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이센 산행기 3
아쉬운 작별, 그리고 겐카미네(090228)
미역국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장비들을 착용토록 한 후 미센 정상으로 오르니 겐카미네 옆으로 일출이 시작된다.
날씨는 맑았으나 해가 오르는 쪽으로 구름이 지나고 있어 깨끗한 일출을 보진 못하고, 정상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겐카미네로 향한다. 시작부터 칼날능선 임에도 안자일렌도 하지 않은 채 단지 일본 산악 가이드가 선두에서 치고 가면
발자국만을 따라가면 되는 구간이다.
미센에서 곧바로 나타나는 봉우리 두 개를 넘어서자 일본인 가이드와 빅샘이 회의를 하더니, 앞으로 정말 위험한 나이프
릿지 구간이 나올텐데 이렇게 많은 전체 인원이 등반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며 일부만 등반을 계속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누군 등반을 계속하고 누군 돌아서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어제 찍은 양으로도 방송이 충분 할 것 같아 김감독
에게 전원이 같이 철수를 하자고 하니, 나이프릿지 구간이 그림이 좋을 것 같다며 두세명만 등반을 하자고 하는데, 누구를
선택 할 수가 없어 잠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성규가 먼저 철수를 하겠단다. 황병국과 백종대 그리고 수술한 눈이 아직
아물지 않은 강석용도 함께 철수토록 하고 내가 인솔 해 내려가겠다니 내가 없으면 안 된단다.
결국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돌려보내니 여성가이드가 자신이 함께 데리고 하산을 하겠다기에 마음을
놓으며 친구들의 눈을 보니 못내 서운하고 아쉬운 빛이 눈과 표정으로 나타나 보인다.
처음부터 이런 구간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다 같이 겐카미네를 시도하지 않았을텐데...
아니면 어제 회의를 할 때 7명은 안된다고 얘기를 하던지 자신들이 전체 인원에 맞춰 장비를 준비 했으면서도 이제 와서
안된다니...난감할 따름이다. 차마 발길을 쉽사리 떼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친구들에게 어서 돌아서서 안전하게 하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진행하니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일본인 산악가이드 1명과 PD 2명 그리고 김태삼 등 4인이 한조로 자일을 묶고, 나와 이명철, 일본인 가이드 등 3명이 한조로
자일을 묶은 후 나이프 릿지 등반을 시작한다. 약 200미터 이상의 구간을 7피치로 나누어 일본인 가이드와 김태삼 등이 교대
하며 선두로 등반하고 스노우바를 박고 자일을 고정시켜 놓으면 확보 줄에 연결된 카라비너를 통과 시키고 한명씩 등반을
하게 된다. 한 피치가 끝나면서 확보를 한 지점에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서 있을 만큼 공간이 넓은 곳이 별로 없다.
또한 아무리 확보를 했더라도 등반 자체는 홀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이러한 릿지 등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친구들 모두를
데리고 등반을 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행동이리라 생각하니 아쉬웠지만 친구들을 돌려보낸 것이 잘 된 것이라고 생각된
다. 로프를 고정시켜 확보를 했을지언정 발이 잘못되거나 균형을 잃어 떨어진다면 최대 5~6미터는 추락이고, 그러다 몸에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구조대를 부르는 상황까지도 올 수 있고 또한 최악의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차라리
모두가 같이 하산을 결정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7피치인지 8피치인지를 등반을 하고 두 구간은 안자일렌으로 통과를 하니 겐카미네 전위봉에 도착하고 휴식을 취하고
전열을 정비 한 후 약 50미터 앞에 있는 정상을 밟는다.
어제 미센 정상에서 친구들과 같이 프랑카드를 펼쳐 놓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이명철과 단 둘이서 사진을 찍고 있자니 또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진다.
증명사진을 찍고 산코호 방향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도 위험한 칼날 능선이 두 구간이나 있어 역시 고정 자일을 설치하고
통과를 한 후 나머지 구간은 안자일렌으로 통과 하다 보니 넓은 지형이 나타나면서 그 곳부터는 자일이 없이도 등반이
가능한 구간이다. 일본인 스키어 3명이 산악 스키를 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 함께 사진을 찍고 지형을 바라보니
스키를 타기에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점심거리를 친구들이 가지고 내려갔으니 휴대했던 양갱, 호두, 꿀호떡, 찰떡파이, 쵸코렛 등의 간식을 먹고, 유토피아 산장
못미처에서 능선과 계곡을 치고 내려가면 하산 길이 단축될 것 같아 길을 열고 가던 중 바로 눈앞에서 이명철이 넘어지더니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무거운 배낭에 힘도 많이 들면서 배는 고프다 보니 다리가 풀려 중심을 잃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경사가 그리 급하지는 않아 계속 미끄러져만 가고 낭떠러지는 없는 것 같아 어느 정도 내려가면 멈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에 있는 자그마한 능선 때문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앞 서 가던 김감독이 멈춰 섰으며 괜찮은 것 같다고 전해 온다. 쫓아내려 가는 중 김태삼과 일본인 가이드가 먼저 내려가
상태를 확인하고 소리쳐 안부를 물으니, 몸에 이상은 없고 얼굴만 조금 긁혔다기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약 50여 미터를
미끄러져 내려 간 것 같으며 급경사가 없었기에 다행이었다
이후로도 길게 이어진 능선 길 보다는 계곡을 타고 질러가는 방법으로 하산하니 어느 정도 경사가 누그러지며 하산이 끝나
가는 지역이다. 산 전체에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아무 계곡이라도 치고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그것이 곧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설악산에서 동계반 교육을 받을 때 죽음의 계곡을 거슬러 올라 대청에 이르는 것처럼...
나중에 먼저 철수한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니 자신들도 6합목 대피소에서 계곡을 타고 글리세이딩을 하는 등 재미있는
하산 길 이었단다. 아이젠과 안전벨트를 풀고 완만한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대산사가 나타나면서 오늘 등반이 마무리 된다.
다이센 호텔에 도착하니 나를 원망할 것으로 생각 했던 친구들이 무사히 돌아 온 것에 대하여 반갑게 맞아주고 걱정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더욱 마음에 걸리며 고마운 생각이 든다.
(차라리 모두 같이 돌아섰으면 마음의 짐도 덜었을텐데....)
만약 앞으로 똑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다 같이 과감하게 돌아서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다음날 성규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함께하지 못한 것은 괜찮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산행에서는 대통령의 명령이라도 돌아서자는 말로 지적을 해 준다.
온천을 하고 맥주를 한 잔 마시며 푸욱 쉬고 있으니 돗토리현 산악협회 주관으로 환영 만찬이 베풀어진다.
우리들 등반을 가이드 했던 기모토 야스하루와 마에다 마사부, 그리고 훌륭한 여성 산악인 니시카와 아케미(인수봉 9회,
설악 적벽 등반) 등 산악협회 사람들과 다이센 정장 등을 비롯한 사람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한국의 공영방송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다이센을 한국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하니 현이나 산악협회 측에서는
더 없이 좋은 홍보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인사말을 마치고 어울려 술잔을 주고받으니 제법 취한 상태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마무리를 하는 것 같다.
<미센에서 겐카미네로 이어지는 나리프릿지 구간 등반 사진 모음>
<겐카미네 정상에 오르다>
<겐카미네 정상에서 하산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