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스크랩] 지리산 종주기

히말라야2 2008. 5. 21. 14:03

지리산 종주기

1. 산행일 : 2005. 7. 15 ~ 17.(2박3일) 흐리고 비온 후 갬
2. 동반자 : 히말라야, 아기괴물
3. 산행코스
성삼재-노고단-임걸령-삼도봉-토끼봉-명선봉-형제봉-벽소령-덕평봉-칠선봉-연신봉-
세석산장(1박)-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제석봉-천왕봉-로타리대피소-칼바위-중산리

4. 구간별 소요시분(총 소요시간 20시간)

2005. 7. 16.(토) - 12시간 30분
- 성삼재 매표소 출발 05:05
- 노고단 산장 05:35 (5분 휴식)
- 노고단 삼거리 05:50
- 돼지평전 06:17
- 피아골 갈림길 06:48
- 임걸령(샘터) 06:57 물마시며 5분 휴식)
- 노루목(반야봉 갈림길) 07:30
- 삼도봉(낫날이봉) 07:50
- 화개재(뱀사골 갈림길) 08:15 (5분간 휴식)
- 토끼봉 08:44 (15분간 휴식)
- 연하천 산장 10:05 (점심식사), 곰과의 조우
- 연하천 산장 출발 11:00
- 형제봉 12:00
- 벽소령 산창 도착 및 출발 13:00
- 선비샘 도착 및 휴식 14:10 (맥주 및 휴식)
- 칠선봉 경유 연신봉 도착 16:30
- 세석산장 도착 16:40 및 숙박
- 세석산장 숙박 등록 18:00 및 저녁식사

2005. 7. 17(일) - 7시간 30분
- 세석산장 출발 06:30
- 촛대봉 도착 06:50 및 사진 촬영
- 삼신봉 도착 07:25
- 연하봉 도착 07:42
- 장터목 도착 08:08
- 제석봉 도착 08:40
- 천왕봉 도착 09:20 (35분간 휴식 및 간식)
- 로타리 산장 11:23 (라면 중식)
- 중산리 입산통제 초소 13:54
- 중산리 매표소 14:02
- 중산리 버스 정류장 14:07 (택시 이용)

5. 산행기

역시 상반기에 시행하고자 하는 종주 산행 계획 중 가장 긴 지리 종주.
애초 2주전에 계획했었으나 장마철 기상특보로 입산이 통제되었다는 소식에 연기한 산행을 이제 사 아기괴물님을 제물 삼아 시행하게 되었다.

적어도 3명은 동행할 것 같은 예감에 인터넷으로 보름 전에 세석산장을 예약하고 열차표도 3장을 예매했었던 것이다.
아무리 꼬셔도 넘어오는 회원은 아기괴물님 하나였다.(경선아 미안!!!)

용산역에서 저녁 10:50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야하기에 경선에게 10시에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재명이가 몇 시 차인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용산역으로 나온다기에 열차에서 수면제로 마실
맥주 몇 캔과 경선이 사용토록 할 스틱을 챙겨 오도록 얘기하고 끊으니 곧바로 민규로부터도 잘 다녀오라는 전화가 온다.(이쁜 넘들)

용산역에서 자동판매기(?)로 티켓팅을 하고 아기괴물님과 있으니 로부제가 느티-서니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난다.(고마워라!!!)
로부제가 준비(맥주 6캔, 소주 2팩)해온 수면제로 폭탄주를 만들어 하나씩 하고나니 개찰시간이다.

난생처음 침대칸을 이용해보는데 꽤나 궁금했다.
열차의 1량이 침대칸으로 28개의 룸이 상,하단으로 구성되었는데 용산에서 3명 영등포에서 4명이 28실의 룸 중 전부였는데 승무원 말이 적자운영이지만 그래도 꼭 이용하는 승객이 있기에 폐지하지 못하고 운영하는 실정이란다.

침실에서 자고 있으면 도착역 10분전에 깨워준다며 표를 회수해 간다.
역시 폭탄주를 하나씩 더 제조해서 같이 마신 후 잠자리에 누웠으나 평소보다 시간도 이르고 또한 바뀐 잠자리 때문인지 그렇게 깊은 잠이 들지는 못했다.

그래도 허리를 펴고 누울 수 있으니 편안했으며 담은 몇 시간이라도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역시나 구례구역 10분전에 기상을 시켜준다.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98%가 배낭을 메고 있었으며 그 숫자는 가히 200여명은 족히 넘을 듯 보였다.

03:25 구례구 역사 밖으로 나오니 택시들이 호객을 하고 있었으나 계획에는 역 앞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려 했었기에 식당으로 향하는데 일반 버스가 승객들을 태우는 것을 보니 성삼재를 오르는 버스로 보여 택시비를 아낄 요량으로 뛰어가서 버스에 올라탔다.

타고 보니 버스는 구례 터미널로 들어가고 04:20에야 성삼재로 출발한단다.
03:40에 구례터미널에 도착하여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김밥 2줄을 더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바람을 쐬고 있으니 구례구 역으로 승객을 태우러 갔던 성삼재행 버스가 다시 터미널 내로 들어온다.

버스는 만원이 되었고 04:20 조금 넘으니 성삼재를 향하여 출발한다.
화엄사에서 출발하려는 등산객 7~8명을 내려놓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04:55.
잠시 정비를 한 후, 아기괴물을 세워놓고 출발을 고하는 사진을 한 장 찍고 05:05 성삼재 매표소를 통과하니 드디어 기나긴 지리산의 주 능선 종주가 시작된다.

이미 동은 터 랜턴은 필요 없고, 약간의 경사가 있는 돌바닥 넓은 길을 오르며 아기괴물에게 그 옛날 지리산에서 천황봉님을 만난 옛날 얘기를 하다보니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한다.
노고단 오름길을 올라 오솔길로 접어드니 이제야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멧돼지들이 많이 출몰하였다는 돼지평전을 지나고, 피아골로 내려가는 삼거리도 지나고, 지리산 능선 중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임걸령 샘에 도착하니 06:57이다. 한 모금 맛보지 않을 수 없어 맛을 보니 아기괴물이 최근에 장만한 휴대폰으로 한 장 찍어 달란다. 꽤 화질이 좋아 보인다.

반야봉으로 향할 수 있는 갈림길인 노루목에서 잠시 쉬며 마음속으로 반야봉을 거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갈등을 느꼈으나 아기괴물에게는 내색을 하지 않고 그냥 삼도봉으로 향한다.
일명 날라리봉(실제는 낫의 날 같이 생겼다하여 이름 붙여진 낫날이봉임)으로 통하는 삼도봉(경남과 전남,북도의 경계)에 도착하여 모처럼 둘이서 함께 증명사진을 찍고 휴식 조금.

여기서부터 약 1Km 이상은 거의가 나무계단으로 이루어진 내리막길이다.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산을 조금만 다녀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터득한 산중 진리일 것이다.

더구나 지리산처럼 크고 웅장한 산에서는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와야 한다는 이 간단한 진리가 더욱 처절하게 적용된다.
삼도봉(1,550m)과 화개재(1,360m)의 표고차만 봐도목표인 천왕봉(1,915m)과 견주어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금방 이해해야 할 것이다.

화개재의 북쪽은 뱀사골로, 남쪽은 연동골로 이어져 화개장터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어지는 토끼봉은 삼도봉에서 내려 온 만큼 올라가야하는 기나긴 오르막길이다. 이번의 오르막 산행은 쉬지 않고 오르며 힐끔 힐끔 뒤를 돌아보며 아기괴물님의 컨디션을 살피니 너무도 잘 따라온다.

한편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연하천 대피소를 향하는데 역시 기나긴 나무계단이 이어지는 지루한 길이다.
대피소에 다다를 무렵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기에 쳐다보니 오른쪽 숲의 나무위에 곰이 매달려 있었고, 바로 앞에는 산장지기인 듯한 사람이 스푸레이를 들고 곰과 대치하고 있다.

어린 새끼인 듯한 곰은 최근에 방사한 새끼 곰 인 듯 보였으며, 아마도 아직은 사람을 알고 먹을 것을 얻기 위하여 접근한 듯 보였으며 그래서 산장지기는 곰으로부터의 혹시 모를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쫒아 버리려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지리산에 방사된 곰이 49마리라고 하니 앞으로는 그 곰들이 전부 성장하여 곰이 무서워 지리종주를 하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예정보다 1시간 빠른 10:05에 점심을 먹기로 한 연하천 대피소로 도착하는데 비가오기 시작하여 2년 전처럼 산장 안에서 컵라면에 김밥을 먹으려 하니 안 된다고 하여 라면국물과 음식물을 바닥에 흘리지 않도록 신문지를 깔고 먹겠다고 관리인을 설득한 끝에 겨우 승낙 받아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밖으로 나오니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11:00경 괴물의 증명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무대뽀(배낭 없이 어깨가방 하나 달랑 메고 운동화신고 산이라곤 처음 왔다며, 산장도 예약하지 않고 극기 훈련 삼아 무작정 종주에 나섰다는) 아가씨가 보인다.

걱정은 되었으나 내갈 길도 구만리라 지금의 페이스라면 세석으로 오라고 하니 거기서 만나면 소주 한잔 하잔다.
또 다시 만나는 긴 오르막 산길인 형제봉을 오르는데 아기괴물님께서 조굼씩 쳐지기 시작한다.

이전의 페이스를 봤었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고 형제봉에 올라서 한참을 기다리는 데 올 생각을 안 한다.
한잠만에야 올라오더니 왼쪽 무릎에 이상이 생겼단다.
으잉???? 이게 웬 날벼락??? 어쩌면 이제야 시작에 불과한데....

조금 쉬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금 속도를 낮추어 벽소령을 향하다 조금 앞서 전망이 좋은 곳에 당도하니 남쪽으로 구름에 얹혀있는 산들의 풍경이 그만이다.

사진을 몇 장 찍고 괴물을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 보이지 않는다.
지나오는 사람들에게 빨간 티를 입고 혼자오는 사람(아기괴물)을 봤냐니까 전부들 못봤다고한다.

이게 웬일???
소리쳐 불러보니 뒤에서 대답한다.
아마도 내가 사진 찍는 동안 아기괴물도 나를 못 보고 그냥 지나친 것 같다.

소리쳐서 벽소령 거쳐 계속 진행하고 있으라고 소리쳐서 전하고 부지런히 따라붙는데 벽소령까지 와도 보이질 않는다.
휴식도 없이 따라가다 보니 앞에 가고 있는 아기괴물님이 보이는데 너무도 고맙고 너무도 기뻤다.

합류하여 조금 쉬고 속도를 더 늦추어 덕평봉 아래 선비샘에 도착하니 괴물이 쉬고 싶었는지 맥주한잔 하고 가잔다.
선비샘의 물은 우기라서인지 콸콸 잘 나온다.

얼려서 가지고 온 캔 맥주가 다 녹았지만 아직은 시원하다.
하나로 반씩 마시고 그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2명의 일행(한양대 64학번이라나?)이 2005 한양대 에베레스트 원정대 정상 등정 기념 모자를 쓰고 있기에 히말라야 얘기가 조금 이어져 생각보다 긴 휴식을 취했다.

잠시 아기괴물과 같이 걷다 천천히 걷는 것이 더 힘들어 아기괴물에게 신분증을 받아들고 먼저 세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기로 하고 앞서 나아갔다.
칠선봉을 거쳐 연신봉 바로 밑에 도달하니 드넓은 세석평전이 펼쳐진다.

아래로는 세석산장의 지붕이 보이는데 아기괴물도 같이 도착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조금 아쉬웠다.
16:40에 세석 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되어야 방 배정을 한다기에 취사장 안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맡겨 놓은 후 아기괴물님을 마중 나가니 영신봉 고갯마루에서 마주친다.

배낭을 받아들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오늘의 고생은 여기서 끝났으니 오늘 잘 쉬어서 내일의 컨디션이 좋아지기를 얘기해본다.
취사장에서 닭숯불바베큐, 불고기를 꺼내 놓고 폭탄주를 한잔하고 참치김치찌개를 끊여 먹다 시간이 되어 2층 입구쪽으로 방을 배정 받고 술, 술, 술...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어가니 바로 옆에서 귀에 대고 코를 고는데 피곤은 하였지만 시간도 이르고 시끄럽고 더워서 도저히 잠을 못 이루겠다.
아기괴물과 함께 한잔 더 하자고 거실 계단으로 나와 양주 폭탄주와 알잔으로 조금씩 더 마시고 잠을 청해 봐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포를 들고 밖으로 나와 3층 거실로 가서 혼자 누우니 시원도 하고 조용하여 쉽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새벽 3시인가 조금 시끄러운 듯하여 깨어보니 옆에 3명이 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벌써 출발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 덕에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 뒤척이는데, 문을 탕탕거리며 여닫는 소리, 나무마루 바닥을 뒤꿈치로 디뎌서 쿵쿵거리는 소리, 3시30분에 맞추어 놓고 깨지 않아 계속 울어대는 알람소리,(와~~~ 나 돌아버린다.)

결국 4시를 넘기지 못하고 기상했다.
천천히 짐을 정리하고 취사장에서 라면을 끊여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비가 쏟아진다.
배낭카바를 씌우고 스틱은 집어넣고 우산을 꺼내 펼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06:30에 출발하는데 비가 그친다.

이후로는 조금씩 오락가락하며 조금씩 뿌려댄다.
촛대봉에 오르니 천왕봉이 눈에 잡힐 듯 다가와 있고 남쪽으로는 일부 나타나는 파란 하늘이 맑게 개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천히 조금씩 아기괴물과 같이 삼신봉과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으로 향하는데 녹음이 우거진 지리산은 더 없이 상쾌한 청량감을 전해준다.
우리의 아기괴물님 컨디션만 좋았더라면 더 없이 좋은 산행 이었을 텐데...

장터목에 도착한 아기괴물이 내가 어제 저녁 세석에서 “내일 또 헤매면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그냥 떨어뜨려버린다”라고 협박한 것이 생각났는지 그냥 내려가겠단다.
그러나 어차피 고장 난 무릎 현재까지 놓고 보면 시간상 가능할 것도 같고 장터목에서 내려간다 한들 특별히 많은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천왕봉으로 끌고(?)갔다.

고사목지대를 거치면서도 시간이 불확실하여 사진 찍을 엄두도 못 내고 최대한 아기괴물을 빠른 시간 내에 천왕봉으로 올리는 것에만 주력했다.
通天門을 지나고 철 계단과 철 난간이 이어지는 마지막 고빗사위 길로 아기괴물을 올리며

나는 바위지대로 올라가며 사진을 몇 장 찍으며 오르다보니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라는 비석이 서 있고, 주변에 많은 산악인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남쪽 내륙에서 가장 높은 곳, 바로 천왕봉에 도착해서 시계를 쳐다보니 09:20이다.
서둘러 증명사진을 찍고 봉우리 바로 아래에서 전을 펼쳤다.

남은 술(맥주와 양주)을 모두 꺼내놓고 지리종주의 완성을 자축하며 휴식을 취한 후 중산리로 향하는데 내리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계속해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아기괴물이 걱정이다.

오르막길은 그래도 스틱을 집어가며 걷겠는데, 내리막길은 도저히 무릎의 통증으로 내려딛기가 힘이 든단다.
중간에 여러 번 쉬어가며 하염없이 걸었다.
무슨 놈의 내리막이 이리도 급경사인지~~~

드디어 법계사 앞에 있는 로타리 산장에 도착하니 한양대 64학번님의 후배께서 떡라면을 끊여 놓으셨다.
별로 시장기를 느끼지는 않았었으나 막상 먹기 시작하니 라면두개로 끊인 떡라면이 아기괴물과 나의 입속에 언제 들어갔는지 모르게 사라졌다.

계속된 급경사를 내려서며 아기괴물에게 시계를 보이기도하고 버스 출발시간을 얘기하는 등 조금만 더 힘을 내도록 은근히 압박을 가한다.
칼바위 못 미쳐 장터목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되는 계곡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풀고 잇다.

이정표를 보니 중산리 1.3Km로 되어 있으며 시간은 13:35쯤으로 14:00시에 진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는 없겠다고 포기를 시작했다.
아래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지금부터는 길이 좋다고 하는 애기에 아기괴물은 은근히 기대를 했었는데, 평지길 일지라도 울퉁불퉁한 돌이 많기에 무릎이 아픈 자신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고 투덜댄다.

먼저 중산리 입산통제소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13:54.
아기괴물이 조금만 힘을 내주도록 기도하면서 조바심을 내는데 14:01에야 도착하기에 버스정류장을 찾아 내려가 보니 바로 아래 매표소(14:03)가 있는데 버스는 14:05 출발이지만 거기서도 10분은 걸어 내려가야 한단다.

앞에 다른 살들이 타고 출발하는 택시를 같이 올라타고 출발한 버스를 잡아달라니 다른 곳으로 간다며 버스가 정시에 출발하는 것은 아니니 지금이라도 가 보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택시에서 내려 달려가 보니 아직 2시5분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들어오지 않고 있단다.

그곳에서 한양대 64학번님을 만나니 동동주를 시켜 놓았다.
한잔 마시는 순간에 버스는 들어오고 마저 마시고 올라타니 자리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낑겨 앉아 진주로 나와 사우나를 마치니 니제야 사람같은 몰골이 된다.

진주에서 밀양까지 16:50에 출발하는 3량짜리 미니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다시 밀양역에서 15분후에 출발하는 서울행 KTX(특실 강조)에 탑승하니 어느 틈엔가 서울역이다.

6. 후기

2003년 11월에 지리산을 종주한 후 1년 8개월 만에 다시 시도한 지리종주.
당초에는 금년 3월중으로 계획 했었는데 느닷없는 조기 입산통제로 취소했다가 상반기 중반쯤 몇 개산의 종주계획을 세웠었는데 그중 지리종주가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실현이 되었다.

특히나 이번 산행은 단둘이서는 처음으로 같이한 강경선과 함께 했는데 최근 산행을 자주하지 못한 상태에서 느닷없는 장거리 산행을, 그것도 내가 처음부터 잘 보조를 맞추어서 산행을 했어야 했는데, 워낙 잘 따라 붙기에 아무 생각 없이 속도를 낸 것이 내성적인 성격의

아기괴물님이 쉬자거나, 천천히 가자거나 등을 제안하지 못하고 따라붙다 오버페이스를 한 것이 발단이 되어 종주 첫날 그것도 중반에 무릎에 이상이 오게 되었고, 무엇보다 고맙고 감사한 것은 그런 컨디션으로 계획된 종주를 끝까지 해냈다는 것, 나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아가면서 무릎의 통증을 참아내며 계획된 시간 내에 끝까지 함께해준 아기괴물...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출발 당일 용산역으로 수면제(?)를 공수해준 로부제와 느티-서니, 산행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전화해준 당나구, 돌아오는 열차에 있는데 문자메세지를 보내 곤한 잠을 깨운 행복한방랑녀, 울 작은 아들땜시 고생 많았던 푸름구름 회장, 또한 비록 전화 등도 없었지만 항상 마음속으로나마 나의 무사 산행을 기원해 주는 산악회 모든 회원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바 입니다.

출처 : 설벽산악회
글쓴이 : 히말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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