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부제 동봉 등반기(제2부)
4월 18일 맑음. 룻지 숙박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하여 룻지를 출발 Nagarzun Hill(4,960m)을 다녀오는 날이다. 표고 차 약 800m를 올랐다 내려오면
되는 고소적응훈련 코스인 것이다. 표고 차 약 100m를 오르자 채현이 견디지 못하고 내려가겠다고 한다.
채현을 내려 보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가줌 힐을 오르는데, 표고 약 4,500m대 위로 오르자 점점 더 숨이 가빠온다.
내 자신이 올랐던 최고 고도가 자꾸만 갱신이 되고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4,500m를 넘어서자 몇 걸음 못가고 쉬게 된다.
다시 출발하면 현기증 증세가 와서 한걸음 걷고 쉬고 한걸음에 숨 한번을 반복한다. 셀파인 락파는 잠깐 만에 저만치다.
정상에 도착하여 한참을 쉬고 있으니 조선배와 람이 올라온다.
재명도 약 4,900m정도 표고에서 이기지 못하고 내려갔다고 한다. 채현과 재명이 빨리 고소에 적응이 돼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내려 오다보니 재명이 퍼져서 누워있어 락파와 함께 데리고 내려왔다. 채현은 약 1시간 거리 정도 되는 곳까지
내려갔다 온다고 했다는데 제대로 등반이 이루어질지 걱정이다. 이러다 혹시 나 혼자만이 등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채현과 재명에게 미숫가루를 타주고 점심을 먹이나 잘 먹지 못한다. 조금 쉬도록 하고, 또 데리고 산책도 다녀본다.
저녁식사로 곰탕, 김, 소스덮밥으로 준비하여 밥을 먹여보니 채현은 잘 먹고 있으나 재명이 잘 먹지 못한다.
식사 후 작전회의. 결론은 내일 아침에 컨디션을 체크하고 상태가 좋으면 Dugla로 들어가고, 아니면 팡보체 정도까지 하산
을 시키기로 결정한다. 본인들은 올라갈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후배들을 먼저 재우고 람, 락파, 다와, 조선배,
그리고 나는 위스키를 3잔씩 마시고 21:10에 잠을 청한다. 모두의 계획이 잘 진행될 것을 기대하며.....
4월 19일 맑음. 룻지 내 기온 -4도
06:20 기상 하고 보니 왼쪽 뒷골이 띵하다. 나도 고소증세가 오는 것 일까, 걱정이 되나 채현과 재명이 상태부터 확인한다.
어제보다 많이 괜찮다고 하여 걱정은 조금되나 우선 오늘 두클라까지만 오르기로 결정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먼저
보냈다. 당초 계획보다 하루가 늦춰진다. 조금 지나고 나니 나의 뒷골이 띵한 것은 괜찮아진다. 다행이다.
우리대원 3명이 모두 무사히 올라야 할텐데.... 2번의 정상공격을 없다.
한번에 모두 같이 올라야 할 23, 24일이 D-day다. 팡보체의 다시 룻지를 09:20에 출발하여 약한 언덕을 올라서니 평지
길로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걷다 쉬고, 쉬다 걷고를 반복하다보니 다리가 하나 나오고 건너니 두글라(11:35)다.
4,593m의 Dughla의 계곡 가에 있는 칼라파타르 롯지에서 중식 후 고소적응 차 막영을 하기로 결정한다. 점심은 역시
유럽식으로 나왔는데 어제부터인가 잘 먹히질 않는다. 조금만 먹고 준비한 단팥죽과 호박죽을 1봉씩 먹었다.
역시 우리음식이었다. 채현과 재명의 상태를 확인하고 의사를 물어 채현은 람과 포터1명과 함께 내려 보내고,
재명은 여기서 머무르며 내일아침에 상태를 본 후 결정하기로 하고 다음과 같은 운행결정을 내렸다.
임순만, 조영래 - 19일 : Dughla,
20일 : Dughla-Gorak Shep-Kala Pettar-Gorak Shep
21일 : Gorak Shep - Lobuche - Lobuhe B.C
유재명과 본대 - 19일 : Dughla,
20일 : Dughla - Lobuche B.C,
21일 : B.C - H.C - B.C,(High Camp 구축)
김채현과 람 - 19일 : Dughla - Pangboche,(고소적응 차 다운)
20일 : Pangboche - Dughla,
21일 : Dughla - Lobuche B.C
칼라파타르에 오르다
4월 20일 맑음. -9도
06:00 기상. 식사 후 08:00에 출발하여 09:45 로부제 마을을 지나자 평지로 된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고도계를 보니 표고 4,990m, 이제 처음으로 5,000m고지를 눈앞에 둔다. 확실히 훨씬 더 숨이 차오르는 것 같다. 내 일생에
최초로 10:30에 5,000m 표고를 밟는다. 이제 3~4일후면 6,000m고지도 올라서겠거니 하는 꿈을 꾸어본다.
12:30경 Gorak Shep에 당도한다. 이번고개 넘으면, 이번언덕 돌아 오르면... 하던 기대, 우측과 전방으로 눕체, 푸모리
등이 보이고 세락지대가 끝이 없다. 바로 저것이 에베레스트 등반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아이스 폴 지대인가?
Gorak Shep에 2개의 롯지 중 아래쪽에 있는 조용할 것 같은 룻지에 짐을 풀고 14:00정각에 칼라파트르(5,545m)를 향한다.
출발이 너무 늦은 것 같다. 끝이 없는 고갯길의 언덕을 오른다.
설릉 지대가 나타나면 통과하다 허벅지까지 눈 속에 빠지기도 하고, 너덜지대도 걷고, 흙길의 급경사 등이 계속 이어진다.
눈앞에 정상으로 보이는 언덕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면 더 높은 언덕이 또 눈에 들어온다. 조영배 선배와 함께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고 왜 이리도 숨은 찬지 고도가 궁금하여 고도계를 보니 5,430M, 람의 얘기대로 지난번 14명의 트래커 중
3명만이 정상에 오르고 1명은 정상 10m를 앞두고 철수했다는 얘기가 실감이 간다.
어김없이 오후가 되자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고어자켓과 바지를 입고 장갑도 낀 후 다시 정상을 향한다.
아무생각이 없다. 그저 땅만 보고 한걸음에 숨 한번, 잠시 앞을 바라보면 까마득. 다시 눈을 발 앞으로 돌리고 모든 상념을
버리고 걷고 또 걷는다. 5,500m의 표고가 이렇게 힘이 든단 말인가? 아직 고소의 증세는 아닌 것도 같으면서도 뒤통수의
뒷골이 띵하다. 이것이 고소일까? 아니면 계속되는 찬바람을 많이 맞아서 일까?
-9도의 온동에 햇볕이 없고 바람이 센 능선이라 체감온도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16:00정각 드디어 칼라파타르
(5,545m) 정상에 당도했다. 쿰부히말의 경치가 가장 좋다는 이곳에서 구름에 가려, 또 워낙 추워서 증명용 사진만을 찍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17:00 정각에 하산 완료 후 룻지에서 감자1인분, 계란볶음밥1인분, 삶은계란 2개, 계란후라이
2개로 저녁식사를 하니 숙박비는 30Rs 포터에게는 달밭을 사주고 20:00에 취침한다.
베이스캠프에 입성하다
4월 21일
06:40 기상하여 라면을 끓여먹고 08:15에 철수시작. 고랍셉을 출발하여 걷는 중 찬바람을 마주하며 걷는데 뒷골이 띵하다.
로부제 마을에서 밍마를 만나 차 한 잔과 따도바니(더운 물)를 마신 후 어제와 오늘의 일기를 쓰고 로부제 마을 옆으로
있는 언덕을 넘어 잡목과 너덜이 사이로 있는 가느다란 산 길을 따르다 보니 호수가 하나 보이는데 그곳이 베이스캠프란다.
B.C에 들어가니 머리가 지끈 지끈 쑤시기 시작한다. 찬바람 때문이었으면 한다. B.C에서 잠시 휴식 중 H.C(5,200m)를
설치하고 돌아오는 재명을 보니 너무도 반갑다. 채현도 조금 적응이 되었는지, 나보다 먼저 B.C에 도착한 후, H.C 바로
아래까지 갔다 오는 중이라 한다. 셀파인 락파와 상의하여 22일 B.C - H.C - C1(C1 구축), 23일 C1 - 정상(Summit) - H.C
24일 예비일, 25일 철수로 일정을 잡고, 공격조 및 철수조를 편성한다.
속전속결과 날씨 등으로 인한 1차 공격 실패 시 한번의 기회를 더 갖기 위하여 예비일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