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구석구석] 보고 또 봐도 나는 네가 그리워 [중앙일보]
산악인 남난희의 지리산
한적해서 더욱 좋은 화엄사 코스 산행객들은 대부분 성삼재에서 넓은 산행로를 따라 노고단을 오른다. 그러나 제대로 산행을 하려면 구례 화엄사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택하는 게 좋다. 성삼재 도로가 생기면서 더욱 한적해져 심산(深山)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길을 한참 오르면 코가 땅에 닿을 만큼 힘들다는 코재가 나온다. 그 능선마루에 서면 비로소 찬란한 은세계가 펼쳐진다. 겨울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감동이자 환희다. 설원을 배경으로 산행객들의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살아있는 풍경화를 그려낸다. 화엄사와 성삼재에서 올라온 산행로는 굽었다 펴졌다를 반복하며 노고단을 향한다. 눈꽃을 활짝 피운 나목의 행렬이 따라온다. 바람 한 점 없는데 눈꽃 한 송이가 후드득 떨어진다. 하얀 꽃가루가 오뉴월 송홧가루처럼 흩날린다. 놀란 산새의 날갯짓에 더 놀란 설화가 동백꽃처럼 송이째 뚝뚝 떨어진다. 나를 이기려 오르던 산
하늘정원은 눈꽃 정원 노고단 산장 조금 못 미쳐 왼쪽 숲 속에는 골조만 절반쯤 남은 시멘트 건물 한 채가 있다.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들이 풍토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웠던 수양관 건물이다. 한때 50여 채가 있었으나 한국전쟁과 무장공비 토벌작전을 거치면서 모두 파괴되고 하나만, 그것도 잔해만 남은 것이다. 산장에서 노고단 삼거리까지는 두 갈래 길이다. 왼쪽의 계단길이 지름길이지만 겨울산행의 멋을 제대로 맛보려면 KBS송신소를 에둘러 가는 오른쪽 길이 낫다. 흰색 무명 저고리를 걸친 어머니 산 아래로 구례 들녘이 아스라하게 보이고, 그 너머로 첩첩 산 능선이 포개지는 ‘진경산수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고단 삼거리에는 피라미드를 닮은 돌탑과 지리산 연봉을 정조준한 전망 망원경이 있다. 덕분에 이곳 풍광은 언제 봐도 이국적이다. 노고단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약 750m. 봄부터 가을까지 형형색색의 꽃이 핀다고 ‘하늘정원’이란 낭만적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겨울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 이맘때만 구경할 수 있는 순백의 눈꽃은 그 어떤 꽃보다도 고결해 보인다. 산정에 걸린 한 폭 걸개그림 이윽고 다다른 노고단 정상에서 천왕봉을 보고 마주 선다. 반야봉(1732m)·삼도봉(1499m)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그 너머로 세석평전과 중봉(1874m), 그리고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의 우람한 산세가 이어진다. 평소 운해 탓에 그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들던 천왕봉이 오늘은 웬일인지 하얀 능선을 손금 보여주듯 드러낸다. 눈부신 설산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원래 노고단은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로 유명하다. 이른 아침 짙은 운해를 뚫고 솟는 일출의 감동이 ‘순간의 환희’라면, 일몰의 감동은 빛바랜 가족사진처럼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물먹은 화선지에 붓질을 하듯 서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번지고, 구례읍을 감싸 흐르는 섬진강이 황금색으로 물든다. 옅은 운무 뒤에 숨은 첩첩산중도 황금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마귀 한 마리가 지리산 연봉을 배경으로 허허로이 날아간다. 지리산엔 오늘도 한 폭의 멋진 걸개그림 걸렸다. ■여행메모 전남 구례 천은사에서 지리산을 가로지르는 일주도로를 타고 성삼재 휴게소까지 간다. 휴게소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걸어서 1시간∼1시간30분. 겨울철에는 폭설로 일주도로가 통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남부사무소(061-783-9100)에 물어보고 산행 계획을 짜야 한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는 약 4시간. 눈이 쌓이면 더 걸린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는 약 25.4㎞로 종주에 2박3일이 소요된다. 대피소·산장 숙박은 사전예약 필수. 화엄사 가는 길에 있는 이시돌(061-782-4015) 식당은 한방갈비가 전문. “방목해 키운 한우 고기를 와인과 매실 진액, 13가지 한약재에 재웠다 내놓는다”고 한다. 김 장아찌, 머위, 돌나물, 고사리 등 10여 가지 반찬이 나오는 산채정식, 영양갈비찜도 맛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2008 광주·전남 방문의 해’를 맞아 3월부터 ‘남도 투어 랠리’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리산 성삼재 등 도내 관광명소 150곳에서 촬영한 사진을 홈페이지(www.tourrally.co.kr)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경차와 콘도회원권, 친환경 쌀 (1년 분) 등을 경품으로 준다. 11월 30일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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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7 |
출처 : brisia
글쓴이 : 산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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