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에 들다
2009년 11월 14일 : 모시 -마랑구게이트(1,970m) - 만다라 산장(2,720m)
아침에 솔로몬과 몇 명이 오더니 카고백의 무게를 달아가며(1개당 20Kg) 몇 개의 짐이 무겁다는 등 엄살을 부리기에 한국
말로 큰소리 한번 지르고 다시 “하쿠나마타타”(“문제없다”는 뜻의 스왈리시어)하니 마지막으로 슬그머니 차에 싣는다.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차량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해발 표고 1970m에 위치한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한다.
미리 소집 해 놓았는지 포터와 쿡 등 우리들의 산행을 도와줄 스탭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짐을 맡겨 놓고 공원 사무소로
가서 입산 신고(이름, 국적, 여권번호, 나이, 직업, 성별, 가이드 성명, 산행일수, 현지 여행사명을 기록하고 각자 사인)를 하
고 입산료(카드로만 결재)를 지불하니 가이드 솔로몬에게 허가서 용지를 내어 준다.
이 허가서 용지는 각 산장에 머무를 때마다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고 또한 방명록도 똑같이 작성을 해야만 한다. 포터들이
준비가 완료되기를 기다리니 입산하는 현지인들도 자신의 신분증을 모두 맡기고 줄을 서서 대기를 하고 있다. 11:40 한참
을 기다리니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어 드디어 킬리만자로 마랑구 게이트(Marangu Gate)를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열대 밀림으로 우거진 숲 속 길(원숭이도 많이 출몰한다는데 한 마리도 보지 못함)에는 등산로를 정비 중에 있었는데 특히
붉은색의 고운 화산석을 바닥에 깔아 놓아 쿠션이 좋아 걷기에 너무도 편안하다. 완만하고, 넓고 평탄한, 잘 정비되어 있는
길을 그것도 뽈레 뽈레(천천히) 걸으니 이보다 더 편안한 산행이 있으랴~~
12:40경 시장기가 있어 준비 해 온 도시락(닭다리, 샌드위치, 삶은 계란, 쥬스, 과일하나, 빵)을 펼쳐 점심을 먹고 꾸준히
걷다보니 오늘 하루를 유할 만다라 산장(Mandara Hut - 2720m)이 나타난다.(15:40) 오늘 하루를 호텔식과 도시락으로
먹었으니 김치 생각이 간절할 것만 같은 대원들을 위하여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로 준비한다.
준비해간 햅쌀에 현지 쌀을 섞어 압력솥에 밥을 하고 김치찌개에 김치, 김, 매식장아찌, 장조림, 풋고추, 고추장, 깻잎, 무말
랭이 반찬을 준비 해 상을 차리니 집에서 먹는 것 보다 더 잘 먹는 것 같다며 흡족 해 한다. 게다가 현지인도 자신들이 준비
한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도록 준비를 해 주니 한 끼 식사로는 너무도 푸짐한 것 같다.
간단하게 소주로 반주를 하고 휴식 후 취침(4인실 산장 3곳 이용)을 한다. 이곳의 산장들은 4인실로 구성 된 산장과 팀별로
쓸 수 있도록 주방을 준비 해 주고, 포터들이 잘 수 있는 다인실을 만들어 놓았다. 선 듯 잠이 오지 않아 밖으로 나와 밤하늘
을 쳐다보니 옛날 동요에서나 들어 본 푸른 하늘 은하수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킬리만자로의 별을 보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북두칠성을 찾아보나 너무 많은 별들로 인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오늘의 기록 : 거리-7.8Km, 고도차-750m, 소요시간 - 4시간(중식 포함).
2009. 11. 15. 만다라 산장(2,720m) - 호롬보 산장(3,720m)
미역국과 여러 가지 밑반찬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08:05 호롬보 산장을 향하여 출발한다. 정글 속의 경사 길을 약 30분 정도
오르니 관목이 무성한 초원지대에 다다르니 열대림 위쪽으로는 히스라는 나무가 자라는 지대가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모진
바람에 시달려 뒤틀린 옹이 투성이 고목들에 이끼가 붙어 있는 것이, 꼭 할아버지의 기다란 흰 턱수염을 닮았다.
이 지역에는 탁 트인 산비탈에 커다란 히스나무가 울창하다. 완만한 산등성이를 넘고 넘어 계속 오르다보면 전망이 트이
면서 선인장 같은 모습의 멋진 자이안트 시네시오가 있고 그 너머로 마웬지(Mawenzi)봉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조금 멀리
왼쪽으로는 만년설로 덮인 키보봉이 보인다.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관목으로 뒤 덮인 완만한 능선을 뽈레뽈레 몇 차례 오
르다보니 어느덧 호롬보 헛에 도달한다.(15:35)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순대를 먼저 준비 해 주니 이런 곳에서 순대를 다 먹어 본다며 특별 간식에 탄성
이 나오기도 한다. 솔로몬과 포터들에게 먹어보라 권하나 처음 보는 음식이라서인지 경계를 하며 먹으려 들지 않는다.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을 준비를 했는데 어부인에게 코치 받은 대로 요리를 해 보나 이상하게 맛이 나질 않아 유일한 홍일
점인 황XX 대원에게 훈수를 받아 고추장과 설탕을 조금 넣어보니 제 맛이 난다.
그러나 방금 전에 순대로 간식을 먹어서 인지 식사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이제 해발 표고가 3,700대에 달하니 일부 대원
이 두통 증세와 어지러움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하여 타이레놀과 징코민, 다이아목스를 처방하며 물을 많이 마시라 권한다.
갑장이며 같은 방을 쓰는 김**씨도 고소 증세로 두통을 호소한다. 미리 고소를 겪으니 오히려 내일이면 좋아질 것이라
안심을 시키지만 그 고통을 누가 알리요. 부부 한 팀은 10$을 주고 따로 방을 잡아 주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별 마중을
나가보니 하늘엔 은하수요 땅으로는 모시 시내의 야경이 아름답다.
킬리만자로를 트레킹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스왈리시어로 ‘잠보’ 우리말로는 ‘안녕’에 해당하는데, 산을 오르내리면서 수도 없이 인사하고 인사 받는 말이다. ‘잠보’,
'뽈레뽈레'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올라가야 정상 등정에 성공하는 말이다. ’pole pole' ’천천히 천천히’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말로서, 특히 하산하는 팀들이 내 뱉으면 더욱 권위 있게 들린다.
킬리만자로는 각종 인종 전시장이다. 물론 탄자니아 흑인 포터들이 제일 많고, 다음은 유럽의 백인들이 젊은이부터 노인들
까지 바글바글 들끓는다. 아시아인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비슷하게 혼재 되어 킬리만자로를 오르내리고 있다.
오늘의 기록 : 거리-11.7Km, 고도차-1,000m, 소요시간 - 7시간30분
2009. 11. 16. 호롬보산장(3,720m) - ZEBRA ROCKS(4,100m) - 호롬보산장(3,720m)
아침에 눈이 떠지는데 같은 방을 사용한 안병창씨가 일출이 시작될 것 같다며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에 따라 나서니 설악산
에서 보는 일출보다 훨씬 커 보이는 아프리카에서의 해가 떠오른다.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아침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은 고소적응 훈련의 날이라 호롬보 산장에서 머물며 ZEBRA ROCKS까지 고도를 높였다 내려오면 되는 휴식일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09:25에 호롬보 산장에서 3.4Km 떨어져 있는 제브라 락 까지 다녀오기로 하고 산행을 출발한다.
오늘 역시도 선두에 라시디를 세우고 황소처럼 또 느릿느릿 걸어 올라가기 시작하니 자이안트 세네시아 군락지가 나타나
사진을 몇 장 찍어본다. 마웬지(Mawenzi -5354m)봉 가는 길에 나타나는 얼룩말 바위가 있는 해발 4,050m 까지 도착하여
바위 위를 올라 휴식을 취하고 반대편 호롬보 산장에서 키보 산장으로 연결되는 길 쪽으로 내려서서 호롬보 산장으로 돌아
오다 보니 훨씬 더 큰 "자이안트 세네시아" 군락지가 나타나 눈길을 잡아끈다.
산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부터는 가느다란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장에 도착하여 아침 식사 후 남은 밥을 끊여 점심을
먹고, 키친룸 앞 마당에 버너를 꺼내 놓고 작은 후라이팬에 훈제오리를 구워 간단하게 한잔하며 역시 오리고기를 현지인들
에게 먹어보라 하니 일부는 경계롤 하며 먹지 않고, 일부는 한번 맛을 보더니 더 먹고 싶은 눈치다.
포터들을 포함 현지인들이 어울려 모여 있기에 “킬리만자로 송”을 시키니 주변에 둘러서서 노래와 함께 춤을 춘다.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나인지라 함께 소리 지르며 춤을 추니 역시 고소는 고소인 것 같다. 숨이 헐떡거려 더 이상 춤을
출 수가 없어 제자리 서서 박수를 치고 있으니 노래가 끝이 난다.
대원들은 각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한 후 오늘의 오후 간식으로 준비한 호떡을 만들기 위하여 반죽을 하고 발효를
시키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저녁 식사의 후식으로 내 놓아야만 할 것 같다. 호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식용유가
필요 했으나 처음 만들다 보니 착각하여 식용유를 적게 준비하여 태우면서 구워내니 보기에는 별로다.
호떡 구우랴, 찌개 끓이랴 정신없이 식사를 준비한다. 이제는 말을 안 해도 쿡이 알아서 밥을 잘 짓고 있고, 김치와 반찬도
지정만 해주면 눈치 있게 척척이다. 메뉴를 달리 하느라 오늘은 인스탄트지만 육개장을 준비하는데 낯이 익은 쿡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키에 얼굴과 눈이 동그랗고 정감이 가는 얼굴 이었는데....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으니 준비 되었다며 상을 차려 내어 놓는데 압력솥을 열고 밥을 푸는 순간 죽밥이다.
솔로몬을 혼내고 주방으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확인하니 어제까지 일을 하던 쿡이 집안에 일이 생겨 내려가고 다른 쿡이 밥
을 하다보니 죽밥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밥 짓는 것을 다시 알려줘야 하는 일도 생긴다.
저녁식사 후 식당 안이 전체적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 인데 일행 중 한 분이 내 춤을 보지 못했다고 무효라 하니 솔로몬과
그 일행들에게 또 다시 “킬리만자로 송”을 부르도록 하고 한바탕 춤을 추며 흥겨운 저녁 시간을 갖는다. 이제 내일이면
키보산장으로 오른 후 밤이면 정상 등정을 시도해야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하고 한 잔 술을 수면제로 잠자리에 든다.
오늘의 기록 : 거리-약7Km, 고도차-330m, 소요시간 - 약3시간 30분
2009. 11. 17. 호롬보산장(3,720m) - 키보산장(4,700m)
출발 전 오늘 걷는 구간은 광활한 사막 지대를 걷게 되며 아래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센 곳이니 머리 뒤쪽으로 바람
을 맞지 않도록 모자가 있는 자켓을 입도록 준비를 시킨다. 뒷머리에 찬바람을 많이 맞으면 고소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08:00 호롬보 산장을 출발, 완경사를 조금 오르자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계곡을 건너고 이어서 시야가 완전히 트이며
키 작은 관목과 이름 모를 꽃들이 군락지어 생존하는 건조지대를 가로 질러가면 마지막 샘터(Last water point)가 나온다.
이끼 같은 식물이 깔려 있어 살며시 밟으면 물이 위로 스며 나오는 것이 건기에 식물들이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
이다. 마지막 샘터에는 등산객들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의자와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어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마웬지(Mawenzi - 5354m)봉과 키보(Kibo)봉 사이의 분지는 점차 사막화 되어 등산로는 화산흙이나 화산재로 이뤄져 있다.
라시디를 앞세우고 뽈레뽈레 걷자고 하나 일부 대원이 천천히 걷는 것에 익숙치않아서 인지 두 세 명의 대원이 라시디를
추월 해 간다. 뛰듯이 가는 것은 아니라 제재하지 않고 “뽈레뽈레”를 외치니 조금 앞서 가다 휴식을 취하며 다시 합류하면
서 넓고 광활한 사막 같은데서 조금이나마 바람을 피할수 있는 자리를 찾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키보는 구름에 가려 그 위엄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구름 아래로 멀리 개미처럼 작게 키보 산장이 눈에 들어온다.
‘pole pole‘ 황소걸음으로 한 없이 걸어 산장의 코 밑에 당도하여 한 번의 휴식을 더 취한 후 산장에 도착하니 13:50이다.
비와함께 짓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더운물과 차를 마시도록하고 마지막 정상 등정 길에 대한 당부사항과 준비물을 전달
하고 취침을 시킨다.
오늘의 기록 : 거리-약9.26Km, 고도차-980m, 소요시간 - 약5시간 50분
ZEBRA ROCK 위에 올라서 폼(?) 잡고 있는 나... ㅎ
모시의 스프링랭드 호텔을 나서며 짐을 싣고 있는 중...
마랑구 게이트에 설치되어 있는 산장의 높이 및 산장간 이동 소요시간...
마랑구 게이트에서 입산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포터들...
포터들이 신분증을 맏기고 있다..
입산신고서를 받고 있는 탄자니아 공원 사무소 직원..
드디어 입산....
중식용 도시락...
만다라 산장에 도착하다...
김치찌개로 저녁식사...
키보봉(좌측)과 마웬지봉(우측).. 만다라 출발 호롬보 가는 길에...
호롬보 산장을 향해 오름짓을 하고 있는 대원들...
자이언트 세네시아 앞에서...
순대와 소주... ㅋ
닭도리탕...
호롬보 산장에서의 일출...
호롬보의 아침(멀리 키보봉이 머리에 눈을 이고 있다..)
키보봉과 마웬지봉의 갈람길... (ZEBRA ROCK 가는 길에)
원숭이를 닮은 귀여운 쿡... ㅎ
포터들의 저녁식사...
훈제오리 굽는 중...
호떡을 굽는 중...
환자 수송(바퀴 하나에 쇼바도 달려 있음)...
마지막 샘터...
끝없는 사막을 가로 지르는 길...
키보산장에 도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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