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운악산 구간(101003)
한북정맥 운악산 구간 걷기
산행일시 : 2010. 10. 2.(일)
함께한이 : 용두팔 친구들(김규일, 김성권, 김세봉, 김종권, 박찬정, 송봉환, 송재혁, 이동관, 이장원, 조병국,
황기수 등 11명)과 히말라야 임순만
산행날씨 : 새벽 비 온 후 구름
걸은구간 : 노채고개<09:10> - 원통산<09:47> - 구노채고개<10:25> - 암릉갈림길<12:24> - 애기바위(12:52경) -
운악산 서봉(13:08) - 중식후 동봉(14:38) - 47번 국도(16:10) - 443.6봉(17:10) - 명덕삼거리(18:00)
걸은거리 : 도상거리- 14km, 실거리- 16km
걸은시간 : 09:10 - 18:00 (8시간 50분, 휴식 포함, 선두기준)
한북정맥 길 중 나타나는 운악산 암릉 구간 이야기
나는 대간이나 정맥에는 문외한이라 한북정맥을 걸은 것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이번 운악산 구간은 보고픈 친구들을 볼 수 있는 산행 이라는 것과, 무엇보다 블방지우님들로부터 운악산 구간이
1대간 9정맥 중 가장 험하여 우회 했다는 글을 본바 있어 어떤 길인지 확인하고픈 두 가지 이유로 합류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산님들이 운악산 암릉 구간을 우회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친구들의 산행에
합류를하며 보조자일을 챙기지 못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다행히도 친구들의 정맥길을 이끌고 있는
친구 고둔치가 20미터 테이프 슬링이라고 가져 왔다기에 그 슬링만을 믿고, 모든 친구가 우회길로 접어드는 가운데
나홀로 암릉을 오르기 시작한다.(실제 슬링은 10미터 정도였음)
비가 온 후 날씨는 개는 중 이었지만 아직 그 수분이 남아있어 행여 바위가 미끄럽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첫 번째
나타나는 날등을 타고 오른다. 시작부터 나타나는 암릉은 홀드는 양호하였으나 미끄러지거나 균형을 잃으면 양
옆의 절벽으로 떨어져 최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나이프 릿지 오름이다.
잔뜩 긴장하며 첫 바위 봉우리에 오르자 넘어야할 암릉 구간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제법 긴장하게 만드는 가운데
반대편으로 넘어서 내려가는 구간은 애매한 듯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니 양호한 홀드를 따라 균형만 잘 잡는다면
별 문제가 없는 짧은 하강 구간이다.
두 번째 암봉 역시 날등을 따라 양호한 홀드와 나무를 부둥켜안으며 돌아 오르면 되었으나, 역시 우려 했던 대로
하강이 문제였다. 홀드를 유심히 살피며 하강을 시도하나 바로 아래 고도의 균형감을 요하는 구간이 나타나니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곧바로 추락으로 이어질 것 같아 다시 올라와 소나무에 슬링을 걸고 잡으며 짧은 하강.
다시 곧바로 이어지는 세 번째 암릉을 올라 운악 서봉을 조망하고 셀카도 한 장 찍은 후 뒤로 이어진 길을 살피니
하강이 제법 길다. 암각이나 나무 등 확실한 확보물이 없으니 선답자들이 바위에 볼트를 박고 슬링을 매 놓은 곳
이 있어 슬링을 걸다보니 길이가 도저히 맞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배낭을 벗어 놓고 조금 내려가며 직벽으로 떨어지는 곳까지 이동하며 슬링을 살피니 턱도 없이 모자란다.
아래서 우회하고 있을 고둔지를 불러 슬링이 짧음을 알리고 끊을 수도 있다고 전달하고 방법을 찾으니 외줄로
하강하는 수 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세 번째 하강 구간은 높이 약 7미터 정도로 추정되며 테이프 슬링은 단지 10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볼트에 있는 슬링에 내 슬링을 외줄로 묶어 놓고 하강을 시도하며 이후에 또 하강을 해야만 할 구간이 나타
나지 않기만을 기도한다.
맞은편 바위 위로 올라 회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슬링을 칼로 끊어 회수하고 걱정을 하며 진행하니 더 이상 위험
구간은 없고 애기바위가 나타난다. 정보도 없이 최악의 험로라는 구간을 가면서 보조자일을 빠뜨린 것은 물론 20
미터 슬링이라고 받으면서 제대로 길이 확인도 없이 그것도 나홀로 위험구간을 시도한다는 것이 너무도 무모한
행동이라는 것을 자책하게 된 산행이었다.
★ 이후 아래 산행기는 용두팔 산악회 친구들을 이끌고 한북정맥을 기획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친구
고둔치의 블로그에서 퍼 온 산행기 임을 밝힙니다.
목표점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것이다.
그래서 산행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정직하게 스스로 걸어야만 하고, 걸은 만큼 보이는 것이다.
가끔 뒤 돌아 보기도 하자. 수피령을 출발할 때 멀리만 보이던 광덕산도 이제 아스라이 뒤에 있고 청계산에서 아득
하던 도봉산도 이제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차를 타고 47번 국도를 오고 간 것이 벌써 몇 번째 인가. 늘 우측을 바라보며 저 능선을 걷게 되는 구나 하며 산행
기점으로 갔었는데, 이제는 왼쪽 능선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번 구간에 47번 국도를 건넜으므로..
오늘 구간은 운악산 암릉 구간을 제외하면 순한 길이다.
노채고개에서 운악산까지는 꾸준한 오름길이 이어지고 이후 철암재에서 악귀봉 갈림길 까지와 47번 국도에서
443.6봉까지 잠시 오르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내림길이 이어진다.
운악산 구간에서는 일반 산행객들이 많아 소란스러웠으나 이내 정맥길로 접어들면 우리뿐인 산행을 할 수 있었으
며 운악산 암릉 길은 거의 다닌 흔적이 없었으며 대부분 우회 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우리 일행 중
임순만은 보조자일을 가지고 암릉 길을 택했으나 고정 자일이 설치 되어있지 않고 위험한 구간 많았다고 전했다.
노채고개에는 마땅히 주차할만한 곳이 없어 청계약수터에 주차하고 언덕을 올라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우리가 주차했을 때 7,8명의 다른 팀이 산행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목적지도 우리와 같은 명덕 삼거리까지이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으며 산행 초반 두 번 만난 뒤로 끝날 때 까지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전 날 저녁부터 비가 꾸준히 내렸으므로 산 길 수목들은 한껏 물을 품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앞서간 일행의 덕도 있을 것이다. 노채고개 절개지 사면을 따라 오르면 능선에서 한북정맥 안내 표지판을 만나고
조금 더 가면 원통산(567.2m)이다.
정상은 비좁고 삼각점이 있으며 돌로된 정상석 외에도 나무에 판각한 표지판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옛 노채고개 까지는 아주 기분 좋은 길이다. ‘아주 기분 좋은 길’이라고 하면 다를 어떤 길인지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람도 시원하게 잘 불어준다. 노채고개는 좌우가 뚜렸한 고개길이다. 우측은 포천시 영선동 관음사로
좌측은 가평군 웃노채로 이어주는 고갯길임을 지도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가 올 것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는 산행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 산행초반 능선은 구름에 갇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 수 록 먼 곳 까지 조망 할 수 있는 날씨로 변했다. 기후가 산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지만 극복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날씨가 도와주었던 산행이다.
중간에 막걸리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운악산 암릉 갈림길에 섰다.
이미 우회하기로 계획하고 있었으므로 망설임 없이 우회 길을 택한다. 이번에 처음 합류한 임순만은 능선 길을
가겠다고 하기에 준비해간 20m 슬링을 건네주었다.
우회길도 그리 편한 길은 아니어서 몇 군데 조심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오면 직진하는 길과 우측에 PP
로프를 메어 놓은 곳이 나타나는데 물론 직진하는 것이 정상일 것 같은데 왠지 직진하면 다시 능선에 이어 놓을
것 같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좀 더 안전하게 우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한 그 곳에 눈에 익은 표지기도 매달려
있고.. 그래서 줄을 잡고 내려섰는데 완전히 계곡으로 빠지는 길이다. 일행이 모두 내려서지 않았기에 다행이다.
주능선에 다시 붙을 쯤 순만이가 날 부른다. 자일이 짧다고.. 멀리 암벽에 추모동판이 보이고 그 근처에 순만이가
있었다. 빨리 올라 일행을 능선이 만나는 지점에 쉬게 하고 암릉 쪽으로 가본다. 한참을 부르고 찾아도 답이 없어
서 전화 했더니 이미 서봉에 가까워지고 있단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서봉에서 합류하고 동봉 직전에서 자리를 펴고 푸짐한 점심을 여유 있게 먹는다.
서봉이나 동봉이나 모두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동봉에서 정맥 길은 나무계단이 설치된 곳으로 가야한다.
남근석 조망대를 지나면 이내 우측으로 갈림길이 나타나고 또 조금 가면 좌측으로 현등사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마지막 일반 산행객을 멀리하고 우리는 직진해서 호젓한 정맥 길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철암재 까지는 편안한 내림 길이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서면 47번 국도 까지는 또 내림 길이다.
악귀봉 갈림길에 이르는 봉우리를 올라서면서 운악산 허리를 파고드는 채석장을 볼 수 있는데 오랜 기간 동안
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규모가 대단하다. 석재로 유명한 ‘포천석’의 산지일거라고 동관이가 말한다.
조망이 좋은 곳에서 나머지 구간을 확인해본다. 잠시 까다로운 내림 길 몇 군데를 지나면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47번 국도에 이르고 건너편 또 다른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오르면 443.6봉에 닿고 나지막한 능선을 따라 가면
서파 사거리에 이르는 등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강석용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난번 구간에서도 전화 했었는데.. 그의 의도를 알고 있다.
포천에 왔으므로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도착지점과 도착시간을 묻는다.
명덕삼거리라고 말하고 오지 말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는 이미 출발했다고 한다.
음식을 잘 못 먹어 배탈이 나서 간밤에 한숨 못자고 고생했다 면서도 친구에게 줄 캔맥주를 얼음에 채워 싣고
부부가 달려온 것이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어서 포천을 벗어날 수밖에..
47번 국도에 이르는 등로는 군부대가 앉아 있지만 그런대로 철조망을 따라 능선을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은
능선으로 갈 수 없고 전봇대를 쌓아둔 공터로 내려서야 한다.
자칫하면 작은 계곡으로 내려서 물길을 건널 수 있으므로 넓은 공터가 보이면 바로 그 곳으로 내려서야 할 것이다.
전봇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앞으로 갈 길을 살핀다. 47번 국도로는 차들이 속도를 내어
달리고 철재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있어 그리로 넘어가다가는 비명횡사하기 십상이라 좀 걷더라도 지하통로로
우회하기로 한다. 앞서간 임순만은 이미 길을 건너 막걸리 병을 흔들며 빨리 오라한다.
되돌아오니 후미가 도착하고 있었고 다 같이 출발한다.
길을 따라 지하통로가 있는 곳까지 가서 맞은편 군부대 정문에서 우측으로 가면 도로에 의해 정맥이 잘려진 부근
에서 다시 이어진다. 또 다시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443.6봉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 이정표
에 명덕삼거리 까지 3.44km으로 되어있다.
노채고개(청계약수터)에 주차해둔 차를 회수해야하고 이미 다섯시를 지나고 있어 어둡기 전에 산행을 마치기
위해서 조금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우선 차량을 회수할 팀이 먼저 출발하기로 한다.
조병국, 이장원 그리고 나 세명이 먼저 출발한다.
숲 길을 걷기도 하고 철조망을 옆을 걷기도 하고, 편안한 길을 걷기도 하며 마지막 오름길을 올라 소나무가 잘
자란 곳을 지나면 부대 철조망과 멀어지며 오른쪽으로 내려서게 되고 그 곳이 명덕 삼거리다.
석용 내외가 준비해온 캔맥주 생각이 간절하지만 차를 회수해야 하므로 이내 출발한다.
신랑과 땀에 절은 사내 세명을 차에 태우고 석용 부인은 잘도 달린다. 그 곳 지리에 밝아 망설임 없이 청계약수터
에 내려준다. 내가 동관이 차를 운전해 되돌아 왔을 때 막 동관이가 산행을 마치고 있었다.
그 때가 18:40분이다. 시원한 캔맥주를 단숨에 마시고 다음번 들머리도 확인해 둔다.
저녁겸 하산주를 하고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막차는 이미 끊긴 상태다.
9시 30분이 막차인데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버스는 떠나버렸다. 환불받고 택시타고 청량리로..
급히 서둘러 10시발 기차에 표도 끊지 않고 올라탄다. 내가 타기를 기다렸다는 양 열차는 출발한다.
차장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니 벌금까지 9,300원에 표를 끊어준다.
열차 내 매점에서 캔맥주 하나 사서 느긋하게 마시면서 여기저기 안부 전하고 나니 원주다.
가지 말라고 붙잡은 친구들 고마워, 졸다가 원주 지나쳐 가지 말라고 전화로 문자로 알려준 친구들 고마워..
이번 구간을 마치면서 도상거리 총 170km의 한북정맥 중 73km을 걸었다.
이제 발걸음에도 이력이 붙어 모두 잘 걷고 정맥 길이 무엇 인지도 알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