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따신산 2(자생탑에 오르다)
무얼따신산 입산 2009. 8. 3. (대금천에서 자생탑까지)
갑거장채에서 구불구불 돌고 도는 길을 따라 내려와 대금천을 만나고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대금천의 물살이 굉음을
내며 흘러 내려온다. 대금천하교 앞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등반가이드 1인과 포터 3인을 고용하여 공동으로 사용 할 짐
등을 맡겨 놓고 산행 준비를 완료한 후 대금천하교를 건넌다.
일행들에게 오늘의 일정을 설명하고 천천히 꾸준히 안전하게 선두를 추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산행을 시작한다.(10:50)
임도 같은 넓은 길을 따르니 장족 특유의 주택(지하 또는 아래층을 돼지우리 등으로 사용하고 통나무를 깎아 계단을 만들
어 올라가는 등)이 있는 마을을 지나니 이곳 마을이 무일촌 인 듯싶다.(11:30)
등산로는 마을의 가운데로 나 있어 개인적으로는 찾기가 쉽지 않아 가이드를 따르거나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포터들이 짐이 무거운지 운행이 늦어지고 있어 가이드 김철에게 속도를 내도록 재촉하라 당부하고 마을을 벗어나면서 본격적
인 산길로 접어드는 것 같아 이후로의 산행에 갈림길이 있는지 물어보니 외길로 이어진다고 한다.
어젯밤 늦게까지 비가 내린 탓인지 습도도 많이 높아 후텁지근한 가운데 쉬엄쉬엄 산길을 따르니 하루 전 팀인지 “호산”이라
쓰여 있는 시그널을 만나니 이런 오지에도 한국인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것이 “한국인의 극성”인지 아니면 국가의 위상이
높아진 것인지...
거친 개울 하나를 징검다리로 건너고, 희미하게 나 있는 길을 따르고, 나무로 만든 다리와 통나무를 깎아 만든 계단 길 등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니 타르쵸가 펄럭이는 것이 또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을이 나타나니 여기가 건빠촌(?)이
아닌가 싶다.(13:55)
[타르쵸] 경전을 적은 오색 깃발로 5가지 색깔은 우주의 5원소를 나타내니, 파란색은 하늘(용감과 총명)이요, 흰색은 구름
(순수와 청순함), 빨간색은 불(번영과 맹열함), 초록색은 물(평화와 부드러움), 노란색은 땅(자비와 지혜)을 상징하는 색으로
색의 배열이 바뀌면 아니되니 하늘이 위고 땅이 아래인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 인 것이다. 부처님이 득도를 했을 때 몸에서
오색의 빛이 유래되었다는 말도 있는데 티벳 사람들은 타르쵸가 바람에 날리는 소리를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고
말한다.
[롱다] 타르쵸와 혼용되어 사용되는 롱다는 깃대를 매단 깃발을 가르키는 말인데 티벳어로 “바람의 말” 또는 “달리는 말”
을 뜻하며 깃발이 바람에 날리는 모양이 “달리는 말”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타르쵸가 날리는 언덕에서 티벳인들은
경전의 문구를 적은 오색종이를 뿌리며 소망을 기원하기도 한다. 라체(돌로 쌓아 만든 탑)에는 기원을 비는 까닥(흰색 천)
도 돌 틈마다 걸려 있기도 한다.
[쵸르텐] 불탑
넓은 평지에 옥수수를 가득 심어 놓고 이름 모를 열매들을 잔뜩 쌓아두고 있기에 냄새를 맡아보니 그중 하나는 우리네 추어탕
에 넣는 산쵸 같은 향이 나는 것도 있다. 포터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이곳 주민들과 함께 사진도 찍은 후 대략
의 시간을 물어보니 이곳에서 자생탑까지 7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하여 이제부터는 조금 서두르기로 하고 옥수수밭 사이
로 난 길을 따라 출발하니 이내 큰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본격적인 오름길의 등산이 시작이다.
앞선 일행들이 작은 나무에서 열매를 한 줌 따서 입에 넣기에 물어보니 “파리똥”이라며 산행에 힘을 내게 해 준다나?? ㅎ
나도 한입 받아 먹어보니 새큼한 것이 생기를 돋게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오르는 중에 산딸기도 따서 먹고 있으려니
배낭과 자루에 버섯을 잔뜩 지고 내려오는 현지인이 있어 잡아 세우고 확인하니 여러 가지 버섯을 채취했기에 살펴보니
그중에서 제법 큰 송이버섯이 눈에 띈다.
김철에게 저녁에 먹게 송이버섯을 골라서 조금 사 오라고 했더니 팔지 않는 다나??
송이는 소나무에서 자라는 것 같은데 주변 산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소나무는 보이지 않는 것이 어디서 채취를 해 온 것인지...
등산로는 자생탑 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주 계곡을 따라 10여 번 이상을 건너다니면서 이어진다.
왼쪽의 깎아지른 절벽 같은 산으로부터도 수시로 폭포가 나타나서 눈길을 끌며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들고, 등산로를 따르는
중에도 툭하면 나타나는 폭포는 수도 없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산에 있는 폭포 같으면 당연히 거창한 이름이 붙었음직한
폭포들의 이름이 있느냐 물으니 당근 “무명폭포”란다.
계속하여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외나무다리, 쌍나무다리, 나무판데기다리, 돌다리 등 수 없이 계곡을 건너다니며, 이끼
식물이 즐비하게 늘어진 원시림을 쉬엄쉬엄 오른다. 좌우로 조금이라도 이상한 바위만 있으면 여지없이 쓰여 있는 경전
(“옴마니받메흠”), 약간의 홈 등 공간이 있으면 놓여져 있는 불상 등은 이곳이 티벳 땅임을 알게 한다.
해발 3,000 표고를 넘기면서도 계속되는 깍아지른 경사를 보이고 있는 산 능선을 쫒아 가쁜 숨을 쉬면서 오르고 또 올라도
자생탑은 나타나지를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산 능선에 도달해서야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계곡이 끝나는 지점이 되서야
나타날 것인지, 이제 일행들 간에도 서서히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계곡이 약간 옆으로 멀어지는 듯한 시점에
타르쵸가 밀집되어 걸쳐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자생탑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리라 생각하고 있으니 앞서가던 일행이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기다
렸다며 사진을 부탁한다. 아마도 자생탑이 가까이 있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찍어 주다보니 뒤편으로 빨간 벽돌 건물이
보임에 자생탑이 맞는 것 같다.
조금 더 숨을 몰아쉬면 오르니 먼저 도착한 일행이 아래로 대접을 보이면서 이거 한잔 마시니 피로가 싹 가신다면서 어서
올라와 한잔하라 권하기에 “혹시, 시원한 맥주??”를 머릿속에 그리며 올라보니 자생탑에 있는 젊고 잘 생긴 스님이 보온병
에 내어 놓은 “00차”다.(19:00)
따뜻하게 한 잔 들이키니 속이 따스해 지면서 정말로 오늘 운행한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자생탑은 스스로 자란다는 전설의 탑이라 알고 갔는데 그 신비스러운 모습을 보니 절묘하게 생긴 것이 무얼따신산의
명물로 손꼽기에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자생탑 산장(?)은 해발 3,638m 높이에 있으며 사원도 아닌 것 같은데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고, 그렇다고 등산인을 위한
전문적인 산장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생각에 무얼따신산을 올라 기도를 하러오는 신도들이 중간 숙소로 머물거나 아니면
자생탑에서 기도를 하러 오는 분들의 숙소로 보였으며 방 안은 4인실부터 6인실까지 잘 지어 놓은 숙소이다.
산행을 안내 하면서 6시간의 운행으로 안내를 하였었으나 선두가 약 7시간 40분, 후미가 약 8시간 50분 정도 소요되었으며
그 후로도 포터는 40여분 뒤에야 나타나니 그만큼 식사시간이 늦어진다. 식당에는 장작불로 식사를 준비 할 수 있도록 가마
솥도 걸려 있으나 우리는 급하게 구한 프로판 가스렌지 두개를 무겁게 짊어지고 온 덕분에 우아하게(?) 일행의 도움을 받아
가며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압력 밥솥에 밥을 하여 밑반찬 몇 가지와 함께 식사를 제공하니 고소증세가 있는 한분을
제외하고는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고소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식사 후 가이드와 내일의 산행 일정에 대하여 상의하고 일행들을 잠자리에 들도록 한 후 내일 산행 중 마실 물을 끓여 놓고
나니 또 12시를 훌쩍 넘겨 잠자리로 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