다 사진을 찍고 보니 벌써 신묘년 첫날이 시작되고도 3시간에 육박한다.

분산하여 눈 좀 붙이고 일어나 눈 내리는 설악을 음미하며 떡만두국으로 새 해를 시작한다.

귀떼기청봉에서의 박을 생각하고 느긋이 한계령을 향하니, 한계령 오름길은 쌓인 눈이 치워지지 않아 한참을 마음을

졸이며 도착 했는데 11시부터 입산을 통제한단다.

 

2011년 1월 1일...

한참을 “플리즈∼∼” 하고 애원하니 중청대피소 예약 여부를 묻고 어딘가 통화하더니 복장을 확인하고 나서야 철문

을 열어준다. 전날 밤부터 계속 내리는 눈으로 설악은 온통 설국이다. 고속도로를 달려오며 중청으로 전화를 해 적설

상태를 확인 할 때에는 적설량 5센티에 그나마도 등로에는 눈이 하나도 없다고 하여 적지 않은 실망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는 상고대는 아직 이었지만 온통 세상을 하얗게 바꿔 놓은 순백의 설악에 만족하며

무릎까지 빠지는 설악을 오른다.    간간히 마주오는 산님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며 일출은 보셨는지 여쭤보니 새해

일출을 대청에서 맞이하기 위해 새벽 3시경에 오색 코스를 택해 올랐는데 눈 내리는 날씨로 일출은 보지 못하였지만

순백의 설국으로 만족하며 하산 중이란다.

 

간간히 마주하는 산님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서북능선 상 삼거리에 도착하니 눈밭에 두동의 텐트가 아름답게 쳐져

있다. 귀봉으로 향한 산님들이 있는가 물어보니 한 팀이 올랐다하여 신설을 러셀하려는 들뜬 마음은 물 건너가고 틀림

없이 귀봉에서 박을 하리라 생각되어 우리의 박지를 상투바위골 입구 안부로 수정할 것을 생각하며 귀봉을 향한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설악의 서북능선을 따라 오르다 유명한 너덜이 나타나니 앞 팀이 지나간 러셀 자국이 흔적도

없다.   귀봉의 너덜은 큰 바위로 형성되어 곳곳이 바위 크레바스 지대인데 많은 눈이 쌓여 덮어 한발 한발을 딛기가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스틱으로 짚어가며 확인하고, 발 디딤을 두 번 세 번을 반복하며 학인 후 디뎌가며 한걸음 한걸음을 옮긴다.

수북이 쌓여 있는 눈을 밟다 한 발이 푹 빠지나 다행히 바위틈이 그리 크지 않아 한쪽 발만 빠지는 것으로 그쳤으나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틱 한 자루가 휘어져 있다.

 

평소 시간보다 서너 배는 더 들여가며 오르는데 반대편에서 두사람의산님들이 내려오고 있다.

나머지 너덜구간이 러셀이 되어 있을 희망으로 인사를 나누니 네사람의 산님들이 귀봉에서 박을 하려 있고 자신들은

대승령을 향하려 하였으나 러셀이 되어 있지 않아 도저히 진행 할 수가 없어 한계령으로 다시 철수하는 중이란다.

 

두 산님이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오르는데 마구잡이로 대충 내려서서인지 오히려 믿고 디뎠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것

같아 믿지 않고 오르다 로부제 후배를 앞세운 후 조심하며 귀봉을 향한다. 긴 너덜구간을 통과하고 숲으로 접어드니

네 사람의 산님들이 휴식을 하고 있어 얘기를 나누니 자신들은 그 자리에서 박을 할 예정이라 하는데 박 준비는 하지

않고 춥다고 움츠리고만 있는 것과 박지로 적당하지도 않은 곳이라 아마도 하산을 고려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이 산님들 얘기로도 귀떼기청봉 이후의 산길이 없으니 진행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적잖이 걱정을 해 준다.

빵 한 조각씩 나눠 먹은 후 마지막 너덜지대를 향한다. 다행히 동계에 귀봉을 오를 때마다 항상 귀떼기를 때리던 강한

바람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은 바위 크레바스만 조심하면 된다.

 

눈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너덜을 오르다 좌를 돌아보니 멀리 점봉산과 가리산 능선이 보이는 것이 마치 수묵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탄성을 내지르며 사진기를 들이대니 밧데리가 없다한다.

얼른 밧데리를 꺼내어 바지 주머니에 넣고 손으로 비벼준 후 다시 끼우니 정상 작동한다.

 

너덜지대를 통과하여 숲으로 들었다 다시 짧은 너덜과 잡목 숲을 지나니 귀떼기청봉 정상이다. 기대대로 아무도 없어

아늑한 곳과 정상에 각 한 동씩의 젤트를 설치하니 바람이 고요하여 귀떼기청봉다운 맛이 없다.   와중에 지난밤부터

내리던 눈은 그치고 있으며 하늘이 열릴 기미도 보여주고 있어 내심 일몰을 기대하며 젤트 안에서 주님을 알현한다.

 

늦은 아침을 먹고 올라온지라 많이들 시장해 하여 먼저 꽃등심 구이로 한잔씩을 나누고, 이어서 불고기로 또 한잔씩

을 나눈다.    오늘의 주종은 양주, 소주, 복분자주, 더덕주, 옻술 등으로 다양했으며, 메인 메뉴는 꽃등심, 불고기로,

오뎅탕, 고등어구이, 부대찌개, 떡만두국 등으로 역시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한다.

 

한잔하던 중 이미 해는 구름 곳에서 넘어 갔으나 밖으로 나와 보니 해가 넘어간 방향으로 붉은 띠 노을을 보여준다.

한기로 취기를 달래고 다시 들어와 한잔 거들다 그만 꿈나라로...

새벽 1시30분 잠이 깨어 밖으로 나와 볼일을 보고 다시 누우나 잠이 오지 않아 학산의 배낭을 뒤져 양주를 꺼내어

혼자 홀짝홀짝 마시고 다시 누워 정식으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