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따 신산(墨爾多神山)에 오르다
아침식사로 미역국(바로미역, 건새우, 건홍합, 맛선생, 참기름, 소금)을 준비하고, 압솥에 밥을 한 후 일행을 기상 시키고,
점심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하나씩 배분하고, 이런저런 정리를 하다보니 출발이 늦어져 8시가 되서야 정상을 향한다.
(가이드의 말만 믿고 결정적인 실수를 한 부분)
먼저 올라야 할 코스는 자생탑 뒤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봉우리를 올라서야만 시야가 트이면서 능선 길을 걷게 되는
급경사 오르막길.. 부실 부실 가느다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물이 흐르는 너덜지대를 횡단하여 원시림의 수목이 울창함
속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오른다.
10시 20분 조망이 확보되는 능선에 올라섰으나 궂은 날씨로 멀리 설산이 보인다는 원거리 조망은 확보되지 않고 발아래
깔려 있는 주위의 산들에 걸쳐 있는 운해 정도만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능선 삼거리에서 포터들은 우리가 하산해야 할
방향으로 질러 내려가 계곡물 있는 곳에서 컵라면 등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로 하고 포터 중 한 명만을 빈 몸으로
데리고 능선을 따른다.
능선 길은 제법 경사가 있는 험한 암릉 길도 나타나고, 평지 길도 나타나는 가운데 수목한계선이 가까웠음인지 키가 작은
잡목들만이 일행들을 반긴다. 아마도 해발 표고는 4,000미터를 넘어 섰으리라...
개념도에 표시된 돌탑 군이 어디인지 찾아가며 걷다보니 야크하우스가 나타나고 옆으로 작은 케언들이 잔뜩 있는 것이
여기가 개념도에 표시된 돌탑군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변은 넓은 평원으로 초지가 형성되어 있고 7~8마리의 야크가 순박한 눈을 깜박이며 평화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가운데
고소증세를 호소하는 한분이 그만 하산하려하자 의리의 친구 한분이 자신도 고소가 심하다며 같이 하산을 하겠단다.
내가 보기에 또 다른 한분은 그다지 심한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선두로 3명이 먼저 포터 한명을 앞세우고 뒤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8명이 꾸준히 정상을 향하여 걷고 있으니 가이드 김철도
먼저 하산하는 일행이 걱정되어 안부 상의 삼거리에서 하산을 했다고 한다. 타르쵸가 펄럭이는 안부를 넘어 정상으로 향하
는 길은 어느 정도는 정비를 해 놓은 너덜지대와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는 길이다.
주능선이나 야크하우스에서 바라다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정상으로 생각 했었는데, 뒤로 돌아 오르다보니 실제로 정상은
약간 뒤쪽으로 있는 것이었다. 간간히 돌탑을 쌓아 길 표시를 해 놓기도 하고 돌계단도 설치되어 있는 등로를 따라 걷다 쉬
다를 반복하다보니 앞서 올라갔던 3명이 추워서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며 먼저 하산을 하고 있다.
왼편 절벽 쪽으로 쇠사슬로 안전장치를 해 놓은 돌계단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계단 한 계단 걸어 오르니 수없이 많은
기도의 흔적이 있고 수도 없이 많은 타르쵸가 펄럭이고 있는 것이 이 산이 가융장족(嘉絨藏族)의 성산으로 숭배 받는 산임
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2009. 8. 4. 14:20 드디어 티벳어로 <산중의 왕〉을 뜻하는 무얼따 신산(4,820m) 정상에 올랐다.
자생탑을 출발한지 6시간 20분이 걸려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각자 나름대로의 기도를 하는 가운데, 나는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한 후 작으나마 소주 한 잔 씩으로 정상주를 마시는 의식을 한 후 사과 등 간식을 조금 먹고(날씨만 좋았
다면 맛있게 만든 주먹밥이 잘 팔렸을텐데..) 기념촬영 등 증명사진을 찍으며 30분을 머무른 후 아쉬운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 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 평원에 초지가 있는 안부에서 갈라져 소금천 방향으로 향하면 되는 길이다.
너덜 길로 이어진 하산로를 따라 포터들이 기다리고 있을 장소를 찾으며 내려 가다보니 분명히 약속했던 장소를 지나친 것
같은데 포터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조금 더 걷다보니 포터 한 명이 모습을 보인 후 먼저 앞서 내려 가버려 무작정 하산 방향으로 나 있는 길만을 따라 내려가는
데 오름 길과 마찬가지로 하산길의 경사도 장난이 아니다. 당초 포터들과 약속한 장소를 분명히 지났으나, 나타나지 않아
이 친구들이 비가 오니 가스렌지를 피울수가 없을테고 기다리자니 비는 오는 가운데 추위는 몰려오니 그냥 하산한 것이 아
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하산을 하다 배도 많이 고파 휴식을 취하면서 주먹밥을 먹으려니 날이 추워서인지 별로 목으로 넘어
가지를 않아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아직도 발아래 까마득한 거리에 구름이 걸쳐 있음에 멀고먼 하산 길을 생각하며 걷다
보니 커다란 바위 아래서 비를 피하며 물을 끓이고 있는 포터들을 만날 수가 있다.
기압이 낮아 물이 펄펄 끓지 않아 제대로 된 컵라면은 아니지만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 컵라면을 하나씩 먹은 후 하산을
시도한다. 김철 가이드가 없어 말이 통하지 않는 가운데 바디랭귀지로 의사를 교환하니 어두워 져야 하산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은 랜턴이 없다고 하는 것 같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우리 일행이 먼저 출발하여 하산을 서두르고 있으니 금새 짐을 꾸려서 따라 붙는다.
우리 일행 8명 중 4명은 컨디션이 좋은지 계속 앞서 나가기에 날도 흐리고 가스가 차 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조금 있으
면 어두워지니 함께 움직일 것을 권유 하니 먼저 앞서가다 기다리고 또 앞서가다 기다린다.
쵸르텐이 있는 한 채의 민가를 지난 후 조금 더 걷다보니 3명의 포터 중 한명이 조금 앞서 가고 있는 4명의 일행과 합류하
며 사라진다. 한도 끝도 없는 내리막 길을 따르니 급기야 날이 어두워져 랜턴이 없는 두명의 포터들에게 캠프등으로 사용
하는 밧데리 등을 하나씩 나눠주고 앞에서 길을 잘 찾도록 하고 뒤를 따른다.
나이 먹은 포터보다는 젊은 포터가 길을 잘 아는 듯 미리 앞서 나가며 길을 찾고 우리를 기다리며 하산을 하는데 굉음을
내던 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우리의 하산 지점인 “약찰촌”이 소금천 강가일 것으로 생각한 나는 뭔가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지 궁금증에 걱정을 하며 포터를 따르다보니 전날 산행을 하며 붙여 놓은 시그널로 생각되는 “호산”이라는
리본이 보여 맞게 질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갖으나 넓고 편안했던 길은 다시 전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을
것 같은 길로도 이어지니 종잡을 수가 없는 가운데 일말의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다.
더구나 앞서 하산한 4명의 일행이 이런 길을 잘 찾아 왔을까를 생각하니 만약 길을 잃고 잘못된 것이라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머리 속은 복잡한 가운데 이런 외지에서 미리 답사도 하지 못한 내가 현지의 지형도 전혀 모르는데 내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일수도 없어 묵묵히 믿고 따르며 앞선 일행 역시도 맞게 길을 잘 찾아 내려섰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워낙 캄캄해 전혀 민가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듬성듬성 지어진 집이 나타나니 이곳이 “약찰촌”임은 분명하
였다.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는 가운데 마을 안 삼거리에서 포터가 잠깐 주춤하더니 아랫방향으로 길을 잡았고, 뒤를 따르
다보니 멈친 하는 것이 뭔가가 이상한가보다.
가이드 김철을 소리 질러 불러보니 무엇인가 응답을 하는 것 같으나 알아들을 수는 없었고 단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되 집혀 삼거리까지 올라서니 한 집에서 주민이 밝은 랜턴을 들고 나오니 얼른 포터를 보내어
차량이 대기할만한 임도를 알아보라 보내고 있으니 따라 오란다.
바로 인근에 있는 임도로 나서니 당초 하산하면 만나기로 한 임도가 맞았고 그곳에는 차량의 불빛이 보이고 김철과 일행들
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니 정상에서 하산하는데 약 9시간이나 소요된 것이다. 앞선 4명의 일행
을 찾으니 방금 전에 도착 했다하기에 안도를 하고 차에 올라 東女國호텔로 돌아오니 새벽 1시 30분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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